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는 손 떼"... 민주당 비대위, 권력다툼 번지나
민주당 내 갈등 새 국면... 새 원내대표 경선, 정면충돌 가능성
▲ 19일 밤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 남소연
대선 패배 후폭풍에 휩싸인 민주통합당이 전열정비의 첫걸음을 떼면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 주류와 비주류 측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12월 중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당 수습에 나설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내대표가 겸임하기로 했다.
당초 문재인 대표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 주류 측은 비주류의 반발에 막혀 한발 물러섰다. 이날 당무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게 위임된 법적 통상적 대표 권한은 유효하지만, 비대위원장 지명은 법적, 통상적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민주당은 또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선평가위에서는 대선 패배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책임 문제까지도 논의할 예정이다. 평가위원회 구성은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이 일임됐다. 또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당 혁신 방안을 논의 할 의원 워크숍도 늦어도 내년 초 열기로 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대선 패배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책임론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문제도)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발 물러난 주류... 타협점 찾았지만 갈등 증폭 가능성
주류와 비주류 측이 일부 타협점을 찾으면서 일단 파열음 발생을 막긴했지만 양측은 이제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양보 없는 결전을 벌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당무위와 의원총회에서는 계파간 갈등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주류 쪽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비주류 측 김동철 의원은 당 일각에서 "48% 득표는 선전"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것에 대해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면서 오직 민주당을 믿고 정권교체를 바라온 국민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총선에서 참패했는데 아무런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한 게 대선 패배의 근본 원인"이라며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반성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문재인 전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가시적인 조치가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 사퇴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주류 측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전) 후보가 아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의원직 사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장외에서도 친노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주류가 총선 이후에도 평가 없이 대선까지 이어갔고 결국 민주당이 변화의 기회를 상실하고 대선에서 패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친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문 후보가 당선 돼도 임명직 맡지 않겠다는 선언도 결국 나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비주류 측에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안민석 의원은 "당의 주류는 계파를 해체하고 이번 대대위 수습 과정에서 손을 떼는 게 맞다"며 "계파 정치를 종식해야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류 측은 대선 패배 직후라 몸을 낮추고는 있지만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의총에서 주류 측의 한 의원은 비주류 측을 겨냥해 "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당을 살리겠다는 열정이나 각오가 없는 사람, 무능한 사람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오지 말라"고 반박했다.
책임 공방만 벌이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권력다툼으로 번지나
새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정면충돌이 예고된 가운데 원내대표 경선이 반성 없는 권력다툼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내 어떤 세력보다 먼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할 주류 측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만 목을 메고, 반면 공동의 책임을 져야할 비주류도 당내 권력에만 눈이 먼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안철수 신당' 등이 당 밖에 만들어지면 민주당 흡수통합되면서 소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은 거셌지만 당 혁신 방향, 특히 대선 때 국민들에게 약속한 '새 정치'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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