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은 무죄... 종범은 유죄?
[주장] 곽노현 사건으로 볼 수 있는 '부끄러운 사법부'
▲ 강경선 교수 일인시위 ⓒ 강민정
곽노현 사건은 선거 후 9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곽노현 교육감이 2억 원을 줘 이른바 '사후매수죄'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지난 12월 14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강경선 교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강경선 교수는 누구인가? 그는 금전 거래와 관련된 일체의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선거 후 대가를 주겠다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던 곽노현 교육감에게 박명기에게 돈을 줄 것을 제안한 사람이며, 그 돈을 직접 전달한 사람이기도 하다. 곽노현 교육감은 강경선 교수의 제안을 듣고 강경선 교수의 설득을 받아들여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줬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곽노현 사건에서 주범은 강경선 교수이고, 종범은 곽노현 교육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곽노현 교육감이 '2억 원'이라는 돈을 선거 후에 박명기 교수에게 '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도 않고 있던 곽노현 교육감에게 2억 원이라는 거금을 주자고 제안하고, 그 돈을 받아 직접 박명기 측에 전달하여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강경선 교수야말로 이 사건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권유를 받고 설득당해 돈을 준 곽노현 교육감은 이 사건에서 종범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강경선 교수는 선거 당시 후보자가 아니었고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자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1년 4개월을 끌어 온 이 재판의 최종 결과는 주범인 강경선 교수는 무죄이고 종범인 곽노현 교육감은 유죄라는 것이다.
통상의 경우 범죄에서 그 행위를 제안하고 직접 결행한 사람은 주범으로 더 높은 형량을 받고 그를 도와 조력한 공범은 죄질이 적어 더 낮은 형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곽노현 사건에서는 어떻게 이런 상식과 정반대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일까?
그것은 범죄 행위로 볼 수 없는 것을 어거지로 범죄행위로 몰아 정치적 판결을 내린 대한민국 사법부의 부끄러운 수준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억 원의 돈을 주는 행위를 통해 강경선 교수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 자선을 넘어서서 선거 과정과 당선 이후 생긴 친구 곽노현과 박명기 사이의 불화와 오해를 풀어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하려 했다. 박명기 교수가 자기 고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곽노현 교육감으로 하여금 결자해지의 선행을 베풀도록 함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화해를 도모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밝혀졌듯이 선거 과정 내내 어떠한 금전거래에 의한 사퇴도 거부했던 곽노현 교육감이 강경선 교수의 설득을 받아들였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곽노현 사건은 사후매수를 목적으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하는 선거범죄 사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해와 연민을 실천한 일이라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1, 2심의 과정에서 곽노현 교육감이 상대 후보였던 박명기 교수를 사전이든 사후에든 매수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실체적으로 드러나 버렸기 때문에 아무리 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는 사법부라도 선거와 일체 관계가 없었던 강경선 교수를 선거 범죄자로 몰아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사법부는 스스로 자가당착적인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주범은 무죄, 종범은 유죄!'
2012년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 정도의 염치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 40여 년 전 박정희 정권 하에서 재판 몇 시간 만에 무자비하게 사형 처벌을 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그나마 다행은 다행이라 말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사법부에게 정의를 구현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지쳤다. 비리 검찰, 브로커 검찰, 섹스 스캔들 검찰에다 인터넷상에 BBK가 자신의 소유라고 연설하는 이명박의 동영상이 버젓이 떠다니는데도 이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된 정봉주 같은 이들이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로 주범이 무죄가 되고 종범이 유죄가 되는 일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일까마는 국내 최대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문용린 같은 이가 공교육을 책임지겠다고 교육감 선거에 나서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곽노현을 파렴치한 선거사범으로 몰아 구속시킨 사법부 때문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절망감과 분노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배울 것이며, 우리 아이들이 자칫하면 다시 경쟁교육을 신봉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 앞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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