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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가 누군지는 알아야 투표할 텐데..."

5일 시작되는 재외선거, 정당후보자정보자료 번역본 낸 후보는 문재인·김소연 뿐

등록|2012.12.05 10:06 수정|2012.12.05 10:06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해외에 사는 교포들에게는 이번주가 투표기간이다. 대통령 선거로는 처음 실시되는 재외선거가 5일부터 10일까지 6일 동안 해외 공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된다.

200만 해외 거주 교포들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승부처로 부각되었다. 각 정당 및 입후보자들은 해외 교포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런 지지 호소와는 달리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선거 관련 홍보 자료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국어(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교포들에게 제공하는 선거 관련 자료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국어 잘 모르는데, 뭘 보고 투표하죠?"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살고 있는 A씨는 "처음하는 대통령선거라 기대가 많았는데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우리같은 재일교포들은 한국어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본어로 된 자료가 필요하지만 구할 수가 없다"며 아쉬워 했다.

실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자에게 제공해야하는 자료인 '정당후보자정보자료'(이하 '후보자 자료')를 한글이 아닌 재외 국민들이 사용하는 외국어로 제출한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일본어 자료)와 무소속 김소연 후보(영어, 일본어, 중국어) 뿐이다.

정당후보자 정보 자료는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4제4항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교통상부 및 공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수신을 원하는 재외선거인 및 국외부재자신고인에게 전자우편으로 전송(국외부재자신고 또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 시 E-mail을 기재한 사람에 한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법으로 정한 이 후보자 자료는 총 2매의 적은 분량으로 입후보자의 실질적 정책이나 공약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나마도 대부분 후보자들의 자료가 한글로만 되어 있어 모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다.

또한 자료가 인터넷 게시나 E-mail로 제공되는데, 이메일의 경우 PDA 형태의 파일이어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접근하기 어렵다. 선거인 등록시 E-mail을 기재하고도 자료를 전송받지 못했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기자 역시 재외 선거인 등록시 메일을 기재하였으나 자료를 전송 받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 선거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해외에서 살고 있는 재외 선거인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각 입후보자들에게 번역본을 제출하도록 기일을 정해 통보하였지만 외국어 번역 자료를 제출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김소연 후보뿐"이라고 밝혔다.

정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후보자 자료의 번역본을 제출한 민주통합당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의 실무자는 "일본을 제외한 재외 선거인의 경우 모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어 번역본을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의 경우 역사적으로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재일교포분들 중 모국어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일본어 번역 자료를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새누리당의 재외선거국의 한 실무자는 "정당 후보자 정보 자료를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 해당 외국어로 제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총 2매로 되어있는 자료를 제작하면서 이미지 중심으로 자료를 만들어 한글을 최대한 적게 넣도록 만들었다"며 "4일까지 제출하도록 되어있는 <책자형 선거 공보>는 재외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번역본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자형 선거 공보는 '정당 후보자 정보 자료'와는 달리 법적 공식 자료는 아니며 각 후보자가 선관위에 제출하면 재외선거가 이루어지는 투표소에 비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4일 오후 4시 현재 <책자형 선거 공보>를 선관위에 제출한 후보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선거권자의 5%, 이들의 알권리 충족시켜야

재외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고국의 미래를 이끌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로 재외 국민의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런 관심과 달리 선거에서 입후보자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제공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너무 촉박한 투표일을 들 수 있다. 국내와 달리 재외 선거는 입후보자 등록후 약 일주일 뒤 투표가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 후보자들이 재외 국민들을 위한 자료를 만들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고 재외선관위에서 선거 공보물을 우편 등으로 전송하기 위한 행정적 시간도 빠듯하다. 현행 제도인 인터넷 게시나 E-mail로 자료를 제공하는 일도 접근성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모국어를 모르는 재외 국민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의 재외 국민은 있다. 이들 나라에 진출한 재외 국민의 2세, 3세의 경우 모국어를 모르거나 서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언어로 된 번역 자료의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이 모든 것을 후보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조직이나 예산이 충분한 거대 정당의 후보라도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선거 관련 번역본 자료를 만들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만약 후보자들의 동의를 얻어 해외 공관에서 이를 진행하도록 한다면 시간과 예산을 훨씬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재외 선거권자는 대략 200만 명이라고 한다. 국내 선거권자의 5%에 해당하는 무시하지 못할 수치이다. 비록 이런 수치 뿐만이 아니어도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내 고국의 발전을 위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재외 국민들이 선거권이라는 소중한 국민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본 전문 뉴스 JPNews에도 송고됩니다.
- 신경호 기자는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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