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처벌 근거인 공선법232조에 대해 묻는다
현실서 존재할 수 없는 범죄 처벌하는 법... 헌재 평결에 주목
1. 대선은 끝났지만 우리에겐 해결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다
18대 대선이 끝났다. 동시에 곽노현 교육감의 중도사퇴로 치러진 서울교육감 선거도 박근혜 당선자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문용린의 당선으로 끝이 났다.
이명박 정권이 곽노현 사건을 통해 얻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을 모두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제 어쩌면 곽노현 사건의 정치적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대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선거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성찰적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또 다시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선거에 묻혀 잠시 뒷전에 밀려 있었던 일들에 다시 눈을 돌리고 우리가 해 왔고 또 해야만 하는 일들로 즉각 다시 돌아가는 일 또한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이번 대선 기간 중에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정혜신 박사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가업이고,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기반을 쌓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떠밀려 지내왔던 수많은 분들에게는 바로 목숨 그 자체입니다."
두 번째로 수감되어 지금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곽노현 교육감도 '그동안 떠밀려 지내왔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 그는 물론 매 순간 죽음의 결단에 흔들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쌍용 해고자와 같은 처지는 아니지만 권력을 휘두르는 보수의 칼날에 맞서 진보교육, 혁신교육을 지키려다 무고하게 파렴치범으로 몰려 시련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보수 언론과 권력의 시녀가 된 사법부의 오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오해에 기초해 있는 경우가 많다. 곽노현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런 오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법리 문제가 끼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 분들을 탓할 생각도 없다.
곽노현의 사퇴와 서울교육감 재선거로 서울 혁신교육은 중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곽노현 사건에 관심이 더 깊어져 헌법소원 중인 법조항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여러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잠시 인내심을 가지고 곽노현 사건의 진실에 대해 조금만 귀 기울여 주십사 당부 드리고 싶을 뿐이다.
2. 곽노현 처벌법은 문제투성이 법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232조1항2호에 의거해 이른바 ('사전 약속 없는')'사후매수죄'로 1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동시에 그 처벌근거가 된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가 심의되고 있기도 하다.
법은 다소 전문적이고 딱딱한 용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보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법의 적용을 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이 법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곽노현 전교육감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 나는 곽노현 처벌 근거인 공선법232조에 대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 '졸업 후 촌지수수죄'가 성립한다면 '선거후 매수죄'도 인정할 수 있다.
자기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것은 명백하게 비교육적인 행위이고 그것을 받은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그에 대해 처벌받고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아이가 졸업한 후에 예전에 자기 아이를 가르쳤던 교사에게 반가움의 표시든 고마움의 표시든 밥을 사거나 선물을 했다면 이 행위를 촌지수수라 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선거 후 대가를 약속하고 부정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후 매수죄'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엄밀히 말해 '선거후' 매수가 아니라 '선거전'에 매수약속을 하고 선거후에 이행하는 경우다. 그러나 곽노현의 경우에는 1심, 2심, 3심 모두에서 사전에 약속한 바가 없었다는 것이 판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선거후 매수'란 '졸업 후 촌지수수'와 같은 성립 불가능한 죄명이며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2) 과도한 체벌로 인한 학생상해와 체육수업 중 안전지도 미비로 인한 학생상해에 교사가 똑같은 정도의 처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선거전 매수와 선거후 매수에 대한 똑같은 처벌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전 약속 없는') '사후 매수죄'는 형용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매수가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학교에서는 가끔 체육 실기나 과학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나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 고의가 아닐지라도 이러한 경우에도 교사에게는 안전지도의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고의로 학생을 심하게 체벌해서 학생이 다친 경우와는 그 책임의 정도가 결코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에 의하면 사전에 선거를 왜곡시킬 부정한 목적으로 후보자를 매수하는 경우와 선거가 다 끝난 후에 매수(?) 혹은 사례(?)를 하는 경우가 동일한 죄질로 간주되어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법의 처벌은 그 죄질에 따라 달라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죄에 대해 동일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조항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마치 살인죄와 실수에 의한 과실치사를 똑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다.
3) '졸업 후 10년 뒤의 촌지수수'도 처벌해야 한다면, '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의 공소시효도 인정할 수 있다.
역시 '졸업 후 촌지수수죄'나 '사후매수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보자.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선거전에' 고의로 후보자를 매수한 경우에도 선거후 6개월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 선거로 당선된 민의를 인정하고 행정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선거법의 특수성이 있어 성립한 공소시효다.
그런데 '선거후에' 후보를 매수(?)하거나 후보 사퇴에 사례(?)를 한 경우에는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그 일을 한 후 6개월 안에 발각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졸업 전에 촌지를 준 경우 6개월 후에 발각되어도 처벌할 수 없는데, 졸업 후 촌지를 준 경우는 1년 뒤에 준 경우에도 6개월 안에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과 동일하다.
공소시효가 순수한 논리상 무한대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극도의 문제를 야기하는 성폭행범이나 나치전범과 같은 경우가 아닌 일반범죄에 무한대의 공소시효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게다가 더 죄질이 나쁜 사전 후보 매수죄보다 더 공소시효가 긴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이 공소시효 면에서 최소한 합리적이려면 다른 선거사범과 똑같이 '선거후 6개월'의 적용을 받는 게 맞다. 즉 선거후 6개월 안에 이루어진 매수나 사례를 처벌해야 하며 그 공소시효도 6개월이 되는 것이 다른 선거사범 처벌과의 형평성에 맞는 게 아닐까?
3. 곽노현은 정말 파렴치한 선거사범인가?
졸업 후 교사에게 밥을 사거나 고마움에 대한 사례를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 교사가 학부모를 특별히 감동시켰을 경우다. 따라서 학부모가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촌지수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곽노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 약속도 안 했는데 선거후에 상대후보에게 돈을 주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후보 매수의 경우에는 사전 약속을 하고도 어떻게 해서든 안 주거나 적게 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2억이라는 액수가 일반인에게는 너무 크기 때문에 단순히 도와주었다는 그의 주장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는 집이 없는 친구에게 집을 사 준 사람이며, 은퇴한 신부님의 거처 마련을 위해 7000만 원의 거금을 내주었던 사람이다. 이게 그가 살아 온 삶의 방식이다.
그는 사전에 약속한 바 없는데 선거가 끝난 9개월 후에 상대 후보였던 이에게 돈을 주었다. 그가 재판결과처럼 당선 무효로 교육감직에서 쫓겨나고, 35억의 선거보전비용도 물어내야 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사후에' 박명기 후보를 '매수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무리 해도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다만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곽노현을 처벌한 공선법232조1항2호는 '동그란 네모'처럼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라는 것 뿐이다.
이것이 내가 위헌여부를 다루고 있는 헌재의 평결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18대 대선이 끝났다. 동시에 곽노현 교육감의 중도사퇴로 치러진 서울교육감 선거도 박근혜 당선자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문용린의 당선으로 끝이 났다.
이명박 정권이 곽노현 사건을 통해 얻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을 모두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제 어쩌면 곽노현 사건의 정치적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대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선거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성찰적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또 다시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다.
그러나 선거에 묻혀 잠시 뒷전에 밀려 있었던 일들에 다시 눈을 돌리고 우리가 해 왔고 또 해야만 하는 일들로 즉각 다시 돌아가는 일 또한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이번 대선 기간 중에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정혜신 박사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가업이고,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기반을 쌓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떠밀려 지내왔던 수많은 분들에게는 바로 목숨 그 자체입니다."
두 번째로 수감되어 지금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곽노현 교육감도 '그동안 떠밀려 지내왔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 그는 물론 매 순간 죽음의 결단에 흔들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쌍용 해고자와 같은 처지는 아니지만 권력을 휘두르는 보수의 칼날에 맞서 진보교육, 혁신교육을 지키려다 무고하게 파렴치범으로 몰려 시련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보수 언론과 권력의 시녀가 된 사법부의 오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오해에 기초해 있는 경우가 많다. 곽노현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런 오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법리 문제가 끼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 분들을 탓할 생각도 없다.
곽노현의 사퇴와 서울교육감 재선거로 서울 혁신교육은 중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곽노현 사건에 관심이 더 깊어져 헌법소원 중인 법조항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여러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잠시 인내심을 가지고 곽노현 사건의 진실에 대해 조금만 귀 기울여 주십사 당부 드리고 싶을 뿐이다.
2. 곽노현 처벌법은 문제투성이 법이다
▲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9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청사를 나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곽노현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232조1항2호에 의거해 이른바 ('사전 약속 없는')'사후매수죄'로 1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동시에 그 처벌근거가 된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가 심의되고 있기도 하다.
법은 다소 전문적이고 딱딱한 용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보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법의 적용을 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이 법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곽노현 전교육감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 나는 곽노현 처벌 근거인 공선법232조에 대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 '졸업 후 촌지수수죄'가 성립한다면 '선거후 매수죄'도 인정할 수 있다.
자기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것은 명백하게 비교육적인 행위이고 그것을 받은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그에 대해 처벌받고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아이가 졸업한 후에 예전에 자기 아이를 가르쳤던 교사에게 반가움의 표시든 고마움의 표시든 밥을 사거나 선물을 했다면 이 행위를 촌지수수라 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선거 후 대가를 약속하고 부정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후 매수죄'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엄밀히 말해 '선거후' 매수가 아니라 '선거전'에 매수약속을 하고 선거후에 이행하는 경우다. 그러나 곽노현의 경우에는 1심, 2심, 3심 모두에서 사전에 약속한 바가 없었다는 것이 판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선거후 매수'란 '졸업 후 촌지수수'와 같은 성립 불가능한 죄명이며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2) 과도한 체벌로 인한 학생상해와 체육수업 중 안전지도 미비로 인한 학생상해에 교사가 똑같은 정도의 처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선거전 매수와 선거후 매수에 대한 똑같은 처벌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전 약속 없는') '사후 매수죄'는 형용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매수가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학교에서는 가끔 체육 실기나 과학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나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 고의가 아닐지라도 이러한 경우에도 교사에게는 안전지도의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고의로 학생을 심하게 체벌해서 학생이 다친 경우와는 그 책임의 정도가 결코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에 의하면 사전에 선거를 왜곡시킬 부정한 목적으로 후보자를 매수하는 경우와 선거가 다 끝난 후에 매수(?) 혹은 사례(?)를 하는 경우가 동일한 죄질로 간주되어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법의 처벌은 그 죄질에 따라 달라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죄에 대해 동일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조항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마치 살인죄와 실수에 의한 과실치사를 똑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다.
3) '졸업 후 10년 뒤의 촌지수수'도 처벌해야 한다면, '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의 공소시효도 인정할 수 있다.
역시 '졸업 후 촌지수수죄'나 '사후매수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보자.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선거전에' 고의로 후보자를 매수한 경우에도 선거후 6개월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 선거로 당선된 민의를 인정하고 행정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선거법의 특수성이 있어 성립한 공소시효다.
그런데 '선거후에' 후보를 매수(?)하거나 후보 사퇴에 사례(?)를 한 경우에는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그 일을 한 후 6개월 안에 발각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졸업 전에 촌지를 준 경우 6개월 후에 발각되어도 처벌할 수 없는데, 졸업 후 촌지를 준 경우는 1년 뒤에 준 경우에도 6개월 안에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과 동일하다.
공소시효가 순수한 논리상 무한대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극도의 문제를 야기하는 성폭행범이나 나치전범과 같은 경우가 아닌 일반범죄에 무한대의 공소시효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게다가 더 죄질이 나쁜 사전 후보 매수죄보다 더 공소시효가 긴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이 공소시효 면에서 최소한 합리적이려면 다른 선거사범과 똑같이 '선거후 6개월'의 적용을 받는 게 맞다. 즉 선거후 6개월 안에 이루어진 매수나 사례를 처벌해야 하며 그 공소시효도 6개월이 되는 것이 다른 선거사범 처벌과의 형평성에 맞는 게 아닐까?
3. 곽노현은 정말 파렴치한 선거사범인가?
졸업 후 교사에게 밥을 사거나 고마움에 대한 사례를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 교사가 학부모를 특별히 감동시켰을 경우다. 따라서 학부모가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촌지수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곽노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 약속도 안 했는데 선거후에 상대후보에게 돈을 주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후보 매수의 경우에는 사전 약속을 하고도 어떻게 해서든 안 주거나 적게 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2억이라는 액수가 일반인에게는 너무 크기 때문에 단순히 도와주었다는 그의 주장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는 집이 없는 친구에게 집을 사 준 사람이며, 은퇴한 신부님의 거처 마련을 위해 7000만 원의 거금을 내주었던 사람이다. 이게 그가 살아 온 삶의 방식이다.
그는 사전에 약속한 바 없는데 선거가 끝난 9개월 후에 상대 후보였던 이에게 돈을 주었다. 그가 재판결과처럼 당선 무효로 교육감직에서 쫓겨나고, 35억의 선거보전비용도 물어내야 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사후에' 박명기 후보를 '매수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무리 해도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다만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곽노현을 처벌한 공선법232조1항2호는 '동그란 네모'처럼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라는 것 뿐이다.
이것이 내가 위헌여부를 다루고 있는 헌재의 평결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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