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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눈꽃, 무거운 다리를 받치고 있네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리지는 임진강 주상절리 '동1교'

등록|2012.12.16 16:45 수정|2012.12.16 16:45

▲ 한파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상고대 위에 높이 95m의 교각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 최오균


최근 연일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이곳 경기도 연천군 동이리 주상절리에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동1교' 다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다리 높이 95미터, 폭 40.9미터, 길이 400미터...

사장교(상판을 줄로매서 만드는 다리) 형식으로 건설되는 이 다리는 주상절리 절벽 30미터, 강심 2미터를 감안하면 무려 그 높이가 127미터에 달합니다. 동1교는 이제 막 양쪽에 걸칠 교각 공사를 끝내고 줄을 하나씩 걸어 상판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눈꽃 동산, 아름답죠?

▲ 아침마다 환상적으로 피어나는 물안개가 한파로 나뭇가지에 얼어 붙어 상고대로 변해 하얀 눈꽃으로 변한다. ⓒ 최오균


그런데 최근에 몰아닥친 한파는 동이리 임진강 주상절리에 아침마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임진강을 따라 흘러내려온 물안개가 주상절리에 환상적으로 휩싸이다가 주상절리와 교각 주변에 있는 나무에 얼어붙어 상고대를 만들어 커다란 눈꽃 동산을 만들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얀 상고대 위에 서 있는 교각을 바라보면, 교각이 마치 눈꽃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상 최고의 바벨탑 같기도 하고, 우주를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는 로켓포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사상누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상고대 위에 로켓포처럼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교각 ⓒ 최오균


▲ 무거운 철판과 교각을 떠 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고대 ⓒ 최오균


"저 가벼운 눈꽃이 어떻게 무거운 다리를 떠받치고 있지?"
"아니야 내가 환상을 본 거야."

눈꽃 위에 서 있는 다리가 정말 사상누각처럼 아슬아슬하게만 보입니다. 무거운 철판이 곧 무너져 내려 앉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 내가 신기루를 봤나?"

▲ 해가 뜨면 상고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 최오균


해가 떠오르면 상고대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어? 내가 신기루를 봤나?"

눈꽃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엔 앙상한 가지와 콘크리트 다리만 덜렁 남아 있습니다. 순간 나는 그런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 다음 날 아침 다시 신기루처럼 임진강 주상절리에 신기루처럼 다시 나타나는 상고대와 동1교 교각 ⓒ 최오균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면 다리는 또 다시 물안개에 휩싸이다가 상고대의 하얀 눈꽃 위에 신기루처럼 나타납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가 또 있을까요.

▲ 줄을 걸어 상판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하고 있는 동1교가 아름다운 상고대 눈꽃에 휩싸여 있다. ⓒ 최오균


동이리 주상절리 임진강에는 한파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한파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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