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면 부자'... 지금은 어떤게 좋을까
[서평] 고제순 외 5인이 쓴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
▲ <나는 어떤 지에 살아야 행복할까?> 겉표지 ⓒ 철수와영희
사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한 줌 흙이 돼 죽기까지 집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죠. 집은 단순히 건물로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안에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집 바깥의 세상 속에서 온갖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왠지 모를 안식과 쉼을 얻는 게 사실이죠.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말입니다.
아파트에 포위된 삶... 흙 밟을 기회는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그처럼 짐승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미숙아로 태어난다는 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의 품처럼, 참 안식처와 같은 집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러 형제들과 함께 한몸이 돼 서로 돌보면서 살아가는 삶 말이죠. 물론 핵가족과 이혼율이 늘어나는 요즘 집이 갖는 기능이 많이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방 하나에 여섯 식구들이 뒤엉켜 새우잠을 자던 그때가, 긴 줄을 서서 화장실을 기다리다 못해 이웃집 화장실까지 남몰래 들어가야 했던 그 시절이, 오히려 더 정겨운 집을 떠올리게 하죠.
"어느새 초고층 아파트에 포위되어 버렸어요. 편리해졌지만 그러면서 잃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자연과의 친화성입니다. 인류의 원래 집이었던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와 버린 거예요. 자연과의 단절이 생깁니다. 집을 짓느라 산을 잃고 초고층 경쟁을 하느라 하늘을 잃었습니다. 흙을 밟을 기회가 없어요. 인간은 자연과의 공감 없이 살 수 없습니다."(본문 173쪽)
예전엔 모두가 아파트에 살기를 꿈꿨습니다. 그것이 '부의 상징'이요, 또 그만큼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가져다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친화적인 '흙집'을 고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하죠. 왜일까요? 그만큼 인간의 몸과 자연스레 한몸이 될 수 있는 집이 바로 그런 집인 까닭이죠.
그래서 그랬을까요? 길담서원 인문학교실의 강사로 나선 6인 모두가 미래의 주역들이 될 청소년들에게 강조한 것도 바로 '차별화된 집'을 꿈꾸라고 말한 것 말입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이 서열화와 획일화됐지만 지금 자라나는 젊은 청소년들이라도 정말로 '다양한 자기만의 집'을 짓도록 생각해 보라고 말이죠. 물론 그때의 집은 단순한 집을 넘어 미래의 꿈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겠죠.
미래세대가 살아갈 집은 어디일까요
집과 관련해 이 책은 의미심장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이란의 압바스 키에로스타미 감독이 1987년에 만들었다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선생님이 숙제를 안 해 온 아이에게 가혹한 벌을 줬다고 하죠. 아이들은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숙제에 매달리는데, 주인공 학생이 집에 와 보니 가방 안에 짝꿍의 숙제장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죠. 숙제를 못할 그 아이 생각에 주인공 친구는 어딘지 알지 못하는 짝꿍의 집을 찾아가는데... 날은 저물고,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그런 영화라고 하죠.
그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조광제 선생은 '어린 주인공이 그 친구의 집을 찾아가듯, 우리도 실은 집을 찾아 해매는 것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깨우침을 던집니다. 마치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처럼,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난 아이처럼, 그런 회귀 본능이 인간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라고 하죠. 어쩌면 그런 마음이 깃들어 있기에, 먼 여행길에서도 '내 집'만 떠올리면 편안한 생각이 밀려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진정, 그런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 (고제순 외 5인 씀 | 철수와 영희 | 2012.12.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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