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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 귀가하는데 투표는 무슨 투표?"

등록|2012.12.19 21:32 수정|2012.12.19 21:32

▲ 오늘 오전 5시 50분 즈음이지만 채 투표시간이 안 돼 어둠과 추위의 협공에 덜덜 떨고 있는 유권자들입니다. ⓒ 홍경석


19일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날이었습니다. 5년에 한 번 있는 대통령 선거,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한 정당한 이치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과연 어떨까요?

우선 오늘 '가까스로' 투표에 참여한 저의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임시 공휴일이라지만 저는 오늘도 주간근무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투표소인 주민센터(구 동사무소)의 문이 열리기도 전인 오전 5시 40분께 가서 물에 빠진 개 떨듯 기다리다가 오전 6시가 넘어서야 투표를 마쳤지요.

그리곤 그야말로 총알 같이 달려 시내버스에 올라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업무 교대를 하고 근무하던 중에도 오늘의 주변 사람들 화두는 단연 "투표는 하셨느냐?"에 집약됐지요.

오후가 되자 단골로 택배를 가지고 온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이거 모두 다섯 개인데 수령인(직원들)이 오늘은 근무를 안 한다니까 내일 오시면 가져가게끔 여기 놓고 갈게요."

날도 추운데, 더욱이 나라에서 정한 임시 공휴일임에도 일을 하는 모습이 측은해 물었습니다. "그나저나 투표는 하셨어요?" 그러자 그 아저씨는 당연한 발끈의 분노감을 표시했습니다.

▲ 택배 아저씨가 맡겨놓은 물품입니다 ⓒ 홍경석


"새벽부터 나와서 오밤중이나 돼야 겨우 귀가하는데 투표는 무슨 얼어 죽을 투표입니까?"

지극히 맞는 말이다 싶어 바로 동의했지요.

"참 큰일입니다.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들도 정규직처럼 법적으로 완벽하게 선거(투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말이죠."
"한데 그게 과연 어느 세월이나 돼야 가능할까요? 현재로선 우리의 참정권은 그야말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에 불과할 따름인 걸요."

▲ 회사 옆의 신축건물 공사현장입니다. 저기서 일하시는 분들도 오늘 투표는 못 하고 출근하셨겠지요? ⓒ 홍경석


그 아저씨가 이유 있는 타박을 하고 나간 뒤 담배를 태우고자 건물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회사 바로 옆에서 신축 건물을 짓고 있는 공사장에서는 이 추운 날씨임에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더군요. 순간 다시금 든 생각은 바로 이랬습니다.

'저 아저씨들도 필경 꼭두새벽부터 일을 나왔을 터인데 따라서 투표는 언감생심이었겠지?'

국가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는 기실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국민적 축제가 돼야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대선은 현행 선거법의 함정과 괴리, 그리고 빈틈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게 큰 문제죠.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한 게 바로 참정권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부 기업(주)들의 근로자의 참정권에 대한 무관심과 법 절차의 허술함,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지질컹이 신세가 되어 그들에게 밉보이면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밥벌이조차 끊기는 비극으로까지 쫓기는 이 사회의 약자들은 대체 언제가 돼야 대선에 당당히 투표할 수 있는 것인지 퍽이나 답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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