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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성과 사랑, 관계중심으로

노을이의 <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

등록|2012.12.21 11:48 수정|2012.12.21 11:48

책겉그림〈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 ⓒ 철수와영희

지금은 큰 딸이 내 품에 번쩍 안깁니다. 저녁 무렵 집에 들어가면 딸아이는 내게 덥석 안기죠. 나도 그런 딸아이를 품에 파묻고, 볼을 비비고, 번쩍 들어 한 바퀴를 돌립니다. 그럴 때면 딸아이는 너무너무 기뻐서 흐뭇해하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지나지 않는 딸아이가 4학년, 그리고 5학년이 되면 어떨까요? 여전히 아빠한테 안길까요? 여러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점차 아빠 품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하죠. 이른바 '자기 여성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죠.

어디 그 뿐일까요? 중고등학생이 되면 이성에 호감을 갖기 시작하겠죠. 그 시절을 보낸 나 자신도 그랬으니 말이죠. 예쁜 여학생과 만났던 그 추억도, 그 친구를 집에까지 데려다 줬던 기억도, 다 떠오릅니다. 분명코 내 딸아이도 그렇겠죠.

노을이의 <10대와 통하는 성과 사랑>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과 행복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몸이 이상해지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성의 모습이라는 것과 진정으로 이성을 위해주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알려주고, 또 가르쳐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죠.

"우리의 성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하며 아름다워요. 생동감 넘치는 본연의 에너지이지요. 그리고 우리 인생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도 해요. 억압할 필요도 없고 억압해서도 안 돼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다만 우리가 음식을 과식하거나 포식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잘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할 뿐이죠."(22쪽)

성과 사랑을 음식에 빗대서 이해시켜주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겠죠. 남학생 몸에서 털이 나고 목소리가 변하고 여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걸 싫어하고, 또한 몽정을 하는 것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성 정체성이겠죠. 여학생이 월경을 하고 다른 성적 징후가 나타나는 것도 똑같은 이치구요.

다만 문제는 그것이겠죠. 청소년기의 성을 정상적인 채널이 아닌 왜곡된 경로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말이죠. 그것이 이 책에서, 청소년기의 연애문제를 아빠나 엄마와 상의하도록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야동 문제를 아빠와 토론하고, 엄마와 함께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며 킥킥댈 수 있는 가정이라야 청소년들이 성 문제로부터 갈등이나 왜곡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조언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사랑도 성 문제처럼 아빠나 엄마에게 이야기하며 배워가는 게 가장 좋은 길이겠죠. 문제는 또래 친구나 선후배들로부터 자기 과시나 엉뚱한 사건들을 접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성적 호기심과 충동감을 불러오고, 그걸 절제하지 못해 성 폭력에 연루되는 문제라고 하죠.

"사랑은 '관계'예요. 관계란 두 사람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지죠. 즉, 두 사람이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가 바라는 걸 함께 고민하며 서로 존중해 줘야 해요. 같이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해요. 언제 데이트를 할지, 연락은 하루에 몇 번 정도 할지, 어떤 말을 들으면 힘이 되는지, 어떤 말은 조심해 주길 바라는지 등을 서로의 상황과 이유를 충분히 들어보며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답니다."(105쪽)

바로 이것이 이 책에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사랑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성을 사랑하면 무작정 스킨십을 하고 키스를 주고받을 게 아니라, 심지어 성관계까지 허용할 게 아니라, 서로가 넘지 않아 될 선을 확실하게 긋고 사랑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죠. 그게 없으면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잘못 먹으면 체하고 배탈이 나고, 심할 경우 병을 얻듯이, 사랑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행위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겠죠.

이제 한 주간만 지나면 내 딸아이도 11살이 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셈이죠. 새로 이사 간 곳에서는 침대는 분리됐다지만 잠은 셋이서 같이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4∼6학년 학생들도 벌써 성 정체성을 느낀다는데, 과연 내 딸아이가 남동생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여건은 좋지 않다지만 청소년기의 성과 사랑에 관하여 좋은 친구이자 안내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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