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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악수 거부 청년 "불만있다는 표시했을 뿐"

[단독 인터뷰] 이명박 대통령 악수를 두 번 거부한 참관인 최아무개씨

등록|2012.12.19 17:58 수정|2012.12.19 17:58

▲ 최아개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청운동 제1투표소 서울농학교 대강당 입구 ⓒ 김정현


오늘(19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 서울농학교 대강당. 한 투표 참관인이 현직 대통령의 악수 요청을 거부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감히 나랏님의 악수를 거절한' 참관인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breeze0912·산들바람)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그의 몇 마디는 SNS를 타고 순시간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 참관인의 멘션을 읽은 누리꾼들은 "통쾌하다"부터 "예의가 없다"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마저 "대통령이 악수를 거부당한 건 맞지만 영부인이 째려본 건 아니"라는 해명을 하게 만들었다. 기자는 오늘 낮 12시 투표 참관인 업무를 마치고 나온 '화제의 참관인' 최아무개(25·국민대·김순자 후보 측 추천 참관인)씨를 만나봤다.

"당신에게 불만 있는 사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19일 오전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악수를 두 번 거절한 최아무개씨 ⓒ 김정현


- 대통령의 악수를 두 번이나 거부했다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대통령 내외분이 투표를 하고 나오면서 참관인들과 악수를 했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다가와서 악수를 청했는데 전 거절했어요. 손을 가지런하게 모은 상태로 일어서 있었죠. 대통령이 "엇험"이라고 하시며 당황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몇 마디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젊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팔을 끌면서 악수를 하려 했어요. 전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가면서 '부모님 잘 모시라'는 말을 했습니다."

최아무개씨는 트위터에 "영부인이 째려봤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영부인을 예전에 본 건 아니라 처음엔 긴가민가했다"며 "(대통령 내외분이) 가신 후 같이 있던 참관인 두 분이 '영부인이 너 째려보는 거 봤냐'고 말씀해줘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 최아무개씨는 "대통령이 악수를 하려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 김정현


- 왜 악수를 거절했습니까.
"그 사람(대통령)에게 '당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통령은 물론 주변으로부터 보고를 받겠지만, 평소에는 (비서진·측근 등에) 가로막혀 사람들의 의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악수를 거부한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법적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방법이었습니다."

- 의도를 떠나서 '예의가 아니지 않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가 예의가 없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전 상급자-하급자 관계가 아닌, 선출직 공무원과 시민의 관계로 '내가 당신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는 강한 의사 표시를 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악수는 하고 말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시던 분도 계시던데 그럴 시간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피켓을 들면 연행될 수도 있잖아요. 그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의사를 드러낼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악수 거부라는 답이 나온 것이죠. 그래도 (대통령이) 왔을 때 일어나는 등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려고 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당신부터 잘하시죠"

▲ 최 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는 "나름대로 두번 확인한 후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이야기만 올렸다"며 사실호도를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 그냥 묻을 수도 있는 일인데 SNS에 올리셨어요. 왜 그러셨나요.
"어떤 분들은 제가 영웅심리에 그랬다고 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제게 좋을 일은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기지를 발휘해서 적당히 넘어가면 오히려 제가 머쓱해질 수 있고,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됐을 텐데요. 그런데 '젊은 사람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당신이나 잘하세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정부의 여러 실정을 보면서) 원래 그런 분인가 싶었는데 오늘 확신이 서더군요."

- 그럼 대통령이 온다는 걸 알고 사전에 계획을 한 건가요.
"아닙니다. 처음 참관인을 신청할 때는 대통령이 그 투표소에 온다는 것을 알고 '대통령 얼굴이나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무소속 김소연 대선후보가 경찰에게 얼굴을 맞기도 했던 일과 같이 공권력과 정부의 실정이 계속되는 걸 봤습니다. 자연스레 불만을 드러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오늘 새벽에 투표소로 향하며 방법을 고민했어요. 제가 무소속 김순자 후보 측 참관인 신분으로 투표소에 있었는데요.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 측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소신 있던 그 "난 걱정 없는데 주변 사람이 걱정"

▲ 최아무개씨가 모르는 이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며 당황하고 있다 ⓒ 김정현

-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전 일단 대기업을 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될 거 같아요(웃음). 과거 기록이 남아서 문제될만한 곳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진 않습니다. 법을 어겨서 붙잡아 갈 거라면 그렇게 하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 개인정보를 캐내고, 욕이 난무하고, 전화가 빗발치는 건 무척 귀찮네요(웃음). 제 주변 사람들이 잘못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었다. 수차례 발신번호제한이나 모르는 번호로부터 오는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 동시에 그의 SNS 계정에는 '철없다' '사과하라'는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최아무개씨는 전화기를 끄면서 "당분간 전화기를 켜기 무섭다"며 "나중에 켰을 때 어떤 문자가 와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후에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렵진 않습니까.
"주변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함께 참관인으로 들어온 어르신은 저를 타이르시기도 하셨고요. '큰일나는 거 아니냐' '투표장 안이니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대통령실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이 제 이름을 묻고 가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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