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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실습생, 엄청 철들었네!

신인섭군이 들려주는 취업실습 3개월 스토리

등록|2012.11.30 10:28 수정|2012.11.30 17:19
남자는 군대 가야 철든다 했던가. 그런데, 취업 나가 철들었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그것도 군대 3년도 아니고 고작 취업 3개월이라는데. 신인섭(안성 두원고 3년)군 자신도 놀랄 정도란다. 도대체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신인섭군사진 찍기 전엔 몰랐다. 신인섭 군이 여성스러운 외모이고, 꽃미남이라는 걸. 마치 소녀처럼 생긴 저 소년의 생각은 아주 어른스럽다 못해 장했다. 신 군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희망을 발견했다. ⓒ 송상호


"취업 직장, 능동적으로 선택했어요"

취업 첫날은 무척 설레었단다. 그 날짜를 신군은 뚜렷이 기억한다. 올해 7월 23일, 생애 첫 출근의 날이다. 자동차선루프 제조 공장이다. 기대와 달리 익숙하지 않은 작업환경이 힘들게 했다. 서투른 일솜씨가 불량제품도 유발했다. 눈치도 보이고, 몸은 힘들었다.

다행히 직장 환경은 좋았다. 깨끗한 작업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에 직장선배들이 좋았다. 때론 야단도 쳐주고, 배려도 해주고, 조언도 해준다. 젊었을 때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라는 조언이 제일 많았다. 그 공부는 대학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하라는 거다.

신군은 이 직장을 자신이 직접 선택했다고 강조한다. 왜? 근무교대를 하지 않으니까. 근무교대를 하게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니까. 신군은 벌써 돈 버는 데만 '올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 그건 바로 댄스활동이다. 고교시절, 신군은 친구들과 댄스를 부지런히 연습하여 댄스대회를 나가곤 했다. 요즘도 직장이 끝나면 오후7시부터 10시까지 매일 댄스연습을 한다.

제일 변화된 점, 자기관리가 되더라

실습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을 물었다. 그건 바로 자기관리가 철저해졌다는 것. 학교 다닐 때는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학교 가면 비몽사몽간에 수업을 듣곤 했다.

하지만, 요즘 신군의 하루 일과는 분명하다. 아침 6시 기상, 8시까지 회사 출근, 5시에 퇴근, 저녁 7시에서 10시까지 댄스 연습, 12시 전엔 반드시 취침 등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내일 일을 위해 저절로 시간관리가 되더란다. 불규칙적인 생활이 규칙적으로 되니 건강도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돈 관리도 된다고. 월급은 100만원도 채 안 된다. 하지만, 그 돈의 60%를 적금으로 넣는다. 미래를 위해서다.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한다. 이젠 부모님으로부터 될 수 있는 대로 용돈도 받지 않는 편이다. 5만원은 따로 저금한다. 1년에 1회 정도는 여행을 갈 계획이다. 젊었을 때 세상경험을 더 쌓기 위함이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경험을 쌓으려 한다.

인생 공부 제대로 했네

더 벌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신군 왈 "사람은 버는 만큼 그 안에서 쓰게 되어 있더라. 얼마만큼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더라"란다. 어허! 이 친구 보게 완전히 도를 깨우쳤구먼. 신군은 월급을 좀 더 받는 친구를 보았다. 더 버는 친구인데도 알차게 안 쓰는 걸 보고 느꼈단다. 신군은 댄스 연습 전에 먹는 저녁을 도시락으로 싸다닌다.

직장에서 일 해보니 '인생에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구나'를 느꼈단다. 직장에서 가르쳐 준대로 신경 쓰서 일해도 불량제품이 나오는 걸 보며 깨달았다고. '인생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니. 취업 3개월이 이토록 인생 공부를 시킬 줄 누가 알았을까.

학교 다닐 땐, 목표 의식이 없었다. 이젠 목표의식이 생겼다. 길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 공부 잘해야 취업할 때도 우선순위로 괜찮은 직장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목표의식 없이 허투루 시간 보내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고.

대학은 필요하면 가고 아직은 생각 없어

아직 대학 갈 계획은 없단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필요하면 가겠다고. 그 땐 전적으로 자신의 돈으로 가는 거다. 처음엔 대학가는 친구들과 비교해 후회도 했다. 이젠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지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전기기사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지금 직장에서 있어보니 자신에게 딱 필요한 자격증이라는 것. 직장 다니면서 필요에 의해서 자격증 따는 것이 실속 있다고 벌써 알아차린 게다.

지금 직장이 특례(군 대체복무 산업체)가 되면, 계속 다닐 생각이다. 특례가 되지 않으면, 제대하고도 지금 직장을 다닐 생각이다. 별다른 사유 없으면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닐 거란다. 다만, 사람의 일이란 거는 모르니 오늘까지의 자신의 생각이란 걸 강조한다.

사실 신군의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을 생각도 있다. 신군은 자신의 아버지가 화물차 운전을 하시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향후 경과에 따라 필요하면 화물차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안성시내에 있는 한 공원에서 만나 신군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가 끝난 공원은 어둑해졌다. 댄스연습 하러 떠나는 신군의 뒷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늠해본다.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에서.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8일 안성의 한 공원에서 신인섭군과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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