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악착같이' 트위터 하는 이유
[인터뷰] 새누리당에 공개토론 제안한 이재명 성남시장
▲ 이재명 성남시장 ⓒ 고강선
지난 12월 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영희 성남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토론의 주제는 '성남시 주요 추진사업'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무방하다는 것이 이 시장의 설명이다.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영희 대표의원은 "할 말이 있으면 시의회에서 와서 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이 의원이 공개토론에 응하지 않는 것은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등원 거부를 해서 의회가 아예 열리지 않는데 무슨 토론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이 이 대표의원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트위터가 있다. 이 시장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다"며 "시의회가 시정의 주요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게 계속 부결시켜온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1만6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다"며 "(시정을 알리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악착같이 트위터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공개토론 제안은 지난 11월 26일, 이 시장이 성남시의회의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학생 등록금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키자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발단이 됐다. 이 내용을 이영희 대표의원이 반박하면서 두 사람이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벌이게 된 것.
이 대표의원은 이 시장의 대학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와 관련,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박근혜 후보가 반값등록금과 대출이자 0%를 공약했다"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일 게 아니라 공개토론을 하라"고 제안, 이 시장이 그 제안을 수용했던 것.
지난 7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시장실에서 만났다. 트위터를 통해 전투의지(?)를 불태워 상당히 격앙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시장은 차분했다. 트위터를 통해, 공개제안을 통해 의도했던 성과를 거뒀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다음은 이 시장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성남시의회는 34명의 의원 가운데 18명이 새누리당, 15명이 민주통합당, 1명이 무소속이다. 이 시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2010년 이 시장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시의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성남시의회는 후반기 시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져 4개월여 동안 파행이 거듭되면서 지역사회에서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이 결과, 최윤길 성남시의장이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11월 30일,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성남시의회 파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성남시장이 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에게 공개토론 제안한 까닭은?
▲ 이재명 성남시장 ⓒ 고강선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최근 상임위원회에서 14개 안건을 부결하거나 심의 보류했다. 성남시 주요 현안 사업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당론을 관철하기 위해 본회의 등원 거부로 파행을 거듭했다.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은 성남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도 반대한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해야만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시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얘기를 하면 (부결된 안건에 대해) 다 찬성을 한다면서 당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이번에 무리를 해서 당론을 결정했기 때문에 본회의 등원 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시의회의 다수당이 등원 거부를 해서 시의회가 열리지 못하는 게 하는 건 성남시가 유일하면서 전무후무한 사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의회 등원거부 배경에 대해 이 시장은 "새누리당에서 대학생 학자금 조례안 등의 거부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의가 열리면 반란표가 생길 것을 우려, 집안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토론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토론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답답했다. 다수당이 의회출석을 거부하는 건 공무집행방해죄로 본다. 다수당이 등원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회의가 불가능하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의원들이 찬성이나 반대를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의회에 와서 설명을 하라는데 의회를 열어야 설명을 할 것이 아닌가.
공개토론 제안을 하게 된 것도 트위터에 들어온 사람이 제안을 해서 하게 된 거다. 트위터에서 그러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라. 하길래 그거 맞네, 해서 제안을 했다. 토론의 형식이나 숫자는 상관없다. 새누리당에서 누구나 (토론에) 나와도 된다. 100명이 나와서 토론을 해도 된다. 내가 혼자 다 상대할 수 있다."
- 이 대표의원이 토론에 응하지 않는 건 말로 시장님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지?
"그건 아니다. '말빨'의 차이가 아니라 정당성의 차이다. 시장이 변호사 출신이라서 말을 잘하고 공격적이어서가 아니라 자기네들 주장이 온당치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생떼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들이 보면 들통이 나기 때문에 회피한다고 생각한다."
"공개행정과 정치절차의 투명성을 알리는데 SNS가 참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악착같이 한다. 새벽 2시든 아침 6시든 시간 날 때마다 한다. 지난 4월부터 시작했는데 팔로워가 1만6천 명이 다 되어간다."
이 시장이 '악착같이' 트위터를 통해 시정을 알리자 누군가 "알바를 쓰는 것 아니냐"고 했단다. 이 시장은 "알바는 시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어 대답이 불가능하다"며 부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흐름 무시하고 조례를 부결"
- 성남시의 주요 추진 사업 가운데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데도 시의회에서 반대하는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시장님께서 왜 그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 일대 잔여부지를 매각해 벤처기업을 유치하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지역 자주재원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 확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 매각대금은 복지시설 건립 등 공공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4번이나 부결시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에 관란 조례 제정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선 후보들이 형식은 다르지만 반값 등록금과 이자 지원에 대한 정책 공약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조례를 부결시켰다."
이 시장은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조례와 관련, 성남시 관내의 6천여 명의 대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부결되어 반발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 시의회를 비난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 ⓒ 고강선
"아니다.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 세상 사람들 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부결과 관련)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래서 등원을 저지시키면서 집안 단속에 나섰다는 것인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반란표', 내 입장에서는 '양심적인 표'가 나올까봐 그런 것 같다. 당론에 위배해서 다른 결정이 나올까봐 다수당이 등원을 안 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
- 토론제안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개인에게 한 게 아니다. 그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불응한다고 생각한다."
- 시의회의 시장님 '발목잡기'는 취임 이래 계속되어 왔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 시장님이 정치적으로 잘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나?
"시의회와 관련해서 내게 지도력이 부족하다, 책임의 반은 내게 있다, 이런 지적이 많았다. 때문에 노력을 참 많이 했다. 양보도 많이 했고. 내 신념에 위배되는 것도 해주려고 했다. 또 얘기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당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못하게 하고 있다. 이건 시장 발목잡기가 아니라 성남시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 시장은 시의회 때문에 성남시가 입는 손해가 막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위례신도시 문제, 정자동 기업유치문제, 이게 다 돈이 되는 거다. 한데 시의회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 입장에서 보면 현금으로 2000~3000억씩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 시장은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민들이 성남시정이 잘못 되면 내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시정이 잘 되면 내가 이익을 본다는 생각도 하고. 시민들은 공적인 문제가 사적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 시의원이 시민들 위해 일해야 하는데...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데?
"맞다. 현재의 공천제는 문제가 많다. 성남이 가장 나쁜 사례다. 지역의 시의원이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당론'에 따르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거다. 시의원들이 시민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다. 공천권자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시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문재인 후보에게 건의했다."
- 공천제 폐지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시장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성남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시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아닌지?
"꼭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시장의 권한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있다. 시정이 그게(부결시키거나 한 14개의 안건) 전부는 아니다.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보다 엄청나게 높아졌고 행정투명도가 개선되었고, 븍지예산은 25%에서 30.7%로 많아졌다. 복지예산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이다. 낭비성 예산 절감이나 축소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그런 정책관련 예산은 의회에서 삭감하지 않나?
"취임 첫해, 복지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가 (시의회가)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 복지 예산은 이해관계인들이 많기 때문에 마음대로 삭감하지 못한다. 이번에 청소 관련 예산이나 업무추진비는 삭감되지 않았다. 해봐야 자기네들(새누리당 의원들)이 손해니까."
이 시장은 시의회와 갈등과 관련 "전투력이 점점 올라가면서 전투의지를 다지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갈등이 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갈등을 겪으면서 조정돼 나가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은 주요 사안인 기업 유치 등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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