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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5년 동안 확실하게 알려줬다

'청담동 앨리스' 꿈꾸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등록|2012.12.18 12:39 수정|2012.12.18 12:39
먹성 좋은 세 아이를 데리고 외식할 때면 내 젓가락질을 최대한 자제하는데도 월급 받는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월급날을 기다린다. 그래 경제가 문제다. 아이 교육도, 먹을거리도, 취미생활도 뭐든 돈으로 환산해야 하는 도시에 사는 사람은 가진 '돈'이 문제다. 그 돈이 삶의 품격이고 삶의 질이 된다.

그런데 1번이나 2번 누구도 내 지갑을 두둑하게 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살면서 돈이 조금 부족해도 큰 결핍감을 느끼지 않고 아이가 커서 큰 돈을 못 벌어도, 유력한 지위를 갖지 않아도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나라. 사람의 가치가 제일이라고 아이에게 가르치는 나라. 그런 나라를 설계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1번이나 2번 누구도 내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지는 않지만...  

▲ 지난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이 아니면 전기료를 40%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 청와대


MB가 그런 후보를 가려낼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줬다. 5년 전 사람들은 '경제인이니 경제를 살려주겠지, 잘 살 방법을 뭔가 만들어 주겠지'라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다. 어땠나.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며 '건설공화국'을 역설했다.

성장을 위한 개발주의. 박정희 시절에 유력하게 작용하던 패러다임이었다. 그 가치 아래서는 우뚝우뚝 솟아있는 건물만 있을 뿐 거기에 사는 사람은 관심 밖이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를 논하는 것은 배부른 투정쯤으로 여겨졌다.

박정희의 개발주의를 부활시킨 이명박 정권 아래서 이미 잘 살고 있는 재벌들은 날개를 달았고 한참 전부터 희망 없던 서민들은 아예 빛을 차단당했다. 이명박은 그것에 대해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못사는 게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자수성가한 자신의 이력을 들먹이며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은 그 사람 개인의 능력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돈 많이 벌고 'power(힘)'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지위를 갖추기 위한 능력과 스펙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학교 공부만 죽어라 하게 됐다. 소수 몇 명만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는 아이와 부모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아이들은 친구도 경쟁자로 보게 됐다. 5년 동안 돈과 능력이라는 힘을 가진 사람이 장땡이라는 논리가 일반 국민들에게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봐왔다. 이제 그 논리가 대다수 국민들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런데 그 논리를 선거과정에서도 목격했다. 강제로 빼앗은 정수장학회는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지도 않았고 '국가에 헌납한 것'이라는 입장만 들었을 뿐이다. 힘으로 개인의 삶을 결딴내고도 5·16을 바로잡지도 않았으며 그 희생자 유가족들의 주름진 얼굴을 또 한바탕 눈물로 범벅이 되게 만들었다. 마지못해 미안하다고만 했다. '미안하지만 지나간 일이잖아요?' ' The strongman's daughter(독재자의 딸)'는 이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

힘이 있던 시절에 힘으로 눌러 이긴 사람이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역사는 아이들에게 'power(힘)'를 가져야 잘 산다는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너는 괜찮은 아이야, 성적만 좋다면!'을 강조하게 된다. '청담동 앨리스'를 꿈꾸지 않아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나의 가치를 실현하며 나름대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제 보편적인 가치가 되어야 한다. 너도 나도 행복해지려면! 19일은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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