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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찰 문건 논란

조합원 일거수 일투족 상세히 기록...비정규직노조, 국가인권위에 진정

등록|2012.11.28 16:19 수정|2012.11.28 16:19

▲ 현대차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내용이 들어 있는 문건. 비정규직노조는 국가인권위에 인권침해로 진정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새벽 1시 20분 13명이 통닭 4마리를 시켜 먹음. 새벽 4시 이잔환, 이상혁 등 10명이 취침. 새벽 5시 일부 인원 기상. 오전 8시 37분 침낭 정리. 8시 55분 먹다 남은 양념통닭 2마리 먹음.

올해 4월 14일 있었던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 집회 상황을 기록한 문건이다. 현대차 회사 측이 지난 수년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온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28일 공개한 문건은 2008년 9월부터 문건이 입수된 2012년 7월 시점까지 비정규직노조의 집회 동향, 조합원 개개인의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 노조 간부들의 병원 입퇴원 기록 등이 담겼다. 또한 현대차 울산공장 안에서의 일은 물론이고, 울산공장 밖에 있는 조합원 교육관에서의 일까지 감시 사찰한 기록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뿐 아니라 현대차 정규직노조, 정규직노조의 사업부위원회, 현장조직, 개인활동가 등에 대한 감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야당 정치인에 대한 동향도 들어 있다. 또한 문건에는 공장 안팎의 집회와 공식적인 노조행사에서 이루어진 발언의 내용과 발언자 이름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공개된 문서 이외에도 노조 간부에 대한 감시, 미행도 확인했다"며 "이런 내용들을 첨부해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로 진정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노조 "인사관리 벗어난 전방위 사찰"

현대차가 기록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의 동향 문건에는 비정규직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진행된 내용이 들어 있는가 하면 발언 내용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어 녹취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주)가 지난 수년 간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을 불법 감시, 사찰, 미행해 왔다"며 "문건에는 통상적인 정문 입출입 관리 뿐 아니라 회사 인사관리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전방위 사찰 내용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감시 사찰은 현대차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지회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보안팀과 경비대를 불법적으로 운영해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차가 이번 감시 사찰 문건으로 법 위에 군림하려는 초법적 집단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비정규직노조는 이어 "인권을 참혹하게 유린하고 노동권을 제약하는 현대차의 초법적 만행을 고발하고, 양심적인 사회단체와 연계해 불법 감시 사찰행위를 뿌리 뽑을 것"이라며 " 현대차는 인권유린과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감시사찰 친위부대인 보안팀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한 진정서는 "현대자동차(주)가 보안근무자(경비)를 시켜 자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에 대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을 조사하여 바로잡아 줄 것을 진정한다"고 되어 있다.

진성서는 이어 "현대자동차(주)가 직영 보안근무자와 하청(GNFM) 보안근무자를 이용해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24시간 감시미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인권과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있으며, 반복적인 불법 감시사찰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주) 직영 보안근무자와 하청(GNFM) 보안근무자들은  강압으로 미행감시 업무에 동원되어 범죄행위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귀 기관에서 현대자동차(주)가 자행하고 있는 인권침해와 범죄강요행위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언론을 통해 "현재 아는 바가 없다"며 "문건의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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