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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검사 '뇌물수수'로 영장청구... 법조인들 '황당'

한인섭 "판사 잘한 결정" 이재화 "검찰 오기부려"... 정치권 반응도 싸늘

등록|2012.11.28 10:32 수정|2012.11.28 10:32
절도 혐의 피의자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서울동부지검 전OO(30) 검사에 대해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은 27일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여성 측이 제출한 녹취록을 따르면 성관계가 검사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근거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그런 법적용을 시도하는 검사를 문책해 혼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치권이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이 사건 범죄 혐의에 적용된 뇌물죄에 한해 보면 범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윤리적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판사가 성폭력 검사 영장기각한 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검찰이) 뇌물수수죄라는 황당한 죄목으로 영장 청구했으니, 그게 선례가 되었다면 큰일 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정 수사하여 (검사의 성관계) 강제성의 전말을 정확히 밝혀내고 법적용 제대로 해야"라고 검찰을 지적했다.

그는 또 "검사가 수사 중 피의자에게 성관계를 요청한 것은? 직권남용죄, 가혹행위죄, 직무상위력간음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며 "뇌물수수죄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 그런 법적용 시도하는 자는 혼내야 함"이라고 질타했다.

한 교수는 "검사-피의자는 권력관계이고, 강제상황 속에 있어 검사가 수사 중인 피의자와 성관계를 갖는 자체가 '강제력' 행사한 범죄. 처벌조항도 있다"며 "그런데 뇌물죄로 문책하겠다는 건 참 황당(제곱). 여성도 처벌하겠으니 성관계 했으면 입 다물라는 교훈?"이라고 검찰을 꼬집었다.

한편, 검찰은 검사와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뇌물공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검사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지위도 있는 만큼 기소유예 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성폭력에 대해 친고죄 조항을 폐지한 형법개정안이 2012.11.22. 국회를 통과. 성폭력범이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성폭력을 계속하는 모순을 시정. 성폭력의 수사와 기소에서 큰 진전을 이룩할 수도. 그런데 법개정 홍보가 거의 안 된 듯"이라고 씁쓸해 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2일 다양화된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사강간죄를 신설하고, 성범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며, 친고죄 및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친고죄와 관련, 추행ㆍ간음 목적 약취ㆍ유인ㆍ수수ㆍ은닉죄 및 강간죄 등 성범죄에 관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내년 3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재화 변호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성폭력 검사 영장기각, 검찰 조급한 나머지 뇌물죄로 무리하게 법리 적용한 것이 영장기각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 성폭행 검사 다시 뇌물수수 혐의로 영장청구, 피해자 여성에게 고소하도록 설득하여 강간죄나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영장청구하지 않고 다시 뇌물수수죄로 재영장 청구하는 것은 오기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법원으로 하여금 다시 영장 기각하라는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냉담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정희 후보 "'성폭력 검사' 뇌물수수 영장은 검사에 면죄부 주려한 것"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는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단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검찰이 해당 검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려한 것"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정희 후보는 "극도로 위축되어 떨고 있는 여성 피의자를 검사가 직무상 위력을 남용해 성폭력 했는데도 검찰은 이 여성이 뇌물공여한 공범인 것처럼 사건을 뒤집어 만들어 냈고, 이 검사를 뇌물수수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사에 의해서 버젓이 검사실에서 차안에서 성폭행 당하는 현실은, 우리 한국 사회 여성들이 얼마나 성적 노리개로 취급되며 짓밟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번 사건은 강력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우리 사회 검찰권력의 현주소, 그리고 검사에 의해서 자신의 안방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에 대해 일체의 사과도 죄송함도 없는 부끄러운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서 사형을 언급하고 있으나 그것보다 더 즉각 필요한 것은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이고, 검찰이 스스로 성폭력을 스스로 뇌물죄인 것처럼 축소해서 검사를 감싸려고 했던 것에 대한 완전한 사과와 국가공권력 현장에서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제2차, 3차 가해로 이어진 것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문재인 캠프 "성폭력 검사 봐주기 위해 뇌물수수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 김현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법원이 성추문 검사 사건과 관련해서 뇌물죄 성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검찰이 자의적인 기소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스스로를 내몰고 있으니 이런 블랙코미디는 금시초문"이라고 검찰을 질타했다.

그는 "피해자가 부적절한 성관계를 뇌물공여죄로 기소한 것은 피해여성을 두 번 죽이는 성 상품화 논리에 다름 아니다"며 "더욱이 뇌물죄가 쌍벌죄라는 점에서 피해여성을 법으로 옭아매어 입을 막으려던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이 해당검사를 뇌물죄로 기소하면서도 피해여성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런 점에서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며 "결국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사건을 빨리 덮기 위한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 스스로 법집행의 자의성을 드러낸 것이며, 그 이유가 자신들의 비리를 축소ㆍ왜곡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심각하다"며 "검찰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가 끝 간 데를 모른다.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검찰이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이제 검찰총수인 한상대 총장이 즉각 사퇴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혁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검찰이 절도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로 긴급 체포된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가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됐다"며 "지위를 이용한 특수 강간이나 성폭력 혐의 대신 해당 검사를 봐주기 위해 성폭력 사건을 뇌물수수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이고, 성폭력을 뇌물로 물타기를 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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