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호랭이 보다 더 추번데 와 바깥에 나왔노"

2012년 첫눈 내린 날, 눈사람 만들기에 신난 아이들

등록|2012.12.11 09:28 수정|2012.12.11 09:28

▲ 10월부터 내복을 입는 어머니. 손자손녀들이 바깥에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생소한 눈을 본 아이들이 눈사람 만들겠다고 하자 방에 들어가야 한다며 꾸중을 하십니다. 하지만 할머니 말씀을 듣기에는 아이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 김동수


"호랭이(호랑이)보다 더 추번데 와 바깥에 나왔노."
"할머니 눈사람 만들어요."
"고만 들어가라 춥다. 추워. 감기들면 어떻게 할끼고."
"괜찮아요. 눈사람 만들고 들어갈게요."

10월부터 내복을 입는 어머니, 손자손녀들이 바깥에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생소한 눈을 본 아이들이 눈사람 만들겠다고 하자 방에 들어가야 한다며 꾸중을 하십니다. 하지만 할머니 말씀을 듣기에는 아이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태어나서 12월에는 처음 눈을 본 아이들. 아침부터 눈사람 만들겠다며 나섰습니다. 물통, 쓰레받기, 빗자루 다 동원했습니다.

"형아는 눈사람 굴려야지."
"너희들은 빗자루 가지고 오면 되겠네."

"눈을 더 다지려면 물을 조금 뿌리면 좋을 것 같아."
"그럼 내가 물통가지고 올게."

▲ 태어나서 12월에는 처음 눈을 본 아이들. 아침부터 눈사람 만들겠다며 나섰습니다. 물통, 쓰레받기, 빗자루 다 동원했습니다. ⓒ 김동수


▲ 네 아이들이 온힘을 다해 눈사람을 만들었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 김동수


아이들 머리는 어른들보다 더 낫습니다. 저는 눈사람은 눈을 굴리면 되는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빗자루로 눈을 쓸어모으고, 쓰레받기로 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졌습니다. 또 눈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뿌리려고 물통을 가지고 왔습니다. 탁월한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아무리 눈을 굴려도 안 된다!"
"눈을 조금씩 모아서 합하면 어떨까?"
"나는 눈을 굴리고, 너희들은 조금씩 모아서 오너라."
"그런데 흙까지 묻히면 어떻게 하니."
"옆에 눈이 많이 쌓여있는데 왜 꼭 거기서 눈을 굴리는데."

막상 눈사람을 굴려보니 잘 되지 않습니다. 하기사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었으니 잘 될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습니다. 특히 함께 힘을 합해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 막둥이와 막내조카. 둘은 영원한 라이벌입니다. 눈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 김동수


"야!"
"예설이 왜 그래. 눈을 왜 던져."
"오빠 눈싸움하자."
"좋아. 그럼 나도 던진다."
"오빠 던지라니까?"

"야!"

우리 집 막둥이와 막내조카는 영원한 라이벌입니다. 막둥이가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갈 때 여섯달 된 막내조카가 우리집에 왔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는 막내조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랑을 독차지했던 막둥이에게는 누구보다 싫은 아이였습니다. 아직도 막내티가 나는 우리 집 막둥이. 사촌막내와 함께 눈싸움을 신나게 하더니 재미가 없는지 눈사람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막둥이는 못말려!' 첫눈 만난 우리 아이들 모두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 막둥이 눈사람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 김동수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