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다이어트, 이렇게 효과 좋을 줄이야
[대사증후군 바로알기⑤] 대사증후군과 이별하는 효과만점 생활팁
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오중주 '대사증후군'. 유전, 비만, 운동부족, 과식,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현대인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대사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성인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대사증후군 바로알기'를 통해 생활습관이나 근무환경, 사회문화 등을 공부하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신문을 보고, 10분 만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운동은 내일로 미루고, 짬이 나면 전자기기로 기분 전환을 한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니 어디가 불편한지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현대인들은 잠자리에 들기까지 매우 바쁘게 생활한다.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가족이나 일을 1순위로 놓고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일은 홀대하며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외부로 향하게 만드는 상황 때문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를 만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이 있어 소개한다. 대사증후군과 이별하는 여성들의 치유 공동체 '애지중지'는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3개월 동안 자신에게 집중하고, 의사와 약보다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능동적인 삶의 변화로 건강한 삶을 얻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자신을 사랑하고 지역(지구)을 소중히 여기자는 뜻으로 붙여진 모임 이름 '애지중지'는 건강에 이상을 느낀 다양한 경험과 연령의 여성 10여 명이 모여 진행했다. 이 모임에서 여성들은 현미밥 채식과 요리실습, 대사증후군과 약손요법, 비만을 부르는 식품산업과 관련 영화감상, 면역을 튼튼하게 하는 자연요법, 복근키우기와 운동실습 등을 함께 진행했다.
나이와 형편은 다르지만 몸을 돌보기로 한 여성들
▲ 대사증후군 제로! 체험마당 ⓒ 여성환경연대
'애지중지' 모임에 참여한 김순명(가명)씨는 50대 후반의 여성이다. 자녀를 독립시키고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며 오랜만의 여유를 한참 즐기고 있을 때, 맞벌이 부부인 딸의 요청으로 손자를 보게 되었다.
3~4년을 그렇게 보낸 김순명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때, 딸이 영등포구청역에서 진행된 대사증후군 제로 체험마당을 소개했다.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자 심각함을 느낀 김씨는 용기를 내어 대사증후군 제로 실천모임 애지중지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다른 모임 참가자 윤정임(가명)씨는 40대 전업주부이다. 아이 둘을 낳고 불어난 살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혈압도 정상범위를 넘어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을 찾고 있던 중 무조건 살을 빼라고 하는 여느 강좌와는 다른 색다른 내용이 흥미로워 찾아왔다가 애지중지 모임에 끝까지 참여하고 수료했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애지중지 모임에 참여한 것과는 달리, 영등포지역자활센터라는 조직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애지중지를 하게 된 여성들도 있다. 영등포지역자활센터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의 자활을 돕는 곳이다.
영등포지역자활센터에 소속된 김경선(가명)씨는 체중이 54kg이지만, 허리둘레는 86cm로 마른 비만이라 할 수 있다. 혈압약도 복용 중이다. 힘든 일의 강도와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밥을 제대로 차려 먹지 못하고 늦은 시간에 대충 먹고 바로 잠들기 일쑤다. 직장을 다니며 가사를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녹록지 않았다는 김씨. 하지만 많지도 않은 나이에 약에 의존하며 산다는 것의 불편함을 벗어나고 싶어 참여했다.
[넘어야 할 산 ①] 가족 & 입맛
애지중지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과제는 현미밥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는 것이다. 몸의 이상 신호 때문에 식단을 바꾸는 것인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가족도 있지만 이런 태클도 많았다.
"병원에 가고 약을 챙겨 먹으면 되지 유별나다."
"먹는 낙으로 사는데, 현미밥이면 밥을 먹지 않겠다."
"고기를 못 먹어 힘이 달리고 어지러우니, 고기 좀 먹자. "
현미밥채식밥상과 고기백미밥상을 따로 차리는 번거로움을 선택한 참여자, 처음부터 잘 따라준 가족을 둔 참여자, 강경하게 부부싸움으로 담판을 지은 참여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간 중도 탈락자 등 대응방법은 참여자마다 달랐다.
김순명씨는 처음에는 따로 차리는 밥상을 선택했지만 조금씩 가족의 호응이 높아지며 채소위주로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하루 1~2시간씩 꾸준히 걸어 3개월 후 체중 6kg 복부둘레 8cm 감소하고, 혈압도 낮아져 졸업 잔치에서 다른 참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참여자 윤정임씨는 첫날부터 현미밥 채식을 실천하고, 근력운동과 걷기를 3개월 동안 꾸준히 한 덕분에 고혈압에서 정상혈압으로 돌아 왔다. 복부 둘레가 줄고 HDL 콜레스테롤도 정상범위를 찾는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영등포자활센터의 김경선씨는 도시락을 채소위주로 싸기 시작했다. 회식자리에서도 직원들의 회유와 눈초리에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으며 꾸준하게 채식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따로 운동할 수 없어서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센터의 텃밭 작업에 참여하며 일상생활의 활동량을 늘렸다.
덕분에 체중은 1kg이 줄었지만 복부둘레는 7cm가 줄고 HDL콜레스테롤도 정상범위에 가까워졌다. 보건소 진단 담당자가 3개월 만에 이렇게 좋아진 비법이 무엇이냐고 궁금해 했다고 한다.
[넘어야 할 산 ②] 자신
하지만 모두가 이런 성적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가족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 사람도 있고 이 프로그램으로 정말 좋아지는지 의아해 하며 결석과 출석을 번갈아 하던 사람도 있었다. 결석이 잦았던 참여자는 졸업 잔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참여자 김소영(가명)씨는 채소 특유의 질감과 냄새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채소를 먹는다고 해 다른 참여자를 경악하게 했다. 20대이며 6개월 된 딸아이를 둔 김소영씨에게 다른 참여자들은 채소를 손쉽게 요리하는 법, 맛있는 채소의 종류와 제철체소, 용기와 잔소리도 건네고, 이유식을 만드는 법 등 삶의 경험을 공유해주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김소영씨는 육아 스트레스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한 번에 해소하지 못해 소극적인 실천으로 애지중지가 끝날 즈음 몸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먹던 채소를 일주일에 2~3번 먹게 되었고 장을 보러 가면 남편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장바구니에서 빼고 채소로 채우는 노력을 이어갔다.
김씨는 애지중지 졸업 한 달 후에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3개월 동안 몸이 많이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의지는 확실히 심어졌고 꾸준히 자신의 속도대로 가족을 설득하며 하나씩 바꾸는 기특한 모습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다.
현미밥채소에 대해 직접 전문가에게 듣거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와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아, 가족의 백기를 받아내기 어렵다면 김소영씨처럼 천천히 노력을 이어가는 방법을 선택해도 좋겠다.
본인이 얼마나 먹고 있는지 주로 어떤 것을 먹고 있는지 식사일지와 운동일지를 쓰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비법 중 하나다. 얼마 먹지 않는데 살이 찐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식사일지를 써보게 하면 본인이 먹는 많은 음식의 양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넘어야 할 산 ③] 스트레스
얼마 전 이혼을 한 황선희(가명)씨는 헬스클럽을 운영한 경력이 있는 몸짱의 50대 여성이다. 생협을 이용하며 먹거리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혼을 하는 과정의 스트레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몸에도 이상신호가 생겼다. 건강관련 강좌를 일부러 찾아 듣는 과정에서 애지중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먹거리와 운동 두 가지는 잘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사증후군 관리의 또 다른 과제인 스트레스는 숙제로 남겨 두고 있었다. 황씨는 요즘 스트레스 완화요법 전문 강사와 함께 한 '스트레스와 건강하게 마주하기' 프로그램에서 배운 심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버는 방법을 실전에 응용하며 차츰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깊은 상처로 인해 한 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심리상담치료사 정영수씨는 다음 애지중지 기획에서는 이런 분을 위한 심리 상담을 포함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이 좋아지며 따라오는 보너스
애지중지 참여자들은 자신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가족을 우선시 하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애지중지한 3개월 동안의 행복한 경험을 통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결과도 낳았다.
김순명씨는 딸과 사위에게 손자들이 예쁘지만 체력이 달리고 본인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루 2시간씩 보육도우미를 부르도록 요청했다.
참여자들은 육식위주의 문화에 반기를 들며 주위 사람에게 채식위주의 식단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임이 많아지길 기대한다며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강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찾아가는 대사증후군 제로 건강교실', '선재스님과 함께 하는 힐링파티(12월 16일 2~4시)', '슈퍼스타 현미밥상 공모전(요리와 수기 공모, 2013년 1월 20일까지)'등 제로제로 대사증후군 캠페인을 계속 계획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채은순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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