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강원도 찾은 박근혜, '연예인 군단'으로 흥행 성공?

[현장] 강릉·춘천 '열성 지지자'로 세몰이... "준비된 미래로 강원 이끌 사람 필요"

등록|2012.12.02 18:21 수정|2012.12.02 18:22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춘천 춘천풍물시장 유세를 마친뒤 차량에 올라타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 2일 오전 강원도 춘천 춘천풍물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빨간 비닐봉지를 들어보이며 박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 2일 오전 강원도 춘천 춘천풍물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 수많은 시민과 지지자들이 모여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연예인들이 저렇게 있는데 사람들이 안 모여들겠어요? 저 앞의 사람들은 동원됐다고 보고, 멀찍이 떨어진 사람들은 지나가다 모여든 거죠."

2일 오후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춘천 풍물시장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평했다. 그는 박 후보 유세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러 나온 참이었다.

그의 말처럼 유세 차량 위에는 연예인 10여 명이 마이크를 번갈아 잡으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유세 차량에서 가까운 쪽에는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소품을 착용한 이들이 많았고, '빨간 봉지'나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사랑해, 사랑해, 근혜 사랑해"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을 든 40·50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유세차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팔짱을 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현장 호응도가 박 후보 측이 보다 앞선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전날(1일) 춘천을 방문했을 때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점부터 그랬다. 이날 온의동 풍물시장 앞에는 약 2000여 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오전 9시 20분에 진행된 강릉 택시부광장 유세 때도 약 8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강릉 유세에 모여든 이들은 상당수 노장년층이었다. 그러나 유세가 휴일인 일요일 아침 일찍 진행된 점을 감안하며 충성도가 상당히 강한 이들인 셈이다.

관계자는 "(문 후보의 경우) 춘천 일정은 너무 아침 일찍이었고 원주 시장에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면서 "단일화 때문에 선거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서 선거운동에 돌입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 지원사격 받은 박근혜, "이념대통령 아닌 민생대통령 뽑아야"

▲ 2일 오전 강원도 춘천 춘천풍물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연예인 자원봉사단 '누리스타' 소속 연기자 정호근, 가수 설운도씨가 참석해 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지지자들이 응원 피켓을 들어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 2일 오전 강원도 춘천 춘천풍물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빨간 비닐봉지를 들어보이며 박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후보는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유세장 분위기는 후보가 없어도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유세지원본부 산하 '누리스타' 소속 연예인들 덕분이다. 사회자는 "박 후보가 곧 도착한다"면서 마이크를 계속 연예인들에게 넘겼다.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 떠나지 않도록 한 셈이다. 통했다. 오히려 사람 수는 점점 불어났다. 

가수 설운도씨는 "선거법에 위반되니깐 1절만 하겠다, 다 같이 합창하자"며 <소양강 처녀>를 구성지게 불렀고, 배우 안혜숙씨는 "연기생활 30여 년 동안 (박 후보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역을 많이 맡아서 좋은 이미지를 (후보에게) 빚졌다"며 "애잔한 마음으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배우 강만희씨는 "종북세력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애국자 아닌가,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달라"며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을 흔들며 유세차에 오른 박 후보는 먼저, "제가 지난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치를 때 강원도에서 큰 신뢰를 보내주셔서 저희 당을 지킬 수 있었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강원도민에 대한 감사부터 표했다. 또 "실패한 과거 정권 주역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우리나라는 한 걸음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강원도를 준비된 미래로 이끌 확실한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평창올림픽이 도민 여러분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삶이 나아지려면 이번 대선은 '이념대통령'이 아닌 '민생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또 다시 국민의 편을 가르는 이념대통령 나오면 강원도와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말이 끝날 때마다 선거운동원들은 "국민행복 박근혜", "사랑해요 박근혜"를 외쳤다.

지역별 맞춤 공약도 내놓았다. 그는 "춘천을 강원 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으로 키워가겠다"며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를 조기 착공하고 반환된 주한미군 춘천캠프를 지역경제 활성 위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박 후보는 강릉 유세에서는 "강릉을 동해안권 경제를 일으키는 새로운 중심지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 지능형 전력망 거점지역 지정 ▲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사업 적극 지원 등을 공언했다.

박 후보는 춘천 유세가 끝난 뒤 교통사고가 난 수행원들이 있는 홍천 아산병원으로 직행했다. 박 후보는 유세 시작 당시 교통사고 소식을 보고 받았지만 자신을 14년간 자신을 보좌해온 이춘상 보좌관의 사망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문재인, 강원도 와서 선물 주긴커녕 망언 하고 갔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 유세에서 권성동 의원과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박 후보는 "녹색 시범 도시로 추진중인 강릉을 지능형 전력망 거점으로 지정하고 동해, 삼척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건설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 유성호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 유세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지지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새누리당의 '문재인 때리기'는 여전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강릉 유세장에서 찬조연설에 나서 "문재인은 분열의 아이콘"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문 후보가) 강원도에 와서 선물을 주기는커녕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고성으로 옮기겠다는 망언을 했다"며 "이는 강원도민을 분열시켜서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 내 지자체 사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유치를 두고 신경전을 부리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표를 위해 지자체 간 갈등을 조장시키고 있단 주장이다.

권 의원은 또 "(문 후보가) 춘천에 이화여대 등 수도권 유명대학 분교 등을 유치해 춘천을 교육특구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가능한 얘기냐"며 "우리 강릉에 있는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분교가 설치되면) 강릉에 젊은이들이 더더욱 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춘천 유세에서 "문 후보가 핵심 실세로 있던 지난 정권도 민생을 살리겠다면서 정권 잡자마자 민생과 관계없는 국가보안법 폐지·사학법 개정·과거사 청산 등 이념투쟁으로 날밤을 지새웠다"며 "저는 정치인생 15년 동안 지키지 못할 약속 안 드렸다, 이번에도 꼭 지켜서 여러분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 수많은 유권자들이 모여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