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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토론 임하는 박근혜, '부자 몸조심' 중

겉은 '긴장', 속은 '굳히기' 자신... "럭비공 이정희, 문재인에 마이너스"

등록|2012.12.04 17:07 수정|2012.12.04 17:07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강릉 택시부광장 유세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통합당 문재인·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2 대 1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문재인·이정희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이 4일 오후 8시에 진행되는 대선 후보들 간의 첫 방송토론에 대해 "두 후보의 정치공세가 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수적 열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서병수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야권후보 두 명 참 이게 곤란하다"며 "이제 이정희 후보 같은 경우에는 단일화 한다고 할 지 모르는 일도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역시 '수적 열세'를 강조하고 있다.

단단히 긴장한 모습이지만, 사실 박 후보 측이 첫 방송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부자 몸조심'이다. 당초 문재인·이정희 후보의 '협공'이 위협적일 수 있다고 봤지만 방송토론 자체가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번 선관위 주관 방송토론 규칙상, 토론자의 재반론에 대한 재재반론이 없는 단순한 '문답 형식'으로 토론이 흐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토론 주제도 ▲ 정치쇄신 방안 ▲ 권력형 비리근절 방안 ▲ 대북정책 방향 ▲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 방향 등 크게 네 가지나 된다. 세 명의 후보가 이 같은 광범위한 범위를 대상으로 해 짧은 시간 내 상대 후보의 허점을 공략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정희 '강공' 펼치면, 중도층 흡수해야 할 문재인이 힘들어져"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이정희 후보의 맹공도 큰 실점 포인트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이 후보 측 김미희 대변인은 "토론회의 집중공략 대상은 물론 박근혜 후보"라면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계획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정희 후보가 강한 공세를 펴겠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다"며 "(박 후보에게) 강공을 펴면 이 후보 측과 같은 편으로 인식돼 문 후보가 중도층을 대변할 수 있는지, 아닌지 드러내게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후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며 문 후보에게 되레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색깔이 확실한 이 후보가 문 후보와 같은 편으로 인식된다면 '중도층 흡수'란 숙제를 가지고 있는 문 후보로서도 난감할 것이란 관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두 야권 후보가 박 후보를 난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수적 열세로 위기에 처한 보수 후보'를 보고 지지층 결집이 유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 주제상, 두 야권 후보 사이에서 민감한 현안인 한미FTA나 NLL(서해 북방한계선),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이 제기될 수 있단 점도 나쁘지 않다. 특히 현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입장 차는 명확하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일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즉시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통합진보당은 같은 날 "북측 주장대로 실용위성이 분명하다면 발사 실패한 나로호와 다를 게 없지만 군사적 목적이라면 남북 핫라인을 재가동해 북측의 의도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 후보를 향해 공조를 펴야 할 두 후보가 이 같은 현안을 두고 서로 다툴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 측 신경민 선대위 미디어단장도 지난 3일 "NLL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의 예민한 현안에 대해 이 후보와 문 후보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도 두 후보 간 '차이점'을 부각시키며 사전 견제에 나섰다. 조해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후보는 지난번 통합진보당 사태 때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당과는 함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면서 "지금도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애국가를 거부하고 있다, 문 후보는 그 약속을 깨고 대선연대를 할 수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시간 짧은 만큼 간단명료하게, 터무니 없는 공격은 안 좋은 반응만 얻을 것"

박근혜 후보 측은 일단 자신의 정책공약과 비전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토론 준비를 맡고 있는 박창식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야당 후보 두 분이 새누리당을 잘 한다고 칭찬할리 있겠느냐"며 "두 후보의 공격을 피해가기 보단 그대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본부장은 '짧은 시간'에 주목했다. 그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장황하게 답변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간단명료하게 답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터무니 없는 질문이라던가, 정상적이지 못한 공격은 오히려 시청자들로부터 안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게임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며 "경제 분야보다 외교·안보에서는 박 후보의 입장과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국민들이 인지하기도 좋다, 대북관계나 안보문제 등 후보와 당 입장을 있는대로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발 변수'는 박 후보의 최측근 인사인 고(故) 이춘상 보좌관의 갑작스런 사고사다. 이 보좌관은 지난 2일 박 후보의 강원도 유세 지원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박 후보는 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아 토론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은 "토론회를 사전 연습할 계획은 원래 없었다"면서도 "지난 3일간 토론회 준비를 중점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박 후보가) 가족을 잃은 것이나 같아서 굉장히 괴로워하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영결식을 포함, 지난 3일간 빈소를 방문해 이 보좌관의 유족을 위로했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불의의 사고로 후보가 상심이 컸다, 15년 이상 함께 고생했던 보좌관을 선거 현장에서 보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좀 다르게 마음을 아파하고 있다"며 "토론에 대해서는 그냥 자료 드리는 정도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 토론은 '국민공모 질문 후 자유토론'와 '사회자 공통질문 후 상호토론'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민공모 질문 후 자유토론'의 경우, 각 후보는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대해 1분 30초간 답한 뒤, 각각 짝지워져 3분간의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박근혜-문재인', '문재인-이정희', '이정희-박근혜' 식으로 총 6분간의 발언기회를 얻는 셈이다. 17대 대선 당시 방송 토론은 'A후보자발언 → 다른 모든 후보자 반론 → A후보자 재반론'으로 진행됐다.

'사회자 공통질문 후 상호토론'은 'A후보자질문 → B후보자 답변 → B후보자 질문 → A후보자 답변'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방송토론위는 상호토론 중 각 후보에게 1분간 질문과 1분 30초의 답변을 교대로 하도록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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