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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킹메이커' 역할 할까... 여론조사 결과 엇갈려

[판세분석-대전·세종·충남북] 가늠하기 힘든 충청 표심

등록|2012.12.14 10:04 수정|2012.12.14 10:04

▲ ⓒ 고정미


대선과 관련 충청권하면 떠오르는 말은 '캐스팅 보트'다. 지금까지 주요 대선 때마다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주요 승부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잠시 13일 오후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 유세 현장으로 가보자. 이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예비후보가 공동유세를 하기 직전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른 여론조사와는 달리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순간 문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가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일인 12일 전국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충청권(세종시 포함)에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문 50.8%-박 45.4%)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 속마음 들여다본 여론조사는 어느 것?

▲ 13일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기사 중 ⓒ 오마이뉴스 화면 갈무리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벌인 지난 11월 말 이후 여론조사를 결과를 주간 단위로 살펴보아도 문 후보와 안 예비후보 간 줄다리기로 피로도가 높았던 12월 첫 주를 제외하고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타사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박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맡겨 지난 7~8일 벌인 조사(1000명)에서는 충청권에서 박 후보 51.3% 대 문 후보 35.6%로 조사됐다. 지역 언론이 벌인 여론조사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청투데이>가 지난 9~10일 벌인 조사는 박 후보 55.2%, 문 후보 39.8%로 15.4%p 격차를 보였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충청권의 경우 예전의 DJP연합이나 행정수도-행정도시와 같은 충청권만의 뚜렷한 쟁점이 없는 상태다. 세종시에 사는 김아무개(41)씨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세종시 홀대에 따른 MB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지만 박 후보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세종시 원안을 지켰다는 점을 들어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국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충청권 여론변화를 되짚어보자. 충청권 대선민심은 여론조사만을 놓고 보면 파도치듯 움직여왔다. 지난 4·11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이 약간 우세했지만 통합진보당 득표를 합할 경우 민주당과 백중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8월 들어 박 후보에게 우세한 판세를 보였다. 8월 23~25일 중도일보에서 충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는 박 후보 60.9%, 문 후보  22.3%(대전충남 1200표본)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30%p 이상 앞섰다. 하지만 당시는 선거구도가 짜여지기 전이었다.

8월 박 후보 '우세' - 9월 안 후보 '우세'- 11월 박 후보 '우세'- 12월은?


▲ 13일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지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유세현장에는 약 3000여명이 몰렸다. 14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후보가 맞불 유세를 벌인다. ⓒ 심규상


9월 들어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같은 달 19일 당시 안 예비후보의 출마선언을 계기로 여론은 다시 요동친다. 9월 25~26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충청시민모임'(이하 대생모)이 (주)윈폴에 의뢰, 조사한 결과(충청권 3000 표본) 양자대결구도에서 박 후보 43.8%, 안 후보 49.7%로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양자대결구도에서도 문 후보의 0.7%p 초박빙 우세(박 후보 43.4%, 문 후보 44.1%)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에 박 후보의 우세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이는 MB정부에 대한 심판론과 정치쇄신 및 새 정치에 대한 기대 등 정권교체 필요성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한 달여 뒤인 11월 들어 충청민심은 다시 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11월 16~17일 대생모의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 50.6%, 문 후보 38.0%로 박 후보가 12.6%p 우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와 안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7.6%, 안 후보 42.9%로 4.7%p 우세에 그쳤다.

여론조사기관인 (주)윈폴의 서정호 대표는 "이 시기에는 새누리당의 경우 선진통일당과 합당 추진 등으로 보수진영을 결집시켰으나 민주당은 안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지지부진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며 ""이 같은 흐름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뚜렷한 격차를 보인 것은 문-안 후보단일화 직후인 11월 말경이다. 11월 29일 <충청투데이>를 비롯한 7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청권 박 후보 51.1%, 문 후보 36.6%(11월 27~28일, 2000명 대상)로 14.5%p로 나타났다. 12월 3일 <대전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 50.2%, 문 후보 35.1%로 15.1%p격차를 보였다.

이 때문에 충청권에서는 박 후보의 우세를 뒤집기 어렵고, 결국 승부처는 수도권과 부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11월 26일∼12월 2일, 6100명)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8.3%, 문 후보 45.5%로 접전양상을 보이다 12월 3일∼12월 9일(1만 500명)에 박 후보 53.5%, 문후보 41.2%로 12.3%p로 벌어졌다. 이어 12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문 50.8%-박 45.4%)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쪽도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이라는 얘기다.

"박 후보 우세 뒤집기 어렵다" vs "문 후보 뚜렷한 상승흐름"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충북 옥천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 후보로 야권이 단일화 되면서 충청권에서는 안 후보를 지지하던 세력과 부동층 상당부분이 박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문 후보가 안 전 예비후보와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분명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며 "결국 막판 20~30대의 부동층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충청권 판세가 뒤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충청권 민심을 점치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욱 배재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기관마다 조사방법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른데다 특히 충청권 유권자의 경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충청 표심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은 여러 선거경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 접어들었다. 13일 문 후보와 안 예비후보의 공동유세가 열린 대전 으능정이거리에는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14일 오후에는 박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맞불유세를 벌인다.

충청권 표심은 여론조사 결과조차 서로 다르다. 소신이 뚜렷함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속내에 근접한 여론조사는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 속마음이 따로 있다는 평을 듣는 충청민들. 충청권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넣을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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