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마의'를 느슨하게 보이게 하는 몇 가지

[드라마리뷰] 생기 있는 전개 위해 사건의 남발보다는 전문성 살리길

등록|2012.12.12 11:14 수정|2012.12.12 11:14

▲ MBC 드라마 <마의> ⓒ MBC


MBC 드라마 <마의>에서 매회 사건은 끝부분에서 절정을 이루고, 다음 회에서 해결을 본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순이지만 지금까지 사건들은 비교적 다채롭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백광현(조승우 분)이 인의로 성장해감에 따라 그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에 있다.

문제는 편집이다. 사건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일정한 순서가 생겼다는 것. 백광현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면, 수의 고주만(이순재 분)과 강지녕(이요원 분)이, 그다음에는 무교탕반 식구들, 최종적으로 추기배(이희도 분), 자봉(안상태 분)에게 알려지는 식이다. 중간 중간 혜민서와 내의원, 숙휘공주 등의 반응은 양념.

그래서 <마의>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미 해결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팽팽한 긴장감 조성이 필요한데, 매회 평이한 편집은 상당부분 그 점수를 깎아먹고 있는 상태.

화면구성 또한 단조롭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혜민서의 병상은 비좁고, 무교탕반은 늘 어수선하기만 하며, 각 인물들의 행동반경 또한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마치 카메라는 늘 한 자리에 서 있고, 사건과 인물만 매번 바뀌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갈수록 입체감 잃어가는 인물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각 등장인물들이 갈수록 평면적인 캐릭터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악이 극명하게 구분되어 싱거운 느낌이 드는 것.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악역이 각광을 받는 수가 있는데, 인간적 매력을 바탕으로 도발에 있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만한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마의>에서는 주로 이명환(손창민 분)을 중심으로 사건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오로지 출세만을 염두에 둔 인물로 그려져, 인간적 고뇌는 물론 어떤 일에서건 일말의 연민조차 전혀 드러내지 않아 입체적인 악역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좌의정 정성조(김창완 분)는 그저 이명환에게 휘둘리고 있을 뿐, 시대의 세력가로서의 면모와 품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숙휘공주는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지만 시종일관 철없고 대책 없는 행동만을 일삼는다. 초반에는 백광현의 주변을 다채롭게 하는 인물 중 하나였으나, 진전되지 않는 관계의 반복으로 이제 사족의 느낌을 줄 뿐이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인물들도 함께 빛을 잃어가고 있다.

백광현은 각종 역경 끝에 이제 정성조의 청상과부 며느리 서은서(조보아 분)를 찾아가 희롱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기까지 했다. 사건이 극적이지 못하고 무리수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간의 내용에서 백광현과 서은서, 그리고 강지녕 세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미묘한 감정이 조성되지 못했던 탓이다.

<마의>는 특정한 직업군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조선시대에 마의에서 인의로, 또 어의로 발탁된 주인공의 일생은 그 자체로 파란만장하다. 지금까지 각광을 받았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그가 전문성을 살려 활약했을 때였다. 무리한 사건의 남발보다는 그것에 중점을 두는 편이 극의 생동감을 살리는 데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