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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도 변함없는 월급... 호봉제 도입하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파업 돌입... 대구교육청 앞에서 처우개선 요구

등록|2012.12.14 19:53 수정|2012.12.14 19:53

▲ 전회련 소속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대구교육청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2009년부터 학교 사서직으로 근무했지만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만 계약을 하기 때문에 퇴직금도 없고 각종 수당도 없습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학교장의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이 가장 무섭습니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해고통보를 받았어요."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서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39)씨는 3월에 게약을 하고 12월 말이면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학교로 옮기며 3년을 근무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교과부로부터 내년부터 예산을 받지 못한다며 대구지역 400여 명의 사서직에 대해 12월 말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과학실 실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아무개(42)씨는 학교에서 근무한 지 16년이 됐지만, 매년 받는 월급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하루종일 약품 냄새가 가득한 과학실에서 근무하지만 기본적인 안전장비나 공기청정기·환풍기 등의 시설은 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실험기구를 소독하다가 유리가 깨지면서 손이 찔리거나 약품사고 등으로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조차 되지 않는다. 이 씨는 몸이 다쳐도 병가조차 쓰지 못하고 학교장의 눈치를 보며 일했지만, 언제 해고당할 지 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구의 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 행정·교무·사서·과학·특수교육·전산·돌봄, 당직 업무 등에 종사하는 학교비정규직(회계직) 들로 구성된 전회련 대구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9일 1차 파업에 이어 14일 오후 2차 파업에 돌입했다.

전회련 대구지부는 비가 오는 가운데도 이날 오후 2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고 오후 3시 30분부터는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교육청을 성토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는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각급 학교에서 일어나는 해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년이나 10년이나 같은 임금, 해고사태는 매년 벌어진다"

▲ 전회련 소속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2차 파업을 벌이고 대구시교육청에서 반월당네거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지난 1차 파업이후 대구교육청은 법률과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한 단체교섭에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사서·돌봄·급식실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계약해지가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 학교부터 차별을 철폐하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10년 일해도 100만 원 남짓한 임금, 1년이나 10년이나 같은 임금, 매년 벌어지는 엄청난 해고사태,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회련 대구지부는 이날 오후 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가장 적게 미치는 시간을 택했다"며 ▲ 교육감의 직접고용과 고용보장 ▲ 사서·돌봄·방과후 코디·급식실·사무직 등의 대량해고 중단과 무기계약직 전환 ▲ 호봉제 도입 ▲ 급식실·과학실무자 등에게 위험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한 400여 명의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집회를 마치고 대구시교육청에서 반월당 네거리까지 약 2.2km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학교비정규직의 파업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고 처우개선과 고용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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