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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재보선에 '안철수 신당' 뜨나

안철수 "2주간 쉬겠다"...민주당 선대위 합류하지 않고 대선 막판에 등장?

등록|2012.11.29 12:09 수정|2012.11.29 12:09

▲ 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22일 오후 4시 30분 쯤, 서울 용산구 안철수 전 예비후보 자택 앞. 차에서 내려 자택으로 들어가는 안 전 후보에게 허영 비서팀장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안 전 후보는 허 팀장을 돌아보며 "편히 쉬십시오"라고 답했다. 그 때까지도 허 팀장은 안 전 후보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모시러 오겠다"... "편히 쉬어라"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안 전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만나 단일화 룰 담판을 벌였다. 격론 끝에 협상은 1시간 반만에 결렬됐다. 단일화 협상은 위기에 봉착했다. 허 팀장은 두 후보가 직접 얽힌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날 오후 다시 만날 거라고 기대했다.

반면 안 전 후보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은 안 전 후보가 평소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뒤 자택으로 들어가면서 참모와 수행팀에 하는 마지막 인사말이다. 따라서 안 후보는 이날 오후 문 후보를 다시 만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안 전 후보는 이미 후보직 사퇴에 대한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지난 21일 단일화 TV 토론 직후부터 후보직 사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23일 중도 사퇴했지만 여전히 올해 대선의 최대 변수다. 부동층으로 돌아선 안 전 후보 지지층의 표심이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부산을 방문해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그 때, 그 심정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정말 잘 안다"며 안 전 후보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트위터에선 두 사람이 쓴 책의 제목을 빗대 "안철수의 생각이 문재인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28일 캠프 관계자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2주간 쉬겠다"... 대선 막판 문 후보 지원에 나설 듯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 후보는 문 후보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원의 시기와 폭의 문제가 남았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지원에 나서는 것은 대선 막판으로 접어드는 12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사퇴 선언 직후 측근들에게 '2주일 정도는 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후유증부터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계속 접전 양상을 이어갈 경우 대선 막판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극적 반전 효과를 얻겠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문 후보 지지율이 잘 나오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안 전 후보의 지원이) 늦어질수록 좋다"며 "(그러면) 언론은 이상기류 등으로 쓰겠지만, 나중에 힘이 필요할 때 극적으로 안 전 후보가 지원하고 나서는 그림이 더 좋다"고 말했다.

지원 폭이 어느 정도일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역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7일 오후 2시로 잡혀있던 캠프 해단식이 연기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26일 "(지지자의) 투신 시도 사건도 있고 해서 지지자들 마음이 차분해지면 그때 해단식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캠프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해단식에서 외부에 제시할 메시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직 사퇴 이후 '안철수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안철수 지지층을 데려오는 것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만났을 때 안 전 후보의 첫 멘트가 중요하다"며 "대장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지지층이 움직일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력을 끌어 안아야 한다"며 "이미 지역조직은 통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쪽은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안철수 캠프 핵심 인사들을 영입해 오기 위해 활발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이 관계자는 또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며 "박근혜에게 정권을 넘겨 줄 수 없다는, 정권교체의 가치를 계속 설파해서 안철수 지지층을 문 후보쪽으로 묶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무당층이었던 안철수 지지층이 안 전 후보를 지지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범야권 지지층으로 옮겨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 쪽에서 원하는 만큼 쉽게 안철수 지지층이 문 후보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도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선대위에 결합해서 적극적으로 유세 활동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롭게 구성될 민주당 대통합선대위에 안철수 캠프 선대본부장들이 이름만 얻는 수준의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존의 안철수 캠프 핵심 인사들이 민주당 대선 캠프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전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한 뒤 선거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사흘 전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편지를 써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 "내년 재보궐 선거 언제 열리나" 관심... '안철수 신당'? 

대선 이후 안 전 후보의 행보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사퇴 회견 직전 열린 참모 회의에서 "이게 끝이 아니다. 새 정치를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이 누차 강조하기도 했지만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직전 참모들에게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언제 열리느냐"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가 "재보궐 선거가 몇 군데에서 열리나", "새누리당 의석 수는 어떻게 바뀌나"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고 전했다. 이미 대선후보직을 내려놓기로 마음 먹은 안 후보가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신당 등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안 전 후보는 28일 실장급 이상 캠프 관계자들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인근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 23일 대선후보직 사퇴 선언 이후 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최근 관심이 집중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안 전 후보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 특유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향후 자신이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경우 자신의 지지층을 묶어 세울 수 있는 정치적 결사체에 대해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안 전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를 향한 '안철수식 행보'가 대선 이후 정치권에 어떤 폭발력을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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