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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들고 간 박근혜의 가방, 그 속 참 궁금하네

선방위 제지 불구 사회자 탁자 밑에 둔 채 토론... 누리꾼 "부적이라도 들었나?"

등록|2012.12.17 19:35 수정|2012.12.18 16:21

▲ 중앙선관위 주최 제18대 대선후보 TV토론회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가방과 서류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방송토론에 또 다시 '빨간 가방'을 들고 입장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차 방송토론 당시 '아이패드 커닝' 논란이 일었던 그 가방이다. 박 후보는 지난 12일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직접 가방을 꺼내보이며 "제가 10년도 넘게 지방에 갈 때도, 외국에 갈 때도 가지고 다닌 낡은 가방"이라며 "토론회 때는 서류를 꺼내놓고 가방을 내려놨다, 아이패드는 가져가지도 않았다"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2가 유세에서 지난 2차 대선후보토론회에서 아이패드 커닝으로 논란이 된 가방을 들어보이며 유권자와 지지자들에게 '흑색선전'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민주당은 "아이패드가 아닌 가방이라 할지라도 '토론회장에 입장할 때 낱장자료 이외의 노트북, 도표, 차트, 기타 보조 자료를 지참할 수 없다'는 토론규칙 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규칙 위반 논란이 재발할 수 있는데도 박 후보가 재차 문제의 가방을 가지고 토론회장에 입장한 셈이다.

무엇보다 대선후보 방송토론을 주관하는 선거방송토론관리위원회(이하 선방위) 측은 당시 박 후보의 가방 반입을 제지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선방위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행원을 통해 후보에게 가방을 토론회장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가) 가방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들어왔고 이에 민주당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가방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면서 "민주당이 재차 문제를 지적하면서 수행원을 통해 가방을 빼줄 것을 요청했는데 (박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박 후보의 가방 안에는 서류 등의 특별한 내용물이 없었다. 이 관계자도 "통상적인 여성들이 쓰는 물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가방을 자신과 함께 온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손이 닿지 않는 오른편 바닥에 내려놨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거듭 항의하자, 사회자가 "그 가방을 본인 탁자 쪽으로 가져오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도 "가방을 거기에 두시라"며 가방 소지에 대해 양해했다. 결국 박 후보는 상대방의 항의까지 감수하며 갖고 온 가방을 사회자의 탁자 아래 놓아둔 채 토론에 임했다.

박근혜 '가방 집착'에 누리꾼 "혹시 부적이라도 들었나?"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오고 있다. 박 후보의 뒤쪽으로 문제의 '빨간 가방'이 보인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현장에 있던 민주당 관계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본인의 트위터(@Sunmee_Jin)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끝까지 가방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사회자 옆쪽에 놓았음, 다시 이의제기하려고 하니 문재인 후보가 됐다, 괜찮다셔서…"라며 "이해할 수 없음… 조윤선 대변인 등 일행이 한자리에서 지켜보는데 맡기면 될 터인데"라고 글을 남겼다.

신경민 민주당 미디어 단장도 본인의 트위터(@mentshin)에 "선거방송위직원이 제지해도 굳이 가방을 지킨다, 아무 것도 없다며"라며 "아무것도 없는 가방을 규정 어겨 지키는 이유 있을텐데 참 이상하다"고 글을 남겼다. 신 단장은 토론 직후 다시 자신의 트위터에 "3차 대선토론으로 몇 가지가 증명됐다"며 "금지된 가방을 굳이 스튜디오로 들고 가 지난 잘못을 고치지 못하고 주변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황소고집임이 증명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의구심을 표하면서 각종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규칙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선방위는 '아이패드 커닝 논란'이 일어나자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후보자가 토론회장에 입장할 때 낱장자료 이외의 노트북, 도표, 차트, 기타 보조자료를 지참할 수 없도록 했다"며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는 없으나 토론시 후보자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한하여 공정하고 내실 있는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누리꾼(@gon****)은 "가방을 또 들고 나온 이유는 고작 규칙 따위가 자신을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을 온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며 "대통령만 되시면 법 위에 군림하실 분이 고작 규칙쯤이야 ㅋㅋ"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twit****)은 "토론회 규칙상 금지인 가방을 굳이 계속 반입해 무력화하는 것만 봐도 박근혜의 '원칙과 신뢰'라는 슬로건은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토론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이도 있다. 한 누리꾼(@ssss******)은 "문 후보가 그걸(가방 소지) 시비 걸으면 어떻게 받아쳐야지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 ㅋㅋ"이라며 "하지만 문 후보가 그런 거 가지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오히려 괜찮다고 대인배의 풍모를 풍겼다, 박근혜 실패"라고 평가했다. 다른 누리꾼(@obsc****)는 "가방 고집하는 거 보면 법을 지키라는 소리를 매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함"이라고 분석했다.  

박 후보의 '가방 소지'를 유머로 응수하는 이도 있다. 한 누리꾼(@doo*****)은 진선미 대변인의 트위터 멘션을 리트윗하며 "준비된 가방대통령"이라고 글을 남겼다. 박 후보의 '준비된 여성대통령' 슬로건을 패러디한 것이다. 또 다른 누리꾼(@khs****)은 신경민 단장의 트위터 멘션을 리트윗하며 "혹 부적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요"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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