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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멘붕에 빠졌던 나...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막둥이가 우리집의 희망 대들보입니다

등록|2012.12.22 12:24 수정|2012.12.22 12:24

▲ 초등 5학년 우리집 막둥이. 오늘(21일) 집에 와서 하는 말 "독재는 나빠요. 부정선거는 나빠요. 이승만이 무너진 이유예요"라고 했습니다. 민주시민으로 자라는 막둥이가 한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 김동수


"아빠 이승만 대통령이 몇 대까지 했는지 아세요?"

오늘(21일) 저녁을 먹던 막둥이가 우리 가족에게 갑자기 던진 질문입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이승만이 초대이고, 몇 번을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몇 대까지 했는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겠네."
"3대까지 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4대까지 하지 않았나?"
"아니예요. 4대를 하려다가 3·15부정선거를 저질러 결국 4·19혁명으로 물러났어요."

막둥이 입에서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이 흘러나오자 모두가 놀랐습니다. 아내는 더 놀랐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독재자 이승만이 부정선거를 저질러 4월 혁명으로 하야한 것을 다 알고 있다니.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집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체헌이 정말 대단하네.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을 다 알고."
"오늘 사회 시간에 배웠어요."
"부정선거가 무슨 말인지 알아?"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투표함에 '이승만' 이름을 무더기로 넣었어요."
"막둥이 잘 알고 있구나."

이명박 정권들어 공중파 뉴스는 거의 시청하지 않았는 데 이번 대선 후 아예 채널을 삭제해 버렸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둥이가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초등 5학년인 막둥이 머리속에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 일입니다.

"막둥아 부정선거를 하면 어떻게 해야 돼?"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반드시 막아야 해요."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일어나 끌어내렸지. 막둥이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지."
"알았어요. 부정선거는 나빠요."
"그래 부정선거는 민주주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야. 만약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정선거와 독재가 있다면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 알겠니."
"알았어요."

막둥이와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물려줄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로서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 말을 잘 듣고 착하게 자라는 것이 고마웠는데 이제는 민주시민 의식까지 조금씩 갖추어가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후 통탄과 좌절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아빠와 엄마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자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둥아 아빠와 엄마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었어. 그럼 박근혜 대통령을 미워해야 할까?"
"응 잘 모르겠어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하면 될까?"
"아니. 좋아해야 돼요."
"바로 그거야. 비록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제 박근혜 후보는 우리나라 대통령이야. 지지하지 않았다고 미워하면 안 되겠지."

"예 알았어요. 그럼 대통령 잘하도록 기도할게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통령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빠가 막둥이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막둥이가 아빠를 위로했습니다. 희망을 주었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때는 투표권이 없지만 10년 후 막둥이는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것입니다. 10년 후 막둥이는 분명 지금보다 더 진보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부끄러움 없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막둥이가 민주시민으로 잘 자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저는 노력할 것입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언론다운 언론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족벌신문과 공중파 방송은 특정 후보를 위한 언론이었습니다. 그들은 왜곡을 일삼았습니다.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들 언론이 여론을 장악하면 민주개혁 진영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진실을 전달하는 진짜 언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일에 작은 보탬을 할 것입니다. 지금 누리꾼 사이에 대안언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하에서 언론자유를 외치다 해직된 이들이 만든 <뉴스타파>도 있습니다. 삼성 기사를 보도해야 한다고 경영진과 싸우다가 쫓겨난 이들이 만든 <시사인>도 있습니다. 시사주간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한겨레21>도 있습니다. 지난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나꼼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100% 통합은 힘듭니다.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힘을 합할 때 수구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실까지 왜곡시키는 족벌신문과 주인인 시청자보다는 권력자에 굴복한 KBS와 MBC가 진실을 왜곡해도 수구세력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헌납하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음혹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막둥이에게 몇 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러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물려줄 것입니다.

"막둥아 아빠야. 너도 문재인 대통령을 바랐지. 하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빠는 낙담했고, 슬펐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런데 오늘 네가 4월 혁명을 말할 때 아빠는 희망을 얻었다. 그래 막둥이가 민주시민으로 자라고 있구나. 좌절하지 말아야지. 막둥이가 민주시민으로 자라고 있는데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막둥이 아빠는 너에게 민주주의를 물려주기를 했어. 민주주의를 물려주는 것만큼 고귀한 유산은 없을거다. 막둥아 사랑한다.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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