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100% 위해 청와대 입성"...'알바 대통령' 나섰다
[대선후보 인터뷰] 기호 7번 김순자 후보
▲ 청소노동자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정문 삼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조재현
"서울대 간다고 취직 됩니까, 연대·고대 가면 취직 됩니까. 그런데 이 '대'에 가면 무조건 취직 됩니다. 바로 청와대입니다. 제가 청와대에 가면 청년 실업은 없을 겁니다."
'알바(아르바이트의 준말)들의 대통령'이라는 소개를 받고 대형 유세 버스에 오른 기호 7번 김순자 무소속 대선 후보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우렁찬 유세에 선거운동원 20여 명의 박수가 나왔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 역 부근 대형백화점 앞에서 이뤄진 김 후보의 유세는 작지만 강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백화점 앞은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유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더해갔다.
그는 "내가 청와대에 가면 처녀 총각들 시집 장가 보내줄 수 있다"며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청년들 장가보내려고 청소 노동자, 보통 아줌마 김순자가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외쳤다. '실업'과 '결혼' 문제가 언급되자, 바쁘게 지나치던 20~30대들은 고개를 돌려 힐끗 유세 버스를 바라봤다.
'노동자 대통령' 바라는 200여 명의 마음이 모여 대선 출마
▲ 청소노동자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정문 삼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있는 가운데 선거사무원들이 '기호7번 김순자'라고 쓰여진 손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 조재현
김 후보의 정치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던 김 후보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뜻 아래 무소속으로 대선에 도전했다. 국회의원에 대통령까지, 큰 꿈을 꾸고 있는 그의 본업은 청소노동자. 울산과학대에서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조를 만든 후 계약 해지를 당했고, 여기에 맞서 승리했다. 노조 결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그는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런 김 후보 옆에는 청년들이 함께 했다. 서울지역에만 5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이 '자원봉사'로 김 후보를 돕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과 청년들은 맞닿아 있는 점이 많다"며 "이번 대선을 치르며 청년들을 만난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십시일반은 대선 기탁금 마련에도 적용됐다.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200여 명의 마음이 모여 3억 원의 기탁금을 마련했다. '노동자 대통령'을 바라는 200여 명의 마음이 함께 대선에 출마한 것이다.
'노동자 대통령' 답게 핵심 공약은 노동 문제에 집중돼 있다. ▲ 유급 안식년 제도 도입 ▲ 월 33만 원 기본 소득 보장 ▲ 비정규직 악법 철폐 ▲ 노동시간 35시간으로 단축 등이 그것이다. 김 후보는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노동자 대통령 후보다 보니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부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걷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늘 선거비용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분은 전국을 돌며 채우려고 한다. 김 후보는 당장 4일부터 제주도에 내려가 전국 순회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그는 '청와대 입성 전략'을 묻자 "돈이 없어 플래카드도 못 거는데, 우리 버스가 정말 최고"라며 "저 버스를 타고 곳곳을 다니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는 박근혜·문재인 후보한테 속지 말라'고 외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김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노동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선 출마했다"
▲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 ⓒ 조재현
- 비례대표 도전에 이은 대통령 도전이다, 도전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노조 활동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경비 노동자·급식 조리사·아르바이트·마트 근무자 등 조직되지 못하고 조직할 수도 없는 노동자들의 얘기다. 총선 때도 그랬지만, 그 분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은 노동자 아닌가. 숨은 노동자들이 무궁무진하다. 누군가가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총선 끝나고 현장에 돌아갔을 때 달라진 게 있던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학교 학생들이 다니면서 '수고하십니다'라며 인사를 많이 하더라. 내가 총선 비례대표에 출마했다는 걸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았다. 교수님들도 '김 후보를 찍었다'며 격려해주셔서 '그 표 다 어디갔냐'며 또 웃고 그랬다."
-총선 때 당선을 기대했었나.
"기대 많이 했었다. 진보신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을 알았음에도 비정규직 목소리를 내주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당임을 믿고 출마했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 없다."
- 그런데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됐다.
"굉장히 안타깝다. 당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진보신당 후보로 나왔다면 행복했을 것 같다. 나도 내가 무소속으로 나가리라고 생각 못했다. 근데 출마를 결심 했는데, 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당론을 정했다. 이대로 접을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수많은 목소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고민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탈당하고 나왔다."
- 무소속으로 나서다 보니 언론이 더욱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군소정당도 인기가 없는데 무소속이니 더 어려움이 많다. 마음 아픈 일이다. 유력한 후보는 쫓아다니면서 취재해 가만히 있어도 홍보가 되는데 힘없는 우리들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나. 언론의 부당함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언론이 공정해져야 차별이 없을 텐데 언론부터 차별하고 있다."
"우리가 잘못해서 청년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
- 여러모로 힘이 들텐데, 누가 가장 힘이 되나.
"딸이 '엄마 파이팅'이라며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준다. 지난 총선 때 봉준호 감독이나 변영주 감독이 나를 지지한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우리 딸도 '그 분들이 엄청 유명한 분들이라고, 딸보다 엄마가 유명하다'고 하더라. 선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만난 게 청년들이다. 마흔이 넘어야 대통령 후보에 출마할 수 있어서 청년들은 자신들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할 공간이 없다. 비정규직이나 청년들이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건 매한가지다. 그런 교집합에서 청년들과 마음을 모았고 많은 청년들이 선거를 도와주고 있다. 가장 뜻 깊게 생각하는 게 청년들을 만난 거다."
- 선거운동원 중에 대학생이 많아 보이더라.
"내가 엄마 같다. 항상 보면 '옷 많이 입었나, 감기 오지 않게 해야 한데이'라고 잔소리 한다. 학생들 보면 우리가 잘못해서 청년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우리가 좀 더 잘 살았으면 이런 고생 안 할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함께 청와대로 가면 다 해결된다."
- 대선 기탁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3억 원의 기탁금 때문에 등록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 몇 분은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서 함께 해줬다. 감사하고 미안하다."
"유급 안식년 제도, 교수만 혜택 보라는 법 있나"
▲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 ⓒ 조재현
- 대표적인 공약이 뭔가.
"비정규직 악법을 없애는 건 당연하다. 유급 안식년 제도를 도입해서 6년 일하고 1년 쉬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수님들이 유급 안식년 제도 혜택을 받는 걸 알았다. 고급 인력만 안식년 하라는 법 있나. 모두가 쉬면서 일할 권리가 있다. 또,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과로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면 87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나눈 일자리의 임금이 적으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된다. 혼자서 생활하려면 최소한 150만 원이 필요한데, 현재 최저임금으로 치면 100만 원밖에 벌지 못한다. 나머지 50만 원은 어디서 충당하라는 것이냐. 100만 원으로는 문화생활도, 외식도 다 그림의 떡이다. 또한 15세 이상의 사회 구성원에게 매월 33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도 핵심 공약이다. 나 스스로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노동자 대통령 후보니까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 좋은 정책이지만 돈이 많이 들 것 같다.
"일반 노동자들은 10원 한 장 속이지 못하고 세금을 내게 된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증세 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 1/3이 지하 경제다. 이걸 파헤쳐서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또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은 다 똑같이 낸다. 왜 자꾸 부자인 사람들을 봐주고 있나. 부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걷으면 된다."
- 문재인 후보는 본인 스스로를 '서민 후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그분들, 못 믿는다. 박근혜 후보도 만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며 '준비된 대통령'을 외치는데, 의원 수도 많고 현재 정권을 갖고 있는데 지금 하면 되지 않나. 민주정부 10년 동안 의원 수도 많았는데 문 후보는 그때 뭐했나. 수많은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정부 10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코너에 몰렸다. 이래놓고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걸 보니 열통 터진다. 차라리 '돈 있는 사람만 위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다른 노동, 다른 정치, 다른 세상'을 꿈꾼다"
▲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 ⓒ 조재현
- 같은 '노동자 후보'를 표방한 김소연 후보와의 차별점은 뭐라고 보나.
"김소연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현장 조직 노동자를 좀 더 대변하고, 나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를 좀 더 대변하는 것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한 사람만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두 사람이 내면 더 크고 우렁차지 않겠나."
- 포스터에 '좌파의 시대'라 적었다. 너무 강공의 느낌이다.
"'다른 노동·다른 정치·다른 세상' 이걸 가장 앞세우고 있다. 현재 모두가 정권교체에만 눈이 어두워져 있는데 그러면 노동자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 할 것인가. 대선이 지나고 나면 다시 뭉쳐서 좌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의 미래가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 청와대로 가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가.
"당장 내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준비된 대통령' 이런 거에 속지 말라고 외치고 다닐 것이다. 노동자 문제부터 가장 먼저 풀기 위해, 내가 청와대로 가기 위해 전국적으로 운동을 펼칠 거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나는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남편과 사별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가장 바닥에 있는 청소 노동자로 살아왔다. 누구보다도 서민의 고통, 비정규직의 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출마했다. 많은 지지 부탁드린다."
나는 왜 김순자를 지지하는가 |
▲ 하윤정씨 ⓒ 조재현 김순자 후보 캠프 '순 캠'에서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이 젊은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어떤 연유로 학업을 뒤로한 채 캠프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게 됐을까. "자신의 부당한 삶을 바꿔낸 사람이, 이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겠다고 나선 걸 보고" 김 후보를 돕기로 결심했다는 하윤정(26)씨와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언제부터 '순 캠'에서 활동했나. "공식 후보 등록하기 전부터 합류했으니, 2주 정도 됐다." - 원래 김순자 후보를 알았나. "2009년에 강연에서 한 번 뵌 적 있다. 올해 4월에 국회의원 선거 나왔을 때 관심을 가졌는데 대선에 나오신다고 해서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현재 대학생인가. "내년 2월에 졸업한다. 학점은 다 이수했는데 졸업을 미룬 상황이다. 졸업 유예 기간 동안 김 후보를 돕고 있다. 모든 일정을 다 함께 하지는 않는다. 졸업하려면 토익이랑 컴퓨터 자격증 등이 필요해서 시험 보러 가기도 하고 학원도 간다. 이런 일정과 병행해서 하고 있다." - 취직 준비로 바쁜 시기일텐데, 돕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청소노동자 싸움이나 이런 게 별로 알려지지 않고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인데, 스스로 노조도 만들고 활동하는 걸 보고 참 신기했다. 자신의 부당한 삶을 바꿔낸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겠다고 나선 걸 보니 내공이 정말 깊다고 느꼈다. 김 후보가 대선에 나온다고 했을 때 사람이 많이 필요할 것 가았다. 공약에도 동의해 함께 활동하게 됐다. - 선거 운동원으로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뭔가. "명동에서 유세를 하는데 한 아저씨가 당선도 안 될 건데 기탁금 3억 원을 어려운 사람한테 기부하지 그랬냐고 하더라. 유력한 후보들은 몇백억 원씩 쓰고도 일정 표 이상을 얻으면 그 돈을 고스란히 돌려준다는데 속상하더라. 아저씨한테 일일이 대거리할 수도 없고, 답답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 속에서 힘들게 출마를 결심 했다. 당장은 당선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 때문에, '정권교체 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다보면 내가 죽기 전까지 김순자 후보 같은 사람이 대통령 못될 거 같다. 김 후보를 응원해주고 이런 사람이 정치할 수 있게 지지해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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