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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대선 면접>, '4T'가 빈약했다

취준생이 바라본 박근혜 대선 후보 TV 토론회

등록|2012.11.27 16:24 수정|2012.11.27 16:24
26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TV 토론을 시청했다. 면접 형식을 차용한, 대선후보의 'TV 토론회'는(이하 TV토론) 최근 끝난 <슈퍼스타K4>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나 역시 취업 준비생이기 때문일까. '남의 일이 아니네~' 하는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동병상련. 같은 면접 준비생의 심정으로 지켜본 박근혜 후보의 면접, 그런데 이날 방송된 박 후보의 면접은 장점보다, 대선 취업(?)을 방해하는 4T의 빈약함이 도드라졌다. 실제 면접이었다면, 박 후보의 4T는 면접 탈락의 위기를 초래하는 위태위태한 것들이었다.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다.

이제 취업준비생의 시선으로 본, 박근혜 대선후보 면접의 4가지 빈약함을 살펴보자!

1T. 더너(Thenar) 

▲ 박근혜 대선후보 TV 토론회 (YTN 화면캡처) ⓒ YTN


스펙 빵빵. 집안 빵빵. 외국어 능통. 정치경력 화려. 최고의 이력서를 자랑하는 대선 구직자 박근혜 후보. 그런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빈약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더너(Thenar)의 건강이었다. 계속되는 악수 세례로 그녀의 더너(엄지두덩)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안됐지만, 대통령 취업을 앞둔 박 후보에게 손등, 손바닥 부상은 큰 문제라 할만 했다. 국민들과 '악수'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단이 고장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취직를 앞둔 사람이 건강검진에서 '이상 체크'가 된 것 같은 상황이었다.

이어진 머피의 법칙. 박 후보가 손이 아파, 상대방과 악수하지 못하고 손을 뒤로 뺀 장면을 <오마이뉴스> 사진 기자가 포착, 포토 뉴스로 다뤘다.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이 엄청났다. 이 사진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박 후보의 대선 취업 전선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나비효과 뺨치는 '더너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요약하자면 박근혜 후보의 빈약한 더너가, 강철 같던 그녀의 스펙에 흠을 낸 것이다. 더너(엄지두덩)로 대변되는 악수시 통증은, 면접을 치르는 박 후보의 1T였다.

2T. 톨레랑스(Tolerance)

▲ 박근혜 대선후보 TV토론회(YTN 화면캡처) ⓒ YTN


면접에는 스트레스 면접(압박 면접)이라는 게 있다. 면접자에게 스트레스 주는 질문을 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26일 박근혜 후보의 'TV 토론'에서는 이와 비슷한 장면이 등장했다. 'TV토론' 사회자가 박 후보에게 두 가지 사진을 보여주며 해명을 부탁한 것이다.

사진 중 하나에는 박 후보가 악수를 하지 않고, 손을 뒤로 빼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실제 면접이었다면 이 스트레스 면접 답변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때 면접자에게 필요한 것은 초연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답변을 넘어가는 능력이다.

그런데 박 후보는 그렇지 않았다. 문제의 사진이 찍힌 것을 사진 기자 탓으로 돌렸다. '그 사진 딱 찍어서 악랄하게 유포'했다며 문제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 다음에 요거… 이 사진은 요 전에 한 어르신이 제 손을 꽉 잡으셔가지고…. 제가 손이 조금 부실해요. 지금, 악수도 많이 하고, 막 반갑다고 막 꼭 잡고 이러신 분들이 많아서, 제가 붓고 좀 아팠어요. (중략)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제가 손이 아파서요 애기를 했는데, 그 사진을 딱 찍어가지고 이제 악랄하게 유포를 시켰는데, 그 어르신께서 그래서 사정을 잘 아시기 때문에 일부러 인터뷰를 자청하셔가지고 '이거는 사람 차별하고 한 게 아니다. 이거는 잘못된 보도다 하고' 인터뷰까지 하신 동영상도 떴습니다."

박 후보는 해명과 함께, 거친 표현으로 사진 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모르긴 몰라도, 사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박 후보의 입에서 '악랄하게'라는 표현이 나온 순간, 적잖은 국민들은 그녀의 '톨레랑스의 빈약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면접자는 면접 현장에서, 단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분명히 밝히고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상식이다. 괜히 단점 대신 장점을 말하거나, 단점을 남 탓으로 돌렸다가는 낭패보기 일쑤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 스트레스 면접 중, 이런 극단적 감정을 표출했다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대번에 '불합격' 통보를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톨레랑스의 빈약함. 이것이 박 후보의 2T였다.

3T. 티클러(Tickler)

▲ 박근혜 대선후보 TV토론회(YTN 화면캡처) ⓒ YTN


그동안 박 후보는 중요한 사안들을 틈날 때마다 '티클러(수첩)'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그런 박 후보를 두고 '티클러 프린세스'라고 칭할 정도였다. 그만큼 박 후보의 티클러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면접장에서 티클러는 이용할 수 없는 물건이다. 면접 현장에서 티클러를 이용해 답변했다가는 단번에 준비 부족 지적을 받고 쫓겨날지 모를 일이다. 이날 박 후보도 티클러 없이 면접장에 섰다. 그런데 왜일까. 'TV토론' 동안 박근혜 후보의 공약 발언은 깊이 있게 다가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박 후보는 면접관들 앞에서 "(자신의) 반값등록금,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는 진정성 있는 공약이다"고 주장했지만, 이 공약이 왜 진정성 있는 공약인지를 압축해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티클러(수첩) 없이 면접장에 선 박 후보는, 국민을 공감시키는 티클러(어려운 일) 역시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다. 티클러의 부재. 박 후보의 3T였다.

4T. 스릴(Thrill)

▲ 박근혜 대선후보 TV토론회(YTN 화면캡처) ⓒ YTN


면접의 끝에서 면접자는 면접관을 감동시켜야 한다. 오너와 임원들에게도 확신을 줘야한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방송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큰 스릴을 전해주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취업 당사자인 20~30대에게 그랬다.

방송의 끝에서 내 주변 친구들은, 박 후보의 면접에서 어떤 스릴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도 반응도 대체로 이와 비슷했다. <위대한탄생3>의 심사 방식을 빗대어 'Sorry를 드리겠다'는 평가가 많았다.

'Sorry' 평가를 내린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조금 더 감정연습하시고 발성연습도 필요할것 같아요.'라는 기술적인 조언이 있는가 하면, 뻔한 이력서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지인도 있었다. '잘하는 요리(비빔밥)를 국민대통합과 연결짓는, 속이 빤히 보이는 이력서는 서류부터 탈락'이라면서 말이다.

스릴의 부족. 박근혜 후보의 4T였다.

5T. 팁(Tip)

이번 'TV 토론'에서 박 후보는, 한 종편 방송이 묘사한 형광등 100개를 켠 듯한 아우라도, 이상적인 면접자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취준생의 입장에서 볼 때, 면접 초보들이 겪는 문제들만 부각되어 보였다.

'악수를 못한 이유'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악질적'으로 표현 한 부분은 면접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법 했다. 짧은 시간에 선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이런 부족함이 겹치다 보니 자연히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같은 취업 준비생인 내 입장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합격', 혹은 '불합격' 답변을 드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디 이번 면접에서 나온 4T의 빈약함(Thenar, Tolerance, Tickler, Thrill)을 한번쯤 곱씹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것이 취업 준비생으로서, 취업 면접이 처음일 '면접 초보' 박근혜 후보에게 전하는 5번째 T, 감히 전하는 팁(T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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