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기·3D 입체영상 무대... 이 공연 놓치지 마라
[리뷰] 뮤지컬 <레미제라블>
굶주린 조카에게 먹일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에 갇힌 청년이 있다. 기구한 운명의 죄수는 가까스로 가석방되지만 전과자에 대한 세상의 멸시는 낙인이 되어 또다시 죄를 저지르게 만든다.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소설가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속 주인공 사연이다. 우리에게 '장발장'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레미제라블>은 제목처럼 '비참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1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벅찬 감동을 주는 고전 <레미제라블>이 2012년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50년 만에 새로 번역한 소설부터 휴 잭맨, 앤 헤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만 등 톱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대학로에서 공연을 앞둔 연극, 그리고 한국어 버전으로서는 최초로 공연될 뮤지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중 특히 '뮤지컬'을 눈여겨 볼만 하다.
'표를 사지 못했다면 구걸해라, 그도 안 되면 훔쳐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무대에 올랐을 때 영국 언론 <런던 스탠더드>는 '티켓을 구걸하거나 훔쳐서라도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튼튼한 짜임새의 스토리와 흡인력 있는 음악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전 세계 43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돼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세계 최고이자 최장수 뮤지컬이다.
'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기획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가 제작한 <레미제라블>은 그가 만든 작품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네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레미제라블>이 1985년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후 27년 만에 드디어 국내에서도 막을 올렸다.
뮤지컬 팬들에게 <레미제라블> 우리말 공연은 분명 '역사적 사건'이지만, 작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남과 동시에 배우 캐스팅과 공연장 선정에 대해 우려 섞인 의문을 갖게 했다. 먼저 배우 캐스팅에서 <레미제라블>은 '원 캐스팅(one casting)' 방식을 택했다. 국내 뮤지컬 대부분이 한 배역에 배우 두세 명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 방식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1년 이상 장기 공연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 배우가 한 배역을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소화하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인 탓이다. 더욱이 초연임에도 서울의 유명 공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생 공연장 '포은아트홀'을 택했다. 중심가가 아닌 곳에 위치한 공연장은 관객이 선뜻 예매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평일 저녁 8시 공연을 보고나면 밤 11시를 훌쩍 넘겨 귀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이 두 약점 모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원 캐스팅 방식은 무엇보다 배우들 간 앙상블이 중요한 뮤지컬에서 서로 호흡 맞출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작품의 질을 높인다. 오랜 시간 연습으로 배역이 완전히 체화된 상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은아트홀을 선택한 것 역시 가장 적합한 '무대'를 꾸미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올리기로 한 <레미제라블>은 제작사에서 "극장 크기와 작품이 맞지 않는다"는 반발로 2007년 무산됐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은 작품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12년 적당한 크기인 1200석 규모를 가진 포은아트홀이 선정돼 드디어 초연을 가졌다.
7개월간 10차에 걸친 혹독한 오디션 통해 선택된 정성화·조정은
원 캐스팅 뮤지컬인 만큼 <레미제라블> 배우 오디션은 한국 뮤지컬 역사상 유래 없이 까다로웠다. 제작사는 40여 명의 출연 배우를 뽑기 위해 무려 7개월간 10차에 걸친 오디션을 진행했다. 2000여 명의 배우가 지원해 치열한 경합을 거친 결과 카메론 매킨토시의 최종선택으로 주연과 조연 배우들이 선택됐다.
여기에는 흔히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아이돌 등 스타 캐스팅이 없다. 잘 알려진 배우라고 해봐야 <영웅>, <라카지>의 정성화, <조로>, <맨오브라만차>의 조정은 정도다. 주인공 장발장 역을 거머쥔 배우 정성화(37)는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말고 다른 생각이나 활동은 아예 안 할 계획"이라며 "1년 동안 오로지 장발장으로 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작품에 큰 애착을 보였다. 발탁된 배우 전원은 공연에 앞서 연습실에서 7주, 무대에서 3주간을 거의 살다시피 하며 연습에만 매진했다.
첫 공연이었음에도 마지막 공연을 보는듯한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원 캐스팅을 기반으로 한 오랜 연습에 있었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어지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인 <레미제라블>에서 배우의 가창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요하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으로 한국 양대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력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질 만큼 정성화는 풍부한 성량과 안정적 발성으로 장발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일치감을 보여주었다. 다만 원 음역대가 중저음이어서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등 몇 노래의 고음을 소화하지 못해 음이탈을 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실수를 압도할 만큼 정성화의 연기력은 신들린 듯 했고, 표현력도 훌륭했다.
3D 입체 영상까지 동원한 영상 주목할 만... 음향은 아쉬워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도 빛났다. 에포닌 역의 배우 박지연과 떼나르디에 부인 역의 배우 박준면은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박준면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에 익살스럽고도 재밌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게 했고, 박지연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레미제라블>의 대표곡 '나 홀로(on my own)'을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더욱이 이번 공연에 주목할 만 한 점은 무대 구성이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전원 내한해 제작비 200억으로 연출한 무대는 웅장하고 압도적이다. 바닥부터 3층 높이로 세워진 세트와 빅토르 위고가 직접 그린 삽화에서 따온 이미지들이 극의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각 장면마다 다채로운 색으로 무대 뒤편을 비춘 3D 입체 영상은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를 지나가는 장면과 자베르가 물로 투신하는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극의 효과를 살렸다.
다만 음향적인 부분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간단한 대화도 모두 노래로 진행하는 작품 특성상 음향이 매우 중요한데, 몇 대화의 음성이 뭉개져 답답할 정도로 잘 들리지 않았다. 아직 공연 초반기인 만큼 이 점은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사랑'으로 귀결되는 <레미제라블>, 대구 부산 거쳐 서울로
<레미제라블>이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다. 전쟁이라는 잔혹함과 혁명이라는 혼란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을 하려는 존재임을 이 작품은 일깨워준다. 딘뉴 주교의 자비로운 사랑을 경험한 장발장은 전과자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시장이 되고, 가난 때문에 몸을 파는 여인 팡틴과 그의 딸 코제트를 사랑으로 보살핀다.
에포닌은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우스가 다른 여인 코제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전달하다 총에 맞기도 하며, 오직 법만을 맹신하던 자베르는 자신이 평생 쫓던 악인 장발장이 사랑으로 가득한 선인(善人)임을 깨닫자 혼란을 느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대명제로 모든 인물들이 수렴하는 것이다.
이번 달 3일부터 시작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 25일을 끝으로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용인 공연은 유료점유율 95% 이상을 유지하며 빈 객석이 없을 정도였다.
약 열흘간 휴식을 가진 뒤 대구, 부산 공연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대장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구 계명아트센터(1900석)에서 오는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부산 소향아트센터(1140석)에서 2013년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1760석)에서 2013년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선택된 공연장 모두 2000석 미만으로 <레미제라블>을 공연하기 알맞은 크기다.
이 외에도 연극 <레미제라블>은 오는 12월 19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오를 예정이며,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레미제라블> 역시 현재 촬영을 모두 마치고 오는 1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분간은 레미제라블의 시대가 될 것 같다.
1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벅찬 감동을 주는 고전 <레미제라블>이 2012년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50년 만에 새로 번역한 소설부터 휴 잭맨, 앤 헤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만 등 톱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대학로에서 공연을 앞둔 연극, 그리고 한국어 버전으로서는 최초로 공연될 뮤지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중 특히 '뮤지컬'을 눈여겨 볼만 하다.
'표를 사지 못했다면 구걸해라, 그도 안 되면 훔쳐라'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음사에서 최근 재번역해 발간한 소설 <레미제라블> 표지, 그리고 연극,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포스터. ⓒ 각 기획사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무대에 올랐을 때 영국 언론 <런던 스탠더드>는 '티켓을 구걸하거나 훔쳐서라도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튼튼한 짜임새의 스토리와 흡인력 있는 음악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전 세계 43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돼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세계 최고이자 최장수 뮤지컬이다.
'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기획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가 제작한 <레미제라블>은 그가 만든 작품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네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레미제라블>이 1985년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후 27년 만에 드디어 국내에서도 막을 올렸다.
뮤지컬 팬들에게 <레미제라블> 우리말 공연은 분명 '역사적 사건'이지만, 작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남과 동시에 배우 캐스팅과 공연장 선정에 대해 우려 섞인 의문을 갖게 했다. 먼저 배우 캐스팅에서 <레미제라블>은 '원 캐스팅(one casting)' 방식을 택했다. 국내 뮤지컬 대부분이 한 배역에 배우 두세 명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 방식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1년 이상 장기 공연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 배우가 한 배역을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소화하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인 탓이다. 더욱이 초연임에도 서울의 유명 공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생 공연장 '포은아트홀'을 택했다. 중심가가 아닌 곳에 위치한 공연장은 관객이 선뜻 예매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평일 저녁 8시 공연을 보고나면 밤 11시를 훌쩍 넘겨 귀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이 두 약점 모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원 캐스팅 방식은 무엇보다 배우들 간 앙상블이 중요한 뮤지컬에서 서로 호흡 맞출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작품의 질을 높인다. 오랜 시간 연습으로 배역이 완전히 체화된 상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은아트홀을 선택한 것 역시 가장 적합한 '무대'를 꾸미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올리기로 한 <레미제라블>은 제작사에서 "극장 크기와 작품이 맞지 않는다"는 반발로 2007년 무산됐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은 작품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12년 적당한 크기인 1200석 규모를 가진 포은아트홀이 선정돼 드디어 초연을 가졌다.
7개월간 10차에 걸친 혹독한 오디션 통해 선택된 정성화·조정은
▲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정성화가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레미제라블 코리아
여기에는 흔히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아이돌 등 스타 캐스팅이 없다. 잘 알려진 배우라고 해봐야 <영웅>, <라카지>의 정성화, <조로>, <맨오브라만차>의 조정은 정도다. 주인공 장발장 역을 거머쥔 배우 정성화(37)는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말고 다른 생각이나 활동은 아예 안 할 계획"이라며 "1년 동안 오로지 장발장으로 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작품에 큰 애착을 보였다. 발탁된 배우 전원은 공연에 앞서 연습실에서 7주, 무대에서 3주간을 거의 살다시피 하며 연습에만 매진했다.
첫 공연이었음에도 마지막 공연을 보는듯한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원 캐스팅을 기반으로 한 오랜 연습에 있었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어지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인 <레미제라블>에서 배우의 가창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요하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으로 한국 양대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력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질 만큼 정성화는 풍부한 성량과 안정적 발성으로 장발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일치감을 보여주었다. 다만 원 음역대가 중저음이어서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등 몇 노래의 고음을 소화하지 못해 음이탈을 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실수를 압도할 만큼 정성화의 연기력은 신들린 듯 했고, 표현력도 훌륭했다.
3D 입체 영상까지 동원한 영상 주목할 만... 음향은 아쉬워
▲ 에포닌 역을 맡은 배우 박지연(왼쪽)와 떼나르띠에 부인 역을 맡은 배우 박준면은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 레미제라블 코리아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도 빛났다. 에포닌 역의 배우 박지연과 떼나르디에 부인 역의 배우 박준면은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박준면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에 익살스럽고도 재밌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게 했고, 박지연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레미제라블>의 대표곡 '나 홀로(on my own)'을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더욱이 이번 공연에 주목할 만 한 점은 무대 구성이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전원 내한해 제작비 200억으로 연출한 무대는 웅장하고 압도적이다. 바닥부터 3층 높이로 세워진 세트와 빅토르 위고가 직접 그린 삽화에서 따온 이미지들이 극의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각 장면마다 다채로운 색으로 무대 뒤편을 비춘 3D 입체 영상은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를 지나가는 장면과 자베르가 물로 투신하는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극의 효과를 살렸다.
다만 음향적인 부분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간단한 대화도 모두 노래로 진행하는 작품 특성상 음향이 매우 중요한데, 몇 대화의 음성이 뭉개져 답답할 정도로 잘 들리지 않았다. 아직 공연 초반기인 만큼 이 점은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사랑'으로 귀결되는 <레미제라블>, 대구 부산 거쳐 서울로
▲ 프랑스 혁명 당시를 시민들의 저항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무대 뒤 3D 입체 영상이 흘러 극의 긴박감과 역동성을 더했다. ⓒ 레미제라블 코리아
<레미제라블>이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다. 전쟁이라는 잔혹함과 혁명이라는 혼란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을 하려는 존재임을 이 작품은 일깨워준다. 딘뉴 주교의 자비로운 사랑을 경험한 장발장은 전과자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시장이 되고, 가난 때문에 몸을 파는 여인 팡틴과 그의 딸 코제트를 사랑으로 보살핀다.
에포닌은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우스가 다른 여인 코제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전달하다 총에 맞기도 하며, 오직 법만을 맹신하던 자베르는 자신이 평생 쫓던 악인 장발장이 사랑으로 가득한 선인(善人)임을 깨닫자 혼란을 느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대명제로 모든 인물들이 수렴하는 것이다.
이번 달 3일부터 시작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 25일을 끝으로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용인 공연은 유료점유율 95% 이상을 유지하며 빈 객석이 없을 정도였다.
약 열흘간 휴식을 가진 뒤 대구, 부산 공연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대장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구 계명아트센터(1900석)에서 오는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부산 소향아트센터(1140석)에서 2013년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1760석)에서 2013년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선택된 공연장 모두 2000석 미만으로 <레미제라블>을 공연하기 알맞은 크기다.
이 외에도 연극 <레미제라블>은 오는 12월 19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오를 예정이며,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레미제라블> 역시 현재 촬영을 모두 마치고 오는 1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분간은 레미제라블의 시대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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