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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장이 뭐길래... 투표함 바꿔치기까지

부산외대 총학선거, 부정으로 얼룩... "총학 집행부 당선시켜주려고"

등록|2012.11.28 17:31 수정|2012.11.28 17:31

▲ 부산외국어대학교 F관 건물. 21일 이 건물에 설치된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투표함 바뀌치기가 발생했다. ⓒ 부산외대


지난 21일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치러진 내년도 총학생회장 선거 개표 현장. 개표장이 술렁였다. 최약체로 평가받던 A선거운동본부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내년도 총학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석연치 않은 결과에 낙선한 나머지 두 선거운동본부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학내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진상 조사에 나섰다.

자칫 의혹 수준에서 무마될 뻔했던 일은 한 장의 사진으로 진실이 밝혀졌다. 한 학생이 찍은 사진에는 투표장의 학생들이 투표를 했던 투표함과 다른 투표함이 개표장에 놓여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투표함이 뒤바뀐 내막에는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집행부를 당선시키기 위한 현 총학생회 간부들의 계획적인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투표 당일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 학교 부총학생회장은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투표함을 빼돌려 바뀌치기 했다. 바꾼 투표함에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A선거운동본부의 표로 채워진 투표용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어 부총학생회장은 한 투표함에서 A선거운동본부를 지지하는 몰표가 들어있는 점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개표장에서 '투표용지를 한꺼번에 뒤섞은 채 개표하라'고 지시했다.

▲ 21일 투표장인 F관에서 촬영된 투표함과 개표장의 투표함을 비교한 사진. 봉인지 자국이 남아있던 F관의 투표함과는 달리 개표장의 투표함에는 말끔한 투표함이 놓여있다. ⓒ 부산외대신문


이 같은 사실은 투표 당일 학내에 설치된 CCTV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곧장 투표함을 싣고 개표장으로 가야할 차가 다른 건물로 향하고는 1분여 뒤 빠져나오는 모습이 녹화된 것.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사건 관련자들은 투표함을 뒤바꿨다. 이를 위해 부총학생회장 등은 필요한 투표함보다 1개 많은 11개의 투표함을 남구선관위로부터 빌려왔다.

분노한 학생들 "관련자들 고소해야"... 총학생회 "드릴 말씀 없다"

마치 1960년 자유당의 3·15부정선거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투표 조작에 부산외대는 발칵 뒤집혔다. 학교는 지난 27일부터 교수·직원·학생이 2명씩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조사에 나섰다. 학생 측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심현준 <부산외대신문> 편집국장은 "부정 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학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자보와 1인 시위 등으로 책임자 처벌과 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산외대 누리집에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 아무개(11학번)씨는 "공약을 다 읽어보고 비교해가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아니다고 생각했던 팀이 A선거운동본부였고, 고민하다 다른 두 팀 중 하나를 택했다"며 "우리의 한 표가 우스운가, 소중한 한 표라고 해놓고 뒤통수 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투표했던 한 사람으로써 역겹다"고 분노했다.

▲ 지난 21일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투표함을 개봉하는 모습. ⓒ 부산외대신문


한아무개(08학번)씨는 "(관련자들이) 학교·교직원·모든 학우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학생들의 반발에 선거를 진행했던 현 총학생회 측은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부산외대 입학홍보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2명이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진술과는 다르게 속속 (부정선거에) 가담한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며 "진상조사가 끝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고, 최소 (징계수위는) 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재선거에 들어간 부산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자진사퇴서를 제출한 A선거운동본부를 제외한 두 개의 선거운동본부 간의 맞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새롭게 구성된 대학 선관위 측은 "봉인지 부착·카메라 설치·투표함 개표 시 선관위원이 도보로 직접 개표장소까지 참관인 대동·자물쇠 교체 등을 통해 전 과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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