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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는 우리도 할 수 있다

[변영욱 여수경실련 사무처장] 여수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듣는다 2

등록|2012.12.10 13:39 수정|2012.12.10 13:39
독서도 그렇고 논술도 그렇고, 그것이 대학 입학과 관련된 전형 요소가 되는 순간 기형이 된다. 책은 요약본으로 대체되고, 논술은 틀에 맞추는 연습으로 전락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책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그 거리에서 존경하는 분들을 만났는데, 그렇게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았는데 힘이 많이 부친다.

그럼에도 동아리 '논객'이 변영욱 여수경실련 사무처장과의 대화를 논술로 옮겨 싣는다. 논술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미숙함에서 연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하지만 책만 보다가 사람을 만나니 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어서 좋았다. 그것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까지 가르쳐 주었다.   -'논객' 수팀 대표 김동화

변영욱 사무처장시민운동은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 선준상


착한 소비는 우리도 할 수 있다. 8일(토) 오후 2시에 여수경실련 사무실을 찾았다. 변영욱 사무처장님이 직접 자물쇠를 열고 들어갔는데, 사무실의 차광막은 올라가지 않았고 사무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우리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 '경제 정의'를 외치며 시민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온 시민운동 단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이렇게 썰렁한 사무실과 고장 난 차광막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변영욱 사무처장님은 열정적이었다. 과자와 음료수까지 준비해 놓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 '여섯 명'을 앉혀 놓고 두 시간 넘게 강의를 하고, 우리가 던진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을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사무처장님, 착한 소비가 뭐예요?"
"이제까지 우리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괜찮으면 제품을 구매하였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의 한도 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제품을 사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물건을 살 때 한 가지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만이 아니라 상품의 생산 과정과 생산자의 삶까지 생각하며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나의 소비 행위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나 환경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려하면서 환경과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착한 소비'라고 한다. 초콜릿 하나를 사면서도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는 소비 행위이다.

가격보다는 가치에 관심을 갖는 이러한 '착한 소비'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약을 뿌리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만들어 낸 제품은 아닌지, 인간의 안전성만을 생각하여 동물을 학대하는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아닌지까지 따져 가면서, 아무리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아도 그런 제품은 구매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착한 소비'는 물건을 살 때만 국한되지 않는다. 쓰다 남은 학용품을 바꿔 쓰거나 나눠 쓰는 것처럼 지구의 자원을 절약하는 행위도 착한 소비이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처럼 스스로의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도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행위도 착한 소비이다. 이처럼 착한 소비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

서시장전통시장에는 온갖 물건도 있고 웃음도 있고 착한 소비도 있다. ⓒ 김동화


이제까지 우리는 '소비'보다는 '생산'이 더 낫다고 여겨 왔다. 그래서 '착하다'라는 말을 붙인다면 '착한 생산'은 가능하지만, '착한 소비'는 좀 어색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변영욱 사무처장님을 만나고서 소비도 착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고 싶다면 눈 앞의 이익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 소비에도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착한 소비'가 매우 거창한 게 아니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는 신이 났다.

여수경실련 홈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여수경실련은 지역 사회의 합리적인 발전과 사회정의, 경제정의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시민운동 단체입니다"라며 이 말의 의미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 만남이었다.
덧붙이는 글 살아 있는 논술을 쓰고 싶어서 여수의 오피니어 리더라고 인정받는 분들을 찾아나섰다. 뵙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져 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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