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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른 이야기라 하고 구체적인 얘기 말라"

대검 감찰본부, 최재경-김광준 문자 공개... 한상대, 혼자 죽진 않겠다?

등록|2012.11.29 16:54 수정|2012.11.29 17:16

▲ 대검찰청 최재경 중수부장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대 검찰총장이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인 29일 오후 3시경,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과 김광준 부장검사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부장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구속 중이다.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 대상자(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의 혐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검찰 집단 항명 사태'를 촉발시킨 최 중수부장에 대한 반격의 성격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외부 압박에 밀려 한 총장이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혔지만, 그냥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최 중수부장과 김 부장검사는 지난 11월 8일부터 9일 사이에 10여회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주로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내용이었다. 이 기간은 김 부장검사의 비리 첩보가 입수되어 감찰이 진행되는 시기였다.

11월 8일 오후 9시 6분 김 부장검사가 "유진에서 돈 빌려준거 확인해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고 묻자, 9시 11분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두 사람의 문자 대화는 오후 10시 53분까지 이어진다. 9시 56분 김 부장검사는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물었고, 10시 2분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최 중수부장은 "실명보도를 하면 끝까지 책임"(21:14), "세게 나가야 활로 생긴다"(21:55), "실명 보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강하고 단호하게"(22:06)라고 말했다.

▲ 유진그룹으로 부터 6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부장검사가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조재현


다음날인 11월 9일에도 두 사람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날 오전 8시 최 중수부장이 "편하실 때 전화 부탁드립니다"라고 먼저 문자를 보냈다. 김 부장검사는 낮 12시 21분 보낸 문자에서 "너는 참 의리 있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임검사의 수사결과 현직 부장검사가 구속까지 된 사안에 대해 최 중수부장이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라고 말하라고 조언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최 중수부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중수부장은 전날(28일) 자신에 대한 감찰 발표가 난 이후 "문제 삼는 문자메시지는 본인의 친구(대학동기)인 김광준 부장이 언론보도 이전의 시점에 억울하다고 하기에 언론 해명에 관해 개인적으로 조언한 것일 뿐이고, 검사 윤리규정상 문제될 바가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감찰본부는 "감찰기간 중 감찰 대상자(김광준 부장검사)와 언론대응 방안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도록 조언하는 등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다"면서 "앞으로 감찰본부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여 비위 해당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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