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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 형사에게 메일을 받았습니다

등록|2012.11.28 18:24 수정|2012.11.28 18:24
7개월 전, 나는 블로그에 국가보안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박정근씨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연대 청년 칼럼니스트에 지원하기 위해서 썼던 글이다.  

박정근씨가 구속된 이유는 황당하다. 트위터에 북한과 '관련'된 글을 썼다는 것이 그의 구속 사유의 전부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풍자적인 글을 무시했다. 정황을 잘 모른다면 이적성 글로 오인할 수 있는 글만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사건을 보고 나는 '우리나라가 과연 자유민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박정근씨는 구치소에서 고초를 겪는 가운데서도,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구치소에서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 보내는 공개서한'을 썼다. 그는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체제 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나는 그를 옹호하기 위해서 농담이 듬뿍 들어간 지지의 글을 썼다. '주사파'를 일주일에 4번 학교를 가는 대학생인 '주4파'와 비교했다. 수강신청에 승리해서 학우들을 질투와 시기에 빠트리는 '주4파'가 검찰이 규정하는 '주사파'보다 훨씬 국민 통합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학기에 '주5파'인 나는 '주4파'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끔 분노에 빠지곤 한다. 글 마지막 부분에는 '김정은 만세'를 길게 외쳤다.

나는 예전에 배우 김정은씨가 진행하는 <김정은의 초콜렛>을 방청한 적이 있다. 당시 관심이 있던 친구와 함께 공연을 즐겼다. 그 덕인지, 나는 그 친구와 연애를 하게 됐다. 이 정도면 만세를 부를 만하지 않는가.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니 '나를 국가 보안법으로 잡아 가려고 한다면, 배우 김정은을 찬양한 거라고 우길 것이다'라고 명백히 적었다. 나는 친절한 남자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2달이 지난 후, 나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자신이 정보과 형사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올린 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황당했다. 도대체 내 글이 어떻게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금 겁이 났다. 나의 농담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니! 나는 어제도 농담을 했는데! 내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란 말인가. 내 블로그는 일일 방문자수가 100명 남짓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메일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수사에 협조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나의 글을 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목조목 내 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어떻게 '주4파'가 '주사파'보다 더 사회에 해로울 수 있나. 김정은 동지 만세를 외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배우 김정은을 찬양한다고 우긴다는 것은 억지가 아닌가."

나는 일일이 나의 글을 해명했다.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농담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일은 창작자 입장에서 슬픈 일이다.

경찰은 나의 해명을 듣고 '경위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위서를 쓰는 것은 불쾌했다. 하지만 나도 이 일에 더 이상 시달리기 싫었다. 결국, 타협을 했다. 나는 경위서에 "국가보안이 폐지되어야 하며, 일개 대학생의 글을 문제 삼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고 썼다. 경위서를 받은 경찰은 내 글을 블로그에서 지우길 권했다. 나는 거부했다.

지난 10월 11일 진보신당 당원 김정도씨는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 당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 가요인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의 가사를 리트윗 했다는 이유로, 예의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배포'라는 혐의를 뒤집어썼다.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한국, 일본의 사이트에서 유머 코드로 쓰이는 노래다. 북한 바깥에서 보면, 장군님 찬양은 우습게만 보일 뿐이다. 이 노래를 듣더라도, 그 누구도 김정일이 미사일을 맨손으로 때려 부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축지법은 허경영씨도 쓴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북한에 대한 풍자는 유머감각 없는 검찰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독해력 부족과 풍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센스 부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형사처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촌스럽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비해 확실히 우월한 점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탈출하면 3대를 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북한 김정은 체제와 우리는 다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표현의 자유가 열려 있고, 관용과 이에 따른 비판도 열려있어야 한다. 만일 박정근씨의 풍자가 재미없다면, 그의 트위터를 팔로잉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검찰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이렇게 이해력이 떨어지다니. 이것이야말로 국가안보에 더 큰 위협으로 느껴진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북한의 선동에 놀아 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주사파를 감옥에 가두는 대신에, "저렇게 못난 북한 체제를 열심히 응원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려면 3세기는 혀 빠지게 노력 하셔야겠어요"라는 냉소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의 자세다. 체제의 강력함은 경직된 촌스러움이 아닌 자연스러운 자신감에서 나온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10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인권 실태를 집중 검토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권고 대상에 올랐다. 독일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우려하면서 보안법 규정에 모호성이 없도록 해달라고 권고했다. 북한 대표는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1년 국가보안법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음을 상기시켰다. 보안법이 인권 침해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캠프 한국 팀장 출신인 프랭크 자누지 국제앰네스티(AI) 워싱턴 사무소장은 곧 국제앰네스티가 한국의 국가보안법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일부 국민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이번 보고서에서 국보법이 국제 인권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 보고서를 건설적인 비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국가보안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계의 눈이 국가보안법을 향해있다. 

최근, 영화 <남영동 1985>이 개봉했다. 영화에는, 영문도 모른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는 주인공 김종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종태는 무자비한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영화의 말미, 20여 년 후의 김종태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다. 김종태는 고 김근태 의원을 각색한 인물이다. 김근태 의원은 자신의 책 '남영동'에서 고문 받았던 대공분실을 '인간도살장'으로 비유했다. 김근태 의원을 인간 도살장으로 끌고 간 것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지난 21일 재판부는 박정근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가 작성한 이적표현물 133건 중에는 "김정일 가슴 만지고 싶다", "김정일을 퇴치하자, 병균퇴치, 암퇴치" 같은 트윗이 포함돼있다. 과연, 이 트윗이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생각하는지 재판부에게 묻고 싶다.

"김일성 만세" 1960년에 시인 김수영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52년이 흐른 지금도, "김정은 만세"를 외칠 수 없다.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사회의 관용과 표현의 자유는 더 허약해졌다.

굳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들먹이지 않아도, 국가보안법을 '상식선'에서 단호히 폐지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로운 정신과 다양성을 위축시킨다. 우리 삶을 더욱 지치게 한다. 12월 19일 유머와 표현의 자유를 허하는 후보를 선택하자.

마지막으로 이 말을 외치며 이 글을 끝마치려고 한다. "김정은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 이번에도 뭐라고 하면, 배우 김정은 팬클럽 가입한 캡처 사진만 보내줄 테다! 잔소리 많은 우리 어머니도 <울랄라 부부>를 시청할 때는 집중해서 잔소리를 안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최수범 씨는 현재 인권연대 청년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입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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