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장악한 항우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촉으로 쫒겨갔던 한고조 유방의 고사(故事)가 떠오른다. 유방은 항우의 압력에 의하여 나는 새도 넘기 힘들다는 촉땅으로 들어가면서 스스로 되돌아 나오는 잔도(棧道)를 불태움으로써, 천하에 욕심을 버렸다는 뜻으로 항우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대장군 한신의 계책에 따라 병사를 단련시키고 물자를 비축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였고, 천하의 인심을 얻는 데 노력하여 불과 5년 만에 초를 멸하고 한 제국을 건설하였다.
단언하건대, 이번 대선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멘붕'이라고? 결론적으로 말하건데, 민주당이여 이제 친노의 잔도를 불태워라.
대선기간 내내 나는 이번 선거에는 여권의 숨은 표가 3% 이상 있다고 말했다. 20~30대에서 박근혜를 찍는 젊은 유권자, 호남에서 새누리당을 찍는 유권자,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40~50대 가운데 1번을 찍는 유권자가 여론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해오다가 이번에는 1번으로 방향을 바꾼 경기, 인천, 충청, 강원의 유권자가 여론조사 내내 응답을 하지않고 성향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도 무응답이 13%나 되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여론을 주도하거나 앞서지 못했는데 어찌 멘붕에 빠진단 말인가!
우리는 20~30대 투표율이 높아지면 이긴다는 경로의존성에 빠져 영남과 보수, 50대의 응집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주관주의 오류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을 뿐이다. 나는 비상한 상황인식이 없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는 어제의 패배가 아니라 내일의 패배를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
대선 평가를 하고 당을 새롭게 세워야 할 자리에 대선책임이 있는 사람을 앉힌다면 어찌 되겠는가. 국민들은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고 당은 어떤 쇄신도 변화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결국 스스로 당을 쇄신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은 민주당을 혁파해 버릴 것이다. 민주당의 존폐가 달린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스스로 쇄신하지 못하는 정당은 존립할 가치가 없다.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 분노의 파도가 낡은 민주당을 쓰나미처럼 덮쳐 친노의 깃발과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을 허물 것이다.
대선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당분간 당의 전면에 서거나 당무에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 있어야한다. 이번 대선패배는 인재(人災)였다. 우리는 새누리당에게 대선승리의 꽃다발을 갖다 바쳤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 이같이 국정이 실패하고 민생이 파탄난 정권이 연장된 적이 있었던가? 혹한의 추위 속에 투표장에 나와 정권교체를 염원한 1460만 명에게 답해야 한다. 서민들의 분노는 치솟고, 변화의 욕구는 찬 겨울 하늘에 돌풍처럼 소용돌이 쳤으나 깃발은 꺾여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것도 100만표를 훨씬 넘는 표차로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졌고 정권교체의 희망은 푸른 하늘로 휴지조각처럼 날라가 버렸다.
보수와 진보가 총력을 다했으나 우리는 중도를 잃었고 중원을 빼앗겼다. 질 수밖에 없는 선거를 진 것이 아니라,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를 진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것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단 한사람의 반성문도 본 적이 없다. 7년 동안 임진란의 명재상 류성룡은 전쟁을 이기고도 징비록(懲毖錄)을 쓰지 않았든가!
대선패배는 이렇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첫째, 단일화의 실패.
이렇게 될 것을 왜 우리는 통 큰 양보를 하지 않았던가! 진영의 논리로 후보단일화를 압박한 당의 지도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양자대결의 결과와 지금의 성적표가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때가 대선의 분수령이었다. 결국 단일화의 압박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 통탄하고 통탄할 일이다. 누가 양보를 막고 고집을 피웠는가? 누가 후보등록을 압박하고 안철수 후보를 몰아세웠는가!
둘째, 친노 프레임.
당내 친노세력은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을 패배했다. 민주통합당 창당이후 금년 1월과 6월 전당대회에서 계속 당권을 장악하여 지난 1년간 주류로서 당을 이끌어 왔고, 4.11총선과 이번 대선을 그 책임과 주도하에 치렀다. 두 번의 당대표와 대선후보까지 친노핵심이 차지했고, 총선과 대선이라는 권력교체기를 맞아 연거푸 패배한 친노세력은 문재인후보의 표현대로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
당의 주류였던 친노세력은 4.11총선 패배이후 치열한 평가를 회피했다. 따라서 진정한 반성도 없었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또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당원과 대의원들로부터 실질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바일 방식을 지렛대 삼아, "모발심"으로 당심과 민심을 왜곡하고, 조직화된 소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재차 당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필연적인 결과로 친노핵심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이박담합(이해찬-박지원 연대)'이라는 밀실야합과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내 민주주의 훼손과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민주당이여! 이제 친노의 잔도를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충분히 철저하게 지난 대선에 대해 평가하고 복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열은 안되고 싸우지말고 단합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1400만표 이상을 얻었다고 강변하면서 적당히 평가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지난 총선패배 후에도 너무나 똑같이 이런 태도를 보여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그나마 안철수의 적극적인 선거운동 지원에 힘입어 젊은 층의 투표참여 열기가 높아졌고 이것이 막판 지지세 상승의 큰 동력이 되었다. 1400만표 이상 얻었다고 내세우지만, 안철수의 지원이 없었다면 108만표가 아니라 훨씬 더 큰 차이로 대패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한계도 있다.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순간 이미 구도 싸움에서 밀렸다. 그런데도 노란 잠바를 입고 '그때 그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서 유세를 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아무리 외쳐도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며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덧씌워 국정불안 세력으로 몰아갔다. 우리 후보는 배수진을 친 박근혜와 달리 의원직 사퇴라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친노측근들의 임명직 포기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셋째, 중도(中道), 중부(中部)권 전략의 부재.
친노 프레임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이 미몽이 한갓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중도는 없다고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던 핏대도 다 우리들의 관념의 헛발질이었다. 우리들은 그 소중한 중도를 애써 외면하고 발로 차 버렸다. 오호라! 이정희의 1%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우리의 궤도를 잃고 말았다.
이와 관련하여 아쉬었던 점 하나. 전 국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이 후보님, 박근혜 후보는 우리들 가운데 가장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인데 막말을 해서야 됩니까? 예의를 지키세요, 그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니 국민들이 우리 진보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주한미군 철수, 재벌해체 다 우리와는 다릅니다, 결국 이정희 후보의 주장이 진보를 고립시켜 정권교체에 먹구름을 가져오게 됩니다"라고 차별화했다면 아마 문재인 후보에게 3.6% 이상의 중도 표가 몰려 왔을 것이다.
"중도는 말라 비틀어졌다"고 "중도는 스님(중)도 싫어한다'고 비아냥거리던 386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나! 민주당의 노선을 중도개혁에서 진보로 바뀐 것이 엊그제 아닌가! 정책의 차별성이 없으므로 민주노동당과 합쳐 빅텐트를 만들자는 주장과 논리는 어디로 갔나? 지난 시기 통합진보당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는 이 분들이 '정권교체의 밥상을 뒤엎고 구정물을 찌끄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진보정당과 통합을 요청하고 연대에 매달린 노선에 대해 용기있는 발언 하나를 대선기간 동안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왜 언제나 야당에 유리한 지역이었던 경기에서 인천에서 패배하였는가? 왜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승리한 강원, 충북, 충남, 인천, 제주에서 패퇴하였나? 왜 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단합이 아닌 단결이라던 이-박연대도, 100만 명이 참여한 모바일투표경선의 기억도 부끄러운 사진첩에 빛바랜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댓글을 찾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우리의 새정치가 국민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무언가 허술하고 허망하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 가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나고 보니 우리는 자로 잰 듯이 패배를 향한 몸짓으로 겨울 바다를 건너왔다.
민주당이여 이제라도 친노의 잔도를 태워라. 이제 더 이상의 좌절과 패배를 용인할 힘도 시간도 없다. 지금은 우리의 과오와 잘못을 불태울 때이다. 이 일만이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단언하건대, 이번 대선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멘붕'이라고? 결론적으로 말하건데, 민주당이여 이제 친노의 잔도를 불태워라.
대선기간 내내 나는 이번 선거에는 여권의 숨은 표가 3% 이상 있다고 말했다. 20~30대에서 박근혜를 찍는 젊은 유권자, 호남에서 새누리당을 찍는 유권자,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40~50대 가운데 1번을 찍는 유권자가 여론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해오다가 이번에는 1번으로 방향을 바꾼 경기, 인천, 충청, 강원의 유권자가 여론조사 내내 응답을 하지않고 성향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도 무응답이 13%나 되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여론을 주도하거나 앞서지 못했는데 어찌 멘붕에 빠진단 말인가!
우리는 20~30대 투표율이 높아지면 이긴다는 경로의존성에 빠져 영남과 보수, 50대의 응집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주관주의 오류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을 뿐이다. 나는 비상한 상황인식이 없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는 어제의 패배가 아니라 내일의 패배를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
대선 평가를 하고 당을 새롭게 세워야 할 자리에 대선책임이 있는 사람을 앉힌다면 어찌 되겠는가. 국민들은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고 당은 어떤 쇄신도 변화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결국 스스로 당을 쇄신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은 민주당을 혁파해 버릴 것이다. 민주당의 존폐가 달린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스스로 쇄신하지 못하는 정당은 존립할 가치가 없다.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 분노의 파도가 낡은 민주당을 쓰나미처럼 덮쳐 친노의 깃발과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을 허물 것이다.
대선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당분간 당의 전면에 서거나 당무에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 있어야한다. 이번 대선패배는 인재(人災)였다. 우리는 새누리당에게 대선승리의 꽃다발을 갖다 바쳤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 이같이 국정이 실패하고 민생이 파탄난 정권이 연장된 적이 있었던가? 혹한의 추위 속에 투표장에 나와 정권교체를 염원한 1460만 명에게 답해야 한다. 서민들의 분노는 치솟고, 변화의 욕구는 찬 겨울 하늘에 돌풍처럼 소용돌이 쳤으나 깃발은 꺾여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것도 100만표를 훨씬 넘는 표차로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졌고 정권교체의 희망은 푸른 하늘로 휴지조각처럼 날라가 버렸다.
보수와 진보가 총력을 다했으나 우리는 중도를 잃었고 중원을 빼앗겼다. 질 수밖에 없는 선거를 진 것이 아니라,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를 진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것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단 한사람의 반성문도 본 적이 없다. 7년 동안 임진란의 명재상 류성룡은 전쟁을 이기고도 징비록(懲毖錄)을 쓰지 않았든가!
대선패배는 이렇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첫째, 단일화의 실패.
이렇게 될 것을 왜 우리는 통 큰 양보를 하지 않았던가! 진영의 논리로 후보단일화를 압박한 당의 지도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양자대결의 결과와 지금의 성적표가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때가 대선의 분수령이었다. 결국 단일화의 압박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 통탄하고 통탄할 일이다. 누가 양보를 막고 고집을 피웠는가? 누가 후보등록을 압박하고 안철수 후보를 몰아세웠는가!
둘째, 친노 프레임.
당내 친노세력은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을 패배했다. 민주통합당 창당이후 금년 1월과 6월 전당대회에서 계속 당권을 장악하여 지난 1년간 주류로서 당을 이끌어 왔고, 4.11총선과 이번 대선을 그 책임과 주도하에 치렀다. 두 번의 당대표와 대선후보까지 친노핵심이 차지했고, 총선과 대선이라는 권력교체기를 맞아 연거푸 패배한 친노세력은 문재인후보의 표현대로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
당의 주류였던 친노세력은 4.11총선 패배이후 치열한 평가를 회피했다. 따라서 진정한 반성도 없었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또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당원과 대의원들로부터 실질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바일 방식을 지렛대 삼아, "모발심"으로 당심과 민심을 왜곡하고, 조직화된 소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재차 당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필연적인 결과로 친노핵심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이박담합(이해찬-박지원 연대)'이라는 밀실야합과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내 민주주의 훼손과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민주당이여! 이제 친노의 잔도를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충분히 철저하게 지난 대선에 대해 평가하고 복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열은 안되고 싸우지말고 단합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1400만표 이상을 얻었다고 강변하면서 적당히 평가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지난 총선패배 후에도 너무나 똑같이 이런 태도를 보여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그나마 안철수의 적극적인 선거운동 지원에 힘입어 젊은 층의 투표참여 열기가 높아졌고 이것이 막판 지지세 상승의 큰 동력이 되었다. 1400만표 이상 얻었다고 내세우지만, 안철수의 지원이 없었다면 108만표가 아니라 훨씬 더 큰 차이로 대패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한계도 있다.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순간 이미 구도 싸움에서 밀렸다. 그런데도 노란 잠바를 입고 '그때 그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서 유세를 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아무리 외쳐도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며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덧씌워 국정불안 세력으로 몰아갔다. 우리 후보는 배수진을 친 박근혜와 달리 의원직 사퇴라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친노측근들의 임명직 포기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셋째, 중도(中道), 중부(中部)권 전략의 부재.
친노 프레임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이 미몽이 한갓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중도는 없다고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던 핏대도 다 우리들의 관념의 헛발질이었다. 우리들은 그 소중한 중도를 애써 외면하고 발로 차 버렸다. 오호라! 이정희의 1%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우리의 궤도를 잃고 말았다.
이와 관련하여 아쉬었던 점 하나. 전 국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이 후보님, 박근혜 후보는 우리들 가운데 가장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인데 막말을 해서야 됩니까? 예의를 지키세요, 그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니 국민들이 우리 진보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주한미군 철수, 재벌해체 다 우리와는 다릅니다, 결국 이정희 후보의 주장이 진보를 고립시켜 정권교체에 먹구름을 가져오게 됩니다"라고 차별화했다면 아마 문재인 후보에게 3.6% 이상의 중도 표가 몰려 왔을 것이다.
"중도는 말라 비틀어졌다"고 "중도는 스님(중)도 싫어한다'고 비아냥거리던 386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나! 민주당의 노선을 중도개혁에서 진보로 바뀐 것이 엊그제 아닌가! 정책의 차별성이 없으므로 민주노동당과 합쳐 빅텐트를 만들자는 주장과 논리는 어디로 갔나? 지난 시기 통합진보당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는 이 분들이 '정권교체의 밥상을 뒤엎고 구정물을 찌끄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진보정당과 통합을 요청하고 연대에 매달린 노선에 대해 용기있는 발언 하나를 대선기간 동안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왜 언제나 야당에 유리한 지역이었던 경기에서 인천에서 패배하였는가? 왜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승리한 강원, 충북, 충남, 인천, 제주에서 패퇴하였나? 왜 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단합이 아닌 단결이라던 이-박연대도, 100만 명이 참여한 모바일투표경선의 기억도 부끄러운 사진첩에 빛바랜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댓글을 찾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우리의 새정치가 국민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무언가 허술하고 허망하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 가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나고 보니 우리는 자로 잰 듯이 패배를 향한 몸짓으로 겨울 바다를 건너왔다.
민주당이여 이제라도 친노의 잔도를 태워라. 이제 더 이상의 좌절과 패배를 용인할 힘도 시간도 없다. 지금은 우리의 과오와 잘못을 불태울 때이다. 이 일만이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덧붙이는 글
김영환 기자는 민주통합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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