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노믹스 '줄푸세', 경제위기서 통할까
[전망] 경제성장에 방점 둘 듯... 재벌중심 경제구조 극복이 과제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지도부를 격려하며 인사를 나누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재벌)구조 자체는 흔들지 않겠지만, 정권 초기 국민들에게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이고…."
20일 4대 그룹 한 임원의 말이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한 대기업의 반응을 물었을 때다. 다소 조심스럽다. 그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도 그리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회 전반에 양극화 해소와 분배 요구에 대해 대기업의 역할도 강하게 요구받아왔다"면서 "앞으로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내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과 함께 일자리와 투자 등 기업의 협조가 함께 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박 당선인의 경제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위기론에 휘둘리면서 경제민주화가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와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이 결국 일부 수출 대기업의 이익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박근혜노믹스 '줄푸세'의 허와실...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될까?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식 경제모델은 '줄푸세'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줄'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금을 줄이자는 것이고, '푸'는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법질서를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박 당선인이 '줄푸세'를 처음을 주장했던 2007년과 사뭇 다르다. 당시 세금인하는 법인세 등 대기업에 혜택이 가는 쪽으로 맞춰졌었다. 규제완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치 세우기는 노동자와 비정규직, 빈민 등 상대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해 엄격히 적용됐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박 당선인의 '줄푸세' 공약을 충실히 이행했다.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내렸고, 종합부동산세 축소 등은 부자와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비롯해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 풀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질서 세우기는 노조의 합법적 파업이나 비정규 노동자나 빈민 등의 집단행동에 엄격히 적용됐다. '용산참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민생이 위기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 당선인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민생이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이미 현 정부에서 실패한 '줄푸세' 정책을 다시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재벌 지배구조보다는 사후 규제와 처벌에 강화... 경제민주화 후퇴할듯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은 "박 당선인의 줄푸세 정책은 지난 2007년에 내놨다가 지난 5년 동안 실패가 입증된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공약을 위해 자신의 줄푸세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줄푸세 정책과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감세 역시 서민과 중산층이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자료로 현정부 감세규모가 63조8000억 원이었으며, 절반 정도가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같은 1개의 기업이라도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에게 돌아가는 감세혜택의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근로소득세나 법인세 감세 혜택 역시 상류층과 일부 대기업으로 90%가 돌아가는 구조다.
김 교수는 "보수정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박근혜식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진전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박 당선인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35개 실천과제를 집행하기 위해선 국회 입법과정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담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이 경제위기론에 휩쓸려 재벌성장중심의 경제구조, 박정희식 낙수효과 등을 따르게 되면 경제민주화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벌보다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 위기관리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의 실현 가능성과 증세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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