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락 효자' <놀러와>를 '행불 고아'로 만들었나?
김재철 사장이 망친 <놀러와>, 불명예 퇴장이 아쉬운 이유
MBC 대표 예능 <놀러와>가 방송된 지 8년 만에 폐지된다. 폐지 이유는 시청률 저조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놀러와>의 추락은 MBC 스스로, 정확히 말하자면 경영진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망치고,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인 폐지를 당한 <놀러와>의 불명예 퇴장.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사측의 맨 꼭대기에는 결정권자인 MBC 김재철 사장이 있다.
<놀러와> 상승세 꺾은 사측의 '일방적 결정'
2011년 상반기만 해도 <놀러와>는 대한민국 최고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다양한 기획 섭외로 인기를 끈 <놀러와>는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2011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 예능 작품상'과 'TV 여자 예능상(김원희)'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4년 첫 방송 이래, 전에 없는 전성기를 누렸다.
이 전성기의 중심에는 신정수 PD가 있었다.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탁월한 기획력으로 <놀러와>의 상승세를 이끌며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었다.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놀러와>는 예사 토크쇼가 아닌 기획 토크쇼의 일인자 격으로 급격히 업그레이드됐는데, 그 절정이 바로 '세시봉 특집'이었다.
노래와 토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시봉 특집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포크송의 색다른 감성을 TV 속에서 전파함으로써 <놀러와> 자체를 누구나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예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외에도 신정수 PD는 윤종신-김현철-주영훈-유영석이 출연한 '음악의 아버지'편, 장윤주-이적-정재형-장기하가 출연한 '노래하는 괴짜들' 편 등 음악과 토크쇼를 접목한 여러 가지 획기적인 시도로 <놀러와>의 인기를 견인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신정수 PD가 갑작스럽게 <나는 가수다> PD로 차출되면서 <놀러와>의 추락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재도전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었다. 이에 김재철 사장은 파문 사흘 만에 김영희 PD를 경질하고, 후임 PD로 신정수 PD를 결정해 파문이 일었다. 당사자인 신정수 PD조차 "아침에 갑자기 통보받았다"며 당황해 할 정도였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예능국원들이 반발하면 내가 직접 설득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김영희 PD 경질을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예능국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과론적으로 국장 책임제라는 기본 방침을 무시하고 몇몇 임원진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실행 된 이 선택은 <나는 가수다> 뿐 아니라 <놀러와>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신정수 PD는 세시봉 특집으로 매우 고무돼 있었고, <놀러와>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른 상태였다. 2010년 1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다. 특히나 인디밴드들을 초대해 15년 인디 역사를 토크쇼에서 녹여보고도 싶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힐 정도였다. 김재철 사장만 아니었다면 신정수의 <놀러와>는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재철 사장의 일방적 결정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자아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놀러와>의 추락, MBC 스스로 불러온 일
신정수 PD의 차출 이후 <놀러와>는 대단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신정수 PD 후임으로 과거 <놀러와>를 연출했던 권석 PD가 투입됐다. 하지만 곧 <주병진 쇼> 메인 PD로 발탁됐고, 그 후임으로 김유곤 PD가 바통을 이어받아 약 10개월간 연출을 맡았다.
이후 2012년 8월 신정수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지만 5개월 만에 시청률 저조로 경질됐고 정윤정 PD가 투입됐다. 2011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무려 5명의 PD가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프로그램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PD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5번이나 바뀐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놀러와> 같은 MBC 대표 예능으로서는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놀러와>에 대해 MBC 사측이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했는지는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상식적인 잦은 PD 교체는 곧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결의 책' 같은 아무 의미 없는 코너들이 마구잡이로 신설됐고 특유의 기획 섭외 능력 역시 빛이 바랬다. 조규찬, 올밴, 양배추 등 패널들이 자주 교체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킨 것 또한 내림세에 불을 지폈다. 이 시기에 이미 <놀러와>는 '자생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셈이다.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은 '김재철 사장'
이처럼 <놀러와>의 추락은 다름 아닌 MBC 스스로, 정확히 말하자면 김재철 사장을 위시한 윗선이 자초한 것이다. 책임을 묻자고 한다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애꿎은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아니라 바로 MBC 김재철 사장 본인이다. 잘 나가던 <놀러와>를 삐끗하게 한 결정을 한 사람도, 5번이나 PD를 교체하면서 <놀러와> 추락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도 사측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지난 7일, MBC의 이런 사태에 대해 "방송사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방송을 조기에 종영하고, 이후 발생하는 피해는 '나 몰라라'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여전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MBC가 직면한, <놀러와>가 직면한 씁쓸한 현실이다.
김재철 사장에 의해 내림세에 접어든 <놀러와>가 김재철 사장에 의해 '불명예 퇴장'을 당하게 되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8년이란 장구한 시간과 유재석-김원희라는 거물급 MC의 존재도 시청률 논리 앞에서는 보잘 것 없었다. 그 흔한 마무리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지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초라하고 쓸쓸하다.
제작진도, 출연진도, 시청자도 원하지 않았던 <놀러와>의 폐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책임져야 할 사람이 깨끗이 책임지는 결정,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열심히 만들었던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는 결정, 그런 결정이 참으로 아쉬운 오늘이다.
▲ 최근 폐지가 결정된 MBC <놀러와> ⓒ MBC
<놀러와> 상승세 꺾은 사측의 '일방적 결정'
이 전성기의 중심에는 신정수 PD가 있었다.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탁월한 기획력으로 <놀러와>의 상승세를 이끌며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었다.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놀러와>는 예사 토크쇼가 아닌 기획 토크쇼의 일인자 격으로 급격히 업그레이드됐는데, 그 절정이 바로 '세시봉 특집'이었다.
노래와 토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시봉 특집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포크송의 색다른 감성을 TV 속에서 전파함으로써 <놀러와> 자체를 누구나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예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외에도 신정수 PD는 윤종신-김현철-주영훈-유영석이 출연한 '음악의 아버지'편, 장윤주-이적-정재형-장기하가 출연한 '노래하는 괴짜들' 편 등 음악과 토크쇼를 접목한 여러 가지 획기적인 시도로 <놀러와>의 인기를 견인했다.
▲ <놀러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신정수 PD ⓒ MBC
그러나 2011년 3월, 신정수 PD가 갑작스럽게 <나는 가수다> PD로 차출되면서 <놀러와>의 추락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재도전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었다. 이에 김재철 사장은 파문 사흘 만에 김영희 PD를 경질하고, 후임 PD로 신정수 PD를 결정해 파문이 일었다. 당사자인 신정수 PD조차 "아침에 갑자기 통보받았다"며 당황해 할 정도였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예능국원들이 반발하면 내가 직접 설득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김영희 PD 경질을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예능국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과론적으로 국장 책임제라는 기본 방침을 무시하고 몇몇 임원진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실행 된 이 선택은 <나는 가수다> 뿐 아니라 <놀러와>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신정수 PD는 세시봉 특집으로 매우 고무돼 있었고, <놀러와>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른 상태였다. 2010년 1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다. 특히나 인디밴드들을 초대해 15년 인디 역사를 토크쇼에서 녹여보고도 싶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힐 정도였다. 김재철 사장만 아니었다면 신정수의 <놀러와>는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재철 사장의 일방적 결정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자아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MBC <놀러와>를 8년간 진행한 유재석, 김원희 콤비 ⓒ MBC
<놀러와>의 추락, MBC 스스로 불러온 일
신정수 PD의 차출 이후 <놀러와>는 대단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신정수 PD 후임으로 과거 <놀러와>를 연출했던 권석 PD가 투입됐다. 하지만 곧 <주병진 쇼> 메인 PD로 발탁됐고, 그 후임으로 김유곤 PD가 바통을 이어받아 약 10개월간 연출을 맡았다.
이후 2012년 8월 신정수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지만 5개월 만에 시청률 저조로 경질됐고 정윤정 PD가 투입됐다. 2011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무려 5명의 PD가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프로그램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PD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5번이나 바뀐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놀러와> 같은 MBC 대표 예능으로서는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놀러와>에 대해 MBC 사측이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했는지는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상식적인 잦은 PD 교체는 곧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결의 책' 같은 아무 의미 없는 코너들이 마구잡이로 신설됐고 특유의 기획 섭외 능력 역시 빛이 바랬다. 조규찬, 올밴, 양배추 등 패널들이 자주 교체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킨 것 또한 내림세에 불을 지폈다. 이 시기에 이미 <놀러와>는 '자생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셈이다.
▲ MBC <놀러와>의 불명예 퇴장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MBC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은 '김재철 사장'
이처럼 <놀러와>의 추락은 다름 아닌 MBC 스스로, 정확히 말하자면 김재철 사장을 위시한 윗선이 자초한 것이다. 책임을 묻자고 한다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애꿎은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아니라 바로 MBC 김재철 사장 본인이다. 잘 나가던 <놀러와>를 삐끗하게 한 결정을 한 사람도, 5번이나 PD를 교체하면서 <놀러와> 추락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도 사측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지난 7일, MBC의 이런 사태에 대해 "방송사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방송을 조기에 종영하고, 이후 발생하는 피해는 '나 몰라라'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여전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MBC가 직면한, <놀러와>가 직면한 씁쓸한 현실이다.
김재철 사장에 의해 내림세에 접어든 <놀러와>가 김재철 사장에 의해 '불명예 퇴장'을 당하게 되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8년이란 장구한 시간과 유재석-김원희라는 거물급 MC의 존재도 시청률 논리 앞에서는 보잘 것 없었다. 그 흔한 마무리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지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초라하고 쓸쓸하다.
제작진도, 출연진도, 시청자도 원하지 않았던 <놀러와>의 폐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책임져야 할 사람이 깨끗이 책임지는 결정,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열심히 만들었던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는 결정, 그런 결정이 참으로 아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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