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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언론'의 지역 약탈, 도 넘었다

[지방분권③] 지역언론, 재경언론 종속구조 벗어나야 지방분권 가능하다

등록|2012.11.26 17:42 수정|2012.11.26 17:42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반쪽 자치'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재정권과 인사권 등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중앙집권체제의 폐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과 공동으로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말]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려면 지역언론이 건실하게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역미디어 시장은 신문·방송할 것 없이 재경(在京)신문·방송의 종속 구조 아래 놓여있다. 2010년 한국ABC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간지의 경우 재경신문 발행 부수는 953만 부, 지역일간지 발행부수는 167만 부다. 전체 신문시장에서 지역일간지가 차지하는 비율(무가지 제외)은 고작 14.2%밖에 안 된다. 종편이 출범한 뒤에는 아예 편집 보도의 종속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제 발등 찍기다. 지역방송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역방송의 로컬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15% 안팎이다. 프로그램 대부분을 재경방송에서 공급받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제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부에서는 로컬 편성 의무 비율까지 낮춰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경방송에서 제공하는 재정 지원과 전파중계료가 끊긴다면 지역신문이 겪고 있는 경영난은 심각해진다.

'서울 언론'의 약탈적 지방 공략

▲ 뿌리 뻗어나가는 민주주의는 지역언론이 건실할 때 가능하다. ⓒ sxc

언론도 다른 중앙집권 수도권 집중 분야처럼 '서울8-지방2'의 '20% 구조'다. 가히 '시장실패' 상황이다. 시장 구조가 열악하고,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니 상품성(지면·프로그램)이 떨어지고, 상품성이 떨어지니 독자와 시청자가 외면한다. 그리고는 경영난을 겪는다. 지역언론은 이런 악순환의 굴레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언론은 재경언론에 비해 힘이 너무 약하고, 영향력도 작다.

그러니 재경언론들이 제공하는 '중앙의 논리' '서울의 논리'가 전국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무가지 제공에다 끼워 팔기·경품류 제공까지 한다. 재경언론의 지방신문 시장 공략은 가히 약탈 수준이다.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공정거래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 많은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에 대한 주문은 계속 판박이다.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다시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 몇 년째 '다시 하여서는 안 된다'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래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사라지겠는가.

가뜩이나 오랜 중앙집권·서울집중체제 속에 살다 보니 지역주민마저 '중앙 편향'에 사로잡혀 지역의 가치를 자조·비하·냉소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사정이 이러하니 지역문화가 제대로 꽃 피워질 수 있겠는가.

적지 않은 지역주민들은 '지방신문 볼 게 없다' '지방 방송을 꺼라'고 이야기한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지도층 가운데서도 지역언론을 폄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신문은 우선 지면부터 작다. 재경신문들이 수십 쪽의 두툼한 컬러 신문을 펴내고 있는 데 비해 지역일간지는 부산 대구 등 일부 지역의 30면 안팎을 빼면 20~24면이 대부분이다. 지역주간지는 더욱 열악하다.

지면 내용이나 인쇄 상태·컬러면·필진 등에서 모두 달린다. 달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어쩌면 그렇게 재경언론을 흉내 내기 바쁜지 모르겠다. 재경신문이 지면 개편을 하면 따라 하기 급급하다.

1면부터 오피니언면까지 지면 배치가 닮은꼴이다. 외형만 봐서는 구분이 안 된다. 이러니 가격 경쟁력이 있겠는가. 지면 수로만 본다면 재경 일간지 구독료의 3분의 1만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수준 받아서 어떻게 경영을 하겠는가. 문을 닫고 말지.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1만 원 이하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난립한 지역언론, 전체가 사이비로 매도되기도

▲ 거대한 '서울 언론'의 지역 약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대응 강도는 미비하기 짝이 없다 ⓒ 김지현


사정이 이렇지만, 지역신문은 외형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다. 부산·강원처럼 2개 지역 일간지가 양립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 규모나 시장 규모에 비해 난립 정도가 심하다. 자연 그 폐해와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일부 사이비 지역신문 때문에 지역 언론전체가 사이비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역기능이 창궐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억강부약'(抑强扶弱)이 시급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전국이 골고루 잘 살고, 온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내발적 개발의지'를 북돋우고 '지역의 가치'와 애향심을 키우기 위해, 문화선진국이 되기 위해 지역 언론의 육성은 시대적 당위다. 지역언론이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원은 불가피하다. 이를 통해 왜곡된 지역언론 시장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난립구조를 정비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은 필수적이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로 가져갈 수 있다. '나눠먹기식'이나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은 안 된다. 부실 언론의 양산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시장구조가 원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지역언론 탓만 해서 되겠는가. 이는 해법이 아니다. 마치 학습여건과 환경을 갖추지 않고 '공부 잘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하나마나한 말과 같다. 제아무리 손오공 같은 재주를 부린다 해도 한계 상황이다.

그래서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 틀을 바꾸는 것이 바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리고 지역혁신이다. 안팎의 조건이 갖춰진 다음 지역언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정상적인 시장구조 하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언론들에게 어떻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증진과 지역혁신의 감시 비판 견제기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미디어 당국은 재경언론과 지역언론의 '부익부 빈익빈' '종속' 구조를 깨기 위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 정신의 실효적인 지원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지역 언론이 살 길은...

▲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과 지원용도 및 지원기금의 확대 ▲ 소유구조의 건전성 확보 ▲ 정부 및 지자체 광고 수수료의 감면 ▲ 지역신문시장 침식을 일으키는 불법 현금 및 경품제공에 대한 강력 규제 ▲ 지역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지원 ▲ 디지털 전환비용 지원 및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유예 또는 면제 ▲ 광고료와 전파료의 합리적 배분구조 재편 등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외양은 별도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재경방송의 지방지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경영체제 개편 및 인사의 독립성 확보도 검토돼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진척되면 재경언론의 시장과 역할은 협소해진다. 그래서 재경언론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역기능을 부각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혐오감을 부추기는 기사와 사설·기고글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 주장이나 행사 등을 애써 외면하거나 축소시킨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재정비리가 터지면 대서특필한다. 이것을 보는 지역주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만 생긴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도 지역언론들의 대응 강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이다. 스스로 살 길을 찾기 위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여론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투쟁까지 해야 한다. 앉아서 떡 줄 때까지 기다려봐야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역언론들은 당장에라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풀뿌리 지방자치가 살고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도 실현될 수 있다. 미디어시장을 재경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김중석씨는 <강원도민일보> 사장이자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 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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