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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MBC 징계는 위법"

서울남부지법 "PD수첩 방송, MBC 명예손상 아냐... 징계 위법해 무효"

등록|2012.12.07 20:02 수정|2012.12.07 22:15
[기사 대체 : 7일 오후 10시 10분]

MBC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자신들을 중징계한 MBC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징계처분은 위법해 무효"라는 판결을 이끌어 내며 승소했다.

PD수첩은 2008년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을 방영했다. 제작진에는 프로그램 전반을 지휘한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 송일준 진행자(시사교양국 부국장으로 기획안 결재), 취재와 편집 등을 맡은 이춘근 프로듀서와 김보슬 프로듀서다.

당시 방송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미국 도축시스템의 문제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등을 은폐·축소했고, 이로 인해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2008년 4월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으로 인해 국내에 수입될 수 있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사건 방송을 전후로 대한민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협상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ㆍ시위가 다수 발생했다.

PD수첩 제작진은 2008년 5월 13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후속 보도했고, 7월 15일에도 <피디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추가로 방송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8년 6월 "방송의 상당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이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을 주도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신뢰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면서 MBC를 상대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농림식품부가 문제 삼은 7가지 사항 중 3가지만 정정보도 대상으로 판단했으나, 그 마저 2개는 후속 방송에서 다뤘다며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성 보도' 1개 부분만을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하는 최종 판결했다.

PD수첩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무죄 판결에도, MBC는 사과방송

농림식품부는 또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PD수첩이 정운천 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PD수첩 제작진 모두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MBC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관련 사건이 마무리됐음에도, 며칠 뒤 일부 정정보도에 관해 사고(社告)와 9월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PD수첩 방송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관해 사과한다"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또한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2011년 9월 20일 "PD수첩 제작진이 부실한 취재와 사실확인의 미흡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이로 인해 회사가 2차례 사과방송을 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PD수첩 제작진인 조능희 CP와 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 진행자와 이춘근 PD에게는 각각 감봉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PD수첩 방송 보도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신뢰를 받은 계기가 됐음은 공지의 사실이고,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통해 사법적으로도 보도내용의 정당성이 확인됐으므로 회사가 주장하는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반면 MBC는 "수차례 법원 판결 등을 통해 PD수첩 방송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여러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이 포함돼 있음이 확인돼, 방송사가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강한 질타와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공영방송사업자로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돼 회사는 2차례 사과방송까지 했다"며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맞섰다.

법원 "회사 명예손상 이유로 섣불리 징계하면 언론자유 위축시킬 위험"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는 7일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자신들을 중징계한 MBC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방송사가 자체 제작해 결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보낸 보도내용이 방송사 스스로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방송보도의 제작 등을 담당한 기자 등 직원을 징계하는 경우 이는 방송사 기자 등 직원들의 방송보도 활동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형태의 징계는 활용되기에 따라, 실제 취재·보도·편성 등의 행위를 담당하는 방송사 기자 등 직원의 편집권을 보장하도록 한 방송법의 취지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송보도가 MBC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기자 등 직원을 징계하는 것은 엄격한 판단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하고, 직원의 방송보도 행위가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방송보도의 절차나 형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방송보도의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보도의 내용 자체를 이유로 기자 등 직원들의 보도행위를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로서 징계하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적절성에 관해 국민들의 여론이 양분돼 심각한 대립상황이 초래된 바 있어 방송보도 내용이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섣불리 방송사 기자 등 직원을 징계하는 경우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방송사 기자 등 직원이 취재·보도한 내용에 일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국의 명예가 손상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도내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방송보도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공정성·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이 명백하거나 혹은 취재상 사실확인 의무 등을 현저히 위반한 중대한 과실에 인한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사정 등이 별도로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도내용이 실제로 방송보도에 관한 불신을 불러일으켜 방송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는 점도 구체적 근거가 제시될 수 있어야 하고, 더구나 방송사는 스스로 방송편성책임자 등을 통해 사전에 편성·취재 및 편집 등의 과정에서 일정부분 관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사가 소속 기자 등의 방송을 용인하고 나서 나중에 방송사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사후적으로 방송보도가 방송사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기자 등을 징계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PD수첩 방송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만으로는 MBC의 명예가 손상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또한 설령 MBC의 명예가 다소 손상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의에 의해 이루어졌거나 사실확인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경우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MBC는 내부의 일정한 편성·취재·편집 절차를 통해 사전에 방송보도의 적절성, 보도여부에 관해 관여할 수 있었는데 이 사건 방송보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송보도 이후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을 이슈로 후속보도를 함에 있어서도 MBC에서 지원하고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기도 했다"고 상기시켰다.

또 "MBC가 방송 당시 내부의 편성·취재·편집 절차를 통해 사전에 관여할 길이 열려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다가, 나중에 그러한 보도를 문제 삼아 MBC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을 뒤늦게 징계하는 것은 당시 MBC가 방송을 용인함으로 인해 원고들이 가졌던 신뢰에 반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MBC가 방송이 이루어진 후 오랜 기간 동안 징계를 하지 않다가 회사 경영진이 교체된 이후에야 비로소 징계를 한 점은, 비록 관련 법원 판결의 확정을 기다린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징계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원고들이 PD수첩을 취재·제작·방송한 것이 MBC의 명예를 손상시킨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에 대한 MBC의 징계는 징계사유가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위법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조능희 PD "비열한 정권 추종하는 언론 모리배에 경종"

PD수첩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였던 조능희 프로듀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PD수첩 굉우병 제작진에 대해 (MBC 사장) 김재철과 수하들이 저지른 중징계가 방금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특히 "PD수첩을 말살하고 촛불시민을 폄하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비열한 정권과 권력을 추종하는 언론모리배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부여했다.

PD수첩에 참여했던 이춘근 PD도 트위터에 "김재철의 징계는 무효! PD수첩 제작진 징계무효소송 승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2월) 19일 투표해서 다시 한 번 승리의 기쁨을 함께합시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법원, MBC가 광우병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무효 판결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PD들에게 위로를 해야 할 김재철 사장이 정치적 보복을 위한 징계이었기 때문에 예고된 징계무효 판결"이라며 "김재철의 수명, 며칠 남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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