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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잘 키우는 방법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우리 집 복덩어리

등록|2012.12.03 09:59 수정|2012.12.03 09:59
잠시 전 서울의 딸과 통화를 했습니다.

"저녁은 먹었니?"
"네. 아빠는요?"
"아빤 이따 짝꿍과 (업무) 교대를 한 연후라야 먹을 수 있지. 그나저나 요즘도 논문 쓰느라 바쁘니?"
"네, 다음 주에 교수님께 제출해봐서 단번에 OK가 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아니 하면 다시 작성해야 돼서 걱정이에요."
"아무튼 밥 거르지 말고 챙겨 먹으면서 쉬엄쉬엄 하거라. 감기에도 조심하고."
"근데 아빠 목소리가 안 좋으시네요?"
"감기가 들었는데 당최 안 낫네. 그럼 잘 있어."
"아빠도 건강하세요~."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래서 말인데 어서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길 벌써부터 바라고 있습니다. 왜냐면 내년 2월이면 딸이 대망의 대학원 졸업을 하기 때문이죠.

벌써 취업은 확정되었으므로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이젠 직장인이 되는 딸입니다. 따라서 지난 2005년에 대학생이 되어 상경한 딸에 대한 8년여의 바라지 역시도 종착역에 닿을 듯 싶네요.

'이실직고'하건대 그동안 딸은 물론이요, 그 위인 아들까지 대학 문 나서게 하느라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늘 그렇게 박봉으로 힘겹게 살자니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어쨌거나 고생 끝엔 낙이 있다더니 그 말이 기실 틀린 건 아니다 싶어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지 싶습니다.

▲ 동창들과 함께한 송년회 ⓒ 홍경석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회 겸 송년회가 있어 고향인 천안에 갔습니다. 너무 이른 송년회였음에도 40명 가까이나 온 덕분에 회장과 총무의 입도 귀에 가 붙었지요. 한데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한 친구가 제 여식의 자랑을 '공고(公告)'했지 뭡니까.

"경석이 친구 딸이 ○○○○○에 취업됐대. 그러니 우리 친구들이 모두 축하 좀 해주면 어떨까?"

그러자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지요. 다소 쑥스럽긴 했으나 평소와 같이 팔불출스럽게 냉큼 일어나 인사를 하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2차론 룸살롱 술집을 하는 친구의 배려로 커다란 룸으로 들어섰지요. 거기선 한국인 주당들 특유의 폭탄주까지 돌았습니다. 그걸 나누는데 한 동창이 말하더군요.

"이제 자네도 고생은 끝난 듯 싶어 괜스레 나까지 기분이 좋구만. 자네의 딸내미가 그같이 복덩어리라니 얼마나 좋은가?"
"복덩어리? 하하하~ 맞구만. 내 딸은 명실상부와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복덩어리지, 암~!"

동창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나저나 어찌 하였기에 자네의 두 아이가 모두 동창들 사이에서도 칭찬의 대상이 된 것인가? 그 노하우 좀 알려주게나."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요.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궁금하면 500원."

친구가 박장대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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