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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한 번하면 달라져요"

[명동 현장] 문재인 지지자들... 매일 저녁 7시, 거리서 춤추며 유세

등록|2012.12.13 18:23 수정|2012.12.13 18:23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리고 미친 듯 춤을 추더니 "바꿔"를 외친다. 갑자기 두 사람씩 손 마주 잡고, 왈츠를 추다가 함성을 지른다. 그 모든 사람의 귀에는 노란색 헤드폰이 걸려 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파격 유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지만, 가장 조용한 유세"가 그것이다. 노란색 헤드폰을 낀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마음대로 춤을 추고, 때론 같이 행동도 하는 이 새로운 캠페인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 때문이다. 12일, 저녁 7시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열린 선거 유세는 참으로 희한했다.

걸어가는 데 갑자기 노란색 헤드폰을 쓴 대학생이 춤을 추며 다가와서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내민다. 시민은 얼떨결에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기분이 좋아진 시민은 처음엔 구경만 하다가 어느덧 헤드폰을 쓰고 함께 어울린다.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내미는 대학생들. 헤드폰을 쓰고 승리의 v자를 만들어 춤을 추고 있다. ⓒ 이준길


'하이파이브' 한 번 하면 순식간에 동화된다. 명동 밀리오레 앞 골목 골목에서는 매일 저녁7시에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궁금해서 물었다.

- 헤드폰에서 뭐가 나오는 거예요?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를 듣고 있어요."  

- 주파수를 어디로 맞춰요?
"스마트폰에서 '세이캐스트' 앱을 다운 받으면 되요. '문재인' 검색하면 DJ '제임스본드'가 나와서 음악도 틀어주고, 재미난 동작도 알려줘요."

참 신기했다. 그 자리에서 '앱'을 깔고 따라 했다. 1분도 안 지나 엉덩이가 들썩들썩, 오른손 왼손이 V자를 그리며 하늘을 찔렀다. 방송 청취자만 2천 명을 웃돌았다. 동시 접속자가 폭주해서 중간에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다행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방송이 재계 되었다.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문재인을 지지한다면 춤을 추라” 며 신나게 춤을 추며 즐기고 있는 지지자들. ⓒ 이준길


소녀시대부터 나훈아까지 장르를 망라하고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DJ '제임스본드'는 혼자서 흥에 취해 이런저런 동작을 이야기한다. 참여자들은 그대로 따라 하며 매우 즐거워했다. 

"문재인을 지지한다면 춤을 춰요~ 아싸!"
"승리를 생각하며 다 같이 박수, 짝, 짝, 짝, 짝"
"이번에는 지나가는 시민들과 '하이파이브'!"

요란한 춤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이 명동 밀리오레 앞을 점령했다. '우째 이런 일이...' 재미난 풍경이었다.

"저 진짜 알바 아니예요~ 따라 해 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오른손을 하늘 위로 그냥 찔러, 막 찔러!"

그러면서 춤을 유도하는 사람은 손을 V자로 하고, 신 나게 하늘을 마구 찔러댔다. DJ '제임스본드'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어 갔다. 

"사진 찍는다! 멈춰! 찰칵 찰칵"

'멈춰'라고 해서 깜짝 놀란 참여자들은 '얼음 땡'을 할 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랬더니 '포토타임'이란다. 지나가던 시민이 스마트폰을 꺼내 셔터를 여기저기서 눌렀다. DJ가 어디서 참여자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지... 참, '센스' 있다.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다함께 멈춤 동작에서 한 곳을 바라보는 문재인 지지자들. ⓒ 이준길


"아이, 거기 오빠~ 그만 쳐다봐~"

이어폰에서 음악 소리가 빵빵하게 나오니 기분은 '업' 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유쾌하기까지 했다. 흥겨운 춤사위는 무려 2시간 동안 밤 9시까지 계속되었다. 몸을 너무 흔들었더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로 웃었다. 

"주파수를 맞춰요! 볼륨을 높여요! 투표율을 올려요!"

노란색 헤드폰을 끼고 온 사람, 노란색 목도리를 하고 온 사람, 노란색 신발을 신고 온 사람, 노란색 장갑을 끼고 온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는데, 2030세대의 참신한 드레스 코드가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노란색 안경, 노란색 머리띠, 노란색 이어폰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유세에는 연설이 없었다. 이들의 유세에는 스피커를 울리는 로고송도 노래도 없었다. 유명한 정치인도, 묵직한 정치인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유세에는 그 어느 유세장보다 파격적이며 흥겹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있었으며,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있었다. 한마디로 "가장 시끄럽지만, 가장 조용한" 선거 유세였다. 

지금껏 없었던 유세 "전국을 하나의 유세장으로"... "오직 시민이 주인되는"

'주파수를 맞춰라'는 13일(목) 저녁 7시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집중캠페인을 진행한다. 또한 그 여세를 몰아 16일(일)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을 따라 이동하며 바닥의 여론을 뒤엎을 계획이다.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참여한 시민에게 다가갔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의 특성상 전국 누구나 헤드폰을 통해 같은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정유진씨(21·여)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서울, 부산, 울산, 대구, 청주, 광주 등 전국에서 이미 수백 명이 '문재인방송, 주파수를 맞춰라'와 접속하여, 새로운 유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요. 신 나는 댄스음악과 DJ의 진행에 몸을 맡긴 채,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방식의 선거 유세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우인철씨(23·남)가 땀 범벅이 된 노란색 헤드폰을 벗으며 답했다.

"여기서 주인은 오로지 저희 시민이에요. '문재인 방송, 주파수를 맞춰라'에 참여한 시민은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로 춤을 추고, 소품을 준비하고 현장의 주인이 됩니다. 그 누가 주도하지도 지시하지도 않고, 참여자 개인이 온전히 유세의 주인입니다."

지금까지 정치에서 소외되기만 했던 시민이 비로소 정치의 주인이 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hopeplanner.tistory.com/43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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