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학비리 척결' 입장 같지만 정책 다른 박·문·이

[비교분석] 박 '특목고·사학 이사회 개편 반대'... 문재인·이정희와 차이

등록|2012.12.13 22:43 수정|2012.12.14 11:34
13일, 감사원이 교육계 비리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지방교육행정 운영실태-회계집행 및 지도감독 분야)를 발표했다. 결과 발표만 보면 과연 이것들이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읽기가 민망할 정도다.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한 사립학교 이사장은 아들 학교 교장에게 교비 7억2000여만 원을 무단 인출하게 한 뒤 이자를 갚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대구의 한 이사장은 어머니 회사 소유의 34억 원 짜리 땅을 75억 원에 학교땅으로 사들여 학교에 40억 원의 손실을 끼치고 어머니에게는 그만큼의 부당 이득을 제공했다.

이거 진리의 상아탑 맞나... '비리의 우골탑' 아닌가

우리 공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학교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최대의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사립학교' '비리' '이사장' '횡령' 등의 검색어로 11월 이후 최근 한달 정도의 짧은 기간의 사학비리 관련 보도를 찾아봤다. 검색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최근 사학비리에 대한 언론보도. 국내 최대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최근 1달 정도의 사학비리를 검색해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사장, 총장 구속, 교장 횡령과 형사처벌, 이사승인취소 등 다양하게 나온다. 진리의 상아탑 아니라 비리의 우골탑 같다. ⓒ 인터넷캡쳐(김행수 편집)


등록금 200억 원을 자기 회사로 빼돌린 경원대 전 이사장, 교비 수십억 원을 횡령한 안양대 총장, 문어발 사학경영으로 수백억의 교비를 횡령한 한려대 이사장 등은 구속됐다. 학교 돈으로 64억 원 어치 미술품을 구입한 제일대 총장과 이사장은 기소되고, 수십억 원을 횡령한 한민학교 설립자 총장은 고발됐으며, 납품 대가로 1억6000만 원을 받은 수원여대 총장은 징역 2년이 구형되고, 아버지는 이사장직이 취소됐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우리 사립대학의 2012년 요지경이다.

사립 중·고등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까지 설립해 아버지 이사장은 점수를 조작하고, 며느리 교사는 시험문제를 빼돌리고, 아들 전 교사는 브로커로 예비교사들을 모집하는 등 최고 1억5000만 원을 받고 예비교사들을 등쳐먹던 채용사기단이 적발됐다. 청원고 교장은 수억의 교사 금품수수 채용으로 징역 7년을 받았고, 강원도 석정학원은 학교를 16억 원에 불법으로 매매하다 적발돼 전·현직 이사장 모두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들에게 학생은 돈벌이 수단이고 학교는 영리회사, 학교돈은 쌈짓돈인 셈이다.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비리의 우골탑'이라고 해도 변명할 말이 없다. 사실 지난 2000년대의 대한민국 국회는 사립학교법 국회라고 할만큼 사학법은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우리 정치권과 교육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선거 때마다 사학비리와 사학민주화는 쟁점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크게 사학비리 문제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사립학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학비리 척결과 민주화라는 국민적 염원을 어떻게 실현하겠다고 하고 있을까.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관련 정책을 뜯어보자.

너무 다른 사학 인식과 사학비리 대처 방안

'2013 새로운 교육실현 국민연대'(아래 2013 교육연대)는 지난 11월 27일 각 대선 캠프에 교육공약 관련 교육복지·학벌과 서열폐지·국가교육위원회 등 10개의 대주제와 31개의 소항목으로 이뤄진 질의서를 보내 세 후보로부터 모두 답변을 받았다.

이중 사학에 대한 인식과 사학비리에 대한 방안을 알 수 있는 것은 '자율형사립고 등 학교 서열화 정책과 특목고 정상화에 대한 대책'과 '사학의 공공성 강화, 사학비리추방–사립학교법 개정'을 묻는 것이다. 다른 어떤 항목들보다 이 부분에서 세 후보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 사립학교와 사학비리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 비교. 종합적으로 보면,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완전히 대척점에 있고, 문재인 후보는 이정희 후보에 훨씬 가까운 중간 어느 지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부패사학방지법만 내용이 일치한다. ⓒ 원자료 2013 교육연대(편집 김행수)


먼저 외고와 국제고·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면 세 후보의 사립학교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고와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다양화 정책과 거의 똑같고, 이정희 후보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는 그 중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폐지를 반대하며, 설립목적에 맞도록 특성화를 유도하며 철저저 관리·감독하되 자율형사립고는 주기적 평가를 통해 부실한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외고와 국제고·자율형사립고 모두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학교들은 단계적으로 일반계 학교로 전환한다고 밝혀 조건부 폐지·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부호는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 모두 과도한 등록금으로 가계를 압박하고,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경쟁을 강요하므로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사학 이사회의 개편에 대한 관점은 박근혜 후보만 달랐다. 정부 지원을 받는 사립학교(정부책임형 또는 정부지원형)의 경우 국가(교육부·교육청), 지자체, 학교구성원, 지역사회, 동문회 등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영형이사회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만 반대하고 문재인·이정희 후보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계속 논쟁이 됐던 개방이사제에 강하게 반대해 왔던 한나라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예상되는 답변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근혜 후보는 '불법·비리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 및 가중 처벌 방안 검토'라는 입장을 별도로 밝혔다.

기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구재단들의 학교경영권은 보장이라는 '사분위 정상화원칙'에 따라 종전이사라는 명목으로 비리로 쫓겨난 구재단에게 이사추천권 등을 보장하는 형식으로 예외 없이 비리재단들을 복귀시켜 온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박근혜 '사학비리는 척결해야 하지만 개방형 이사는 반대'

이와 관련된 세 번째 질문, 정부 또는 국회에 '사학정상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최근 정이사 선임 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정상화를 다시 심의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만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이정희 후보는 취지에 공감해 사학법을 개정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근혜 후보는 사학정상화특별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며 기존 사분위가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분규사학 정상화 과정에서의 위법 부당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률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학와 관련된 마지막 질문은 사학비리에 관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교육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사학비리가 만연해 있음은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바다. '2013 교육연대'는 부패방지법 적용, 투명성·공공성 평가, 징벌적 손해배상, 사학비리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자에 대한 엄격한 자격제한 등 특단의 조치를 담은 '사학부패방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사립학교 관련 질문 중 유일하게 세 후보의 입장이 완전히 동일했다. 사학비리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학부패방지법을 반대한다고 답할 후보는 없을 것이다. 답이 빤히 보이는 질문이었다.

다만, 문재인 후보·이정희 후보의 대선 공약에는 사학비리 척결에 대한 원칙적 선언이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공약에는 어떤 언급도 찾기 힘들다. 사학비리 척결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 후보가 다를 것임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 부패사학방지에 대한 후보들의 약속이 대선 후에도 지켜질 수 있을지 따져볼 일이다.

누가 사학비리 척결 대통령 될까... 교육 부문이 마지막 토론 변수

▲ 박근혜·이정희·문재인 대선후보(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대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단 한 번의 대선 TV토론회(16일)의 주제 중 하나가 교육 분야이다. 교육 관련 질의, 특히 사립학교에 대한 질의 답변만으로 보면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고,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이정희 후보와 훨씬 가까운 지점에서 두 후보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 두 번의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날선 공방을 벌여왔고, 박근혜 후보가 영남대 이사 시절에 최측근인 최태민 목사 관련자가 부정입학 사건이 벌어진 바 있었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며 장외투쟁·야간 촛불시위까지 한 바 있어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세 후보 모두 교육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교육이 마지막 토론, 나아가 대통령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