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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이장님은 노래방 사장님"

외지인에서 마을지킴이 된 김점수 이장의 파란만장 스토리

등록|2012.12.14 10:42 수정|2012.12.14 10:42

▲ 신기마을 체험펜션 앞에서 자신의 마을 간판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김점수 이장. 그는 오늘도 노래방 사장하랴 이장 등 마을 일하랴 바쁘다. ⓒ 송상호


제목만 보고 낚시하는 건 줄 알았다면 오해다. 액면 그대로 시골마을 이장이 노래방 사장이다. 주인공은 안성 신기마을(금광면) 이장 김점수씨다. 이뿐만 아니라 체험마을 위원장과 사무장, 농사꾼 그리고 노래방 사장까지. 1인 5역은 다 이유가 있다.

마을에서 장갑공장 경영하다 만난 '마을사업'

그가 현재 안성 신기마을에 온 건 25년 전이다. 소위 본토박이가 아닌 외지인이다. 20년 전부터 그 마을에다가 장갑 공장을 차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다.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그는 이 공장을 하다 보니 오전 2~3시에 자고 6~7시면 일어났다. 잠을 푹 자본 적도 없이 동분서주했다. 그의 열심 때문에 공장은 조금씩 성장했다. 한창 잘 나갈 땐 10명의 사람을 부리기도 했다. 시골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감당한 셈이다.

그가 지금처럼 살게 된 첫 계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기마을과 인근마을 6곳이 함께 시작한 마을가꾸기 사업이 계기였다. 7개 마을이 함께 정부사업을 따내어 만든 마을 명칭이 '두리마을'이다. 소위 7개 마을 권역 사업이었다.

이때 그가 참여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마을 일에 관심이 지대했던 건 아니다, 권역 마을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마을 일에 더 애착이 가더라"고 말하는 그. 그의 운명이 바뀐 첫 단추가 바로 '권역 마을가꾸기 사업 참여'인 건 확실한 듯 보인다.

6년 전, 마을 이장되어 지금까지 해내다

6년 전, 마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신기마을 이장이 되었다. 권역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 마을에도 이런 좋은 거리를 펼쳐봐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런 열정이 마을사람들에게 전달된 게다.

▲ 신기마을 체험관. 이곳이 김점수 이장이 20년 동안 장갑공장을 했던 터다. 이곳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처럼 마을 체험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 송상호


지난해부터 신기마을에 실질적 소득을 안겨주는 사업을 추진했다. 바로 블루베리 체험 농장이다. 사실 그 전엔 개인농장(블루베리농장) 2000평을 일구어 오고 있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체험농장을 열었다. 20년 동안 해오던 장갑공장 터를 리모델링해서 체험관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자기 터를 마을사업을 위해 무상으로 임대한 꼴이다. 여기에서는 주로 블루베리 체험을 한다. 물론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은 마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런 실험단계를 거쳐 올해부터는 안성 신기마을이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되었다. 명실상부한 농촌체험마을이 됐다. 물론 그가 운영위원장이다. 올해에 체험방문객을 쏠쏠하게 치러내 마을분들에게 소득이 꽤나 돌아갔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위원장은 있는데 사무장이 없다. 사무장을 두려면 월급줄 능력이 되어야 한다. 하다못해 시청으로부터 사무장 월급을 지원 받아야 한다. 아직 성사되지 않아 그가 사무장 역할도 하고 있다.

시골마을 이장도 좀 바쁜가. 각종 행사에 쫒아 다녀야 한다. 마을의 대소사를 챙겨야 한다.  "그래도 요즘이 한가로운 편이다, 그나마 블루베리 농사를 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는 그다. '오전 3시 취침, 7시 기상'은 요즘에도 여전하다.

시골마을에서 노래방 사장된 이유

이쯤 하고 노래방 이야기를 해야겠지. 그가 '노래방'을 시작한 건 3년 전 일이다. 20년을 해오던 장갑공장을 접은 후다. 장갑공장을 블루베리 체험관으로 만들어서다. 그 사업이 첫술에 배부르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노래방 사업이다. 낮에 이장, 위원장, 사무장, 농장일 등을 한다. 노래방은 오후 5시 이후에 출근해 새벽 2~3시까지 한다. 당장 가정도 꾸리고, 마을일도 가능한 일이다.

시골노래방이니 오는 손님 연령대가 다양하다. 청소년부터 팔순 노인까지. 한 방엔 청소년들, 한 방엔 가족끼리, 한 방엔 어르신들, 한 방엔 주부들 등. 특히 경로당 어르신들이 떼로 몰려와 노는 경우도 많다.

▲ 김점수 이장이 운영하는 시골 노래방(H노래방)이다. 그는 자신의 노래방을 홍보하는 거 같아 걸린다며 사진 찍기를 마다했다. ⓒ 송상호


"어, 사장님 어디서 많이 봤는데......"란 손님의 말이 가끔 들린다. 각종 면 행사에서 김점수 이장을 본 손님이다. 지금은 어딜 가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정작 자신은 잘 모르는데도.

노래방 사장까지 하게 된 그의 신기마을 적응기는 파란만장하지 않은가. 외지인이 시골에 뿌리박는 것도 쉽지 않다. '안 하던 거 왜 하냐'란 반대 속에서 그는 끝까지 상생의 길을 고집했다.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해 자신도 살고, 블루베리체험농장을 운영해 마을도 사는 길을 택했다. 그는 이장으로써 마을일을 경영하고, 가장으로써 노래방도 경영한다. 두 가지 끈을 놓지 않는 그가 지혜로운 마을리더가 아닐까. 며칠 뒤 있을 마을경로당 완공 준비에 그는 하루해가 짧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2일 안성 신기마을(031-672-1575)에서 김점수 이장과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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