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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에게 드리는 마음으로 차린 밥상... 푸짐합니다

수련산방 연밥으로 몸도 마음도 든든

등록|2012.12.20 18:06 수정|2012.12.20 18:15

▲ ⓒ 수련산방


휘-잉-

초겨울 찬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갑작스레 찾아든 찬 기운에 몸이 움츠려 들어서일까? 허기가 지면 추위를 더 탄다며 찹쌀 한 줌을 섞어 지어준 어머니의 쫀득한 밥이 떠오른다.

점심 무렵, 지인과 함께 어릴 적 찹쌀의 찰기가 오랫동안 뱃속을 든든하게 해 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연밥 정식으로 유명한 수련산방을 찾았다. 괴목 삼거리 중간중간 수련산방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월등 방면 500m 지점인 순천 월등면에 있는 수련산방. 이 식당은 식당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고향 같은 집으로 간간히 찾는 곳이다.

수련산방은 아흔이 다 되어가는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순천시내에서 10여년간 운영하던 장독대 쌈밥집을 접고, 고향을 찾아오게 됐다는 염현(56)씨가 100년을 훌쩍 넘긴 고택을 개조해 수련산방을 연 것이다.

▲ ⓒ 수련산방


수련산방으로 들어서자, 초겨울인데도 노랑과 연보라꽃이 몽글몽글 피어난 국화 화분들이 줄지어 오는 손님을 맞는다. 국화꽃 안내를 받으며 수련산방으로 들어서려는데 그 앞 연못이 잠시 내 발길을 붙잡는다. 마른 연잎이 둥둥 떠 있는 연못을 향해 반쯤 비스듬하게 누운 소나무 분재가 고향 뒷산의 향수를 부르고 채 마르지 않은 야생초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수련산방은 자연 음식 전문점으로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 대신 자연식 재료를 고집하고 있다. 주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연잎 또한 깊은 산 속에서 재배되는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위 논과 밭을 이용해 얻은 농작물인 찹쌀, 은행, 잣, 해바라기씨, 콩, 대추 등 8가지의 견과류를 넣은 찰밥을 연잎에 싼 뒤 두 번정도 쪄 손님상에 올린다.

연밥과 함께 먹는 반찬 또한 수련산방에서는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반찬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국내산 오리훈제로 시작하는 20여 가지의 반찬은 버섯, 도라지, 고사리, 취나물 등 제철 나물이 화학조미료 대신 마른 새우 육수로 볶아져 손님상에 오르고 제철에 담근 오이, 마늘, 양파, 취, 두릅 등의 장아찌가 연밥 정식의 주된 반찬이 된다.

그래서인지 수련산방의 밥상을 받는 순간 노랑, 연분홍, 초록, 진한 밤색, 흰색 등 고운 천연색의 조화에 놀라고 아삭한 장아찌의 상큼함. 은은한 연잎향이 배인 쫀득한 찰밥의 든든함. 뼈 속까지 스며드는 구수한 토장국에 담긴 어머니 손길, 쫀득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연잎을 갈아 만든 전, 겨자에 찍어먹는 기름기 쏙 뺀 오리훈제의 맛깔스러움에 흠뻑 빠진다. 무엇보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곳과 차를 즐길 수 있는 두 곳으로 나뉘어 있어 더 운치가 있다.

식사를 마치고 '들꽃 피는 뜰방'이라는 푯말이 붙은 차방에 들어서면 시간을 거스른 듯 소담한 풍광이 반긴다. 옹이가 움푹 파여 들어간 나무 등걸을 그대로 이용한 탁자. 두 개의 옹이만 세운 채 속이 바스러져 간 나무 액자, 쌍호롱, 기러기솟대. 마치 옛 부엌 찬장을 연상하게 하는 찻장. 그 아래 우물 같은 공간이 정스럽다.

수련산방의 차방에서는 백가지 약초의 열매나 뿌리, 잎을 1년 이상 발효시켜 뜨겁거나 차게 차를 만들어 내는 백초차, 녹차를 발효시킨 발효차 등 10여 가지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이중 국화차를 주문하고 문득 올려다 본 천정에는 나뭇가지 그대로를 살린 등이 연갈색 빛으로 방안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어 훈훈하고 뒤이어 나온 향긋한 국화차에 몸도 마음도 정갈해진다.

간간히 창을 흔드는 초겨울 바람에 한기를 느낀다면 고즈넉한 향취를 품고 있는 수련산방의 연밥정식을 먹어보라. 허기진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고 가슴까지 훈훈함이 전해질 것이다.

▲ ⓒ 수련산방


덧붙이는 글 순천투데이 착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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