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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대구시민 "우리가 직접 보행권 확보합시다!"

대구시민단체 8차선 도로에 횡단보도 설치 퍼포먼스 열고 대구시청까지 행진

등록|2012.12.25 09:13 수정|2012.12.28 12:30

▲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한일극장 앞 도로를 횡단하며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했다. ⓒ 조정훈


"1825라는 숫자는 대구시가 횡단보도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은 날들의 숫자입니다. 대구시는 지난 10월에도 올해 안에 준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설계도 안됐습니다. 이제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행권을 확보하도록 합시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 도로가 시민들에 의해 횡단보도로 변했다. 시민들은 한 손을 들고 도로를 건너며 손을 흔들었다. 8차선 도로가 순식간에 횡단보도로 변한 것이다.

대구참여연대, 대구DPI,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24일 오후 한일극장 앞에서 횡단보도 설치 퍼포먼스를 한 뒤 시민들과 함께 8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대구시의 반복되는 약속위반을 성토했다.

이날 횡단보도 설치 퍼포먼스는 착공식, 축사, 횡단보도설치, 준공식, 축사의 순으로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대구시가 수차례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이 나서 직접 횡단보도를 설치해 보행권을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육성완 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올해 초에도 대구시는 상반기 안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 5년 동안 기다리다 지쳐 횡단보도 설치 퍼포먼스라도 하겠다고 집회신고를 했더니 부랴부랴 나서 설치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서준호 대구DPI 서준호 국장은 "오늘 한일극장 앞 도로가 횡단보도가 처음 생기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만드는데 30억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는 기네스북에 기록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오병현 국장도 "횡단보도가 설치됐더라면 오늘 축제를 벌이려 했는데 대구시가 늑장대응을 해 우리가 직접 설치하러 왔다"며 '인간의 가장 기본권은 보행권이고 우리는 대구시에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시민단체가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조정훈


▲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현수막 횡단보도에 소망을 적고 있다. ⓒ 조정훈


대구시는 지난 10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한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한일극장 앞(동성로)은 올해 12월까지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대구역네거리(태평로)는 내년 1월까지 횡단보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날까지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는 설치되기는커녕 설계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는 시비 30억과 국비 4억을 확보해 지하상가 쪽으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고 횡단보도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인근 상가와의 협의가 지연되고 중구청과의 협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계획이 미루어진 상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구시가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성토했다. 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5년동안 시민들이 요구하고 대구시도 약속했지만 이제까지 설계도 안했다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퍼포먼스를 끝내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함께 8차선의 도로를 횡단했다. 이들은 "오늘 이곳에 횡단보도가 서리됐다"며 이곳을 건너려는 시민들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광경을 보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 시민 김아무개(28)씨는 "장애인들이나 노인, 임산부 등은 이곳을 건너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며 "기왕 횡단보도를 만들려거든 빨리 만들어서 불편없이 건너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대구의 시민단체들이 한일국장 앞에서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행사를가진 24일 오후 한 시민이 횡단보도 그림을 들고 누구나 쉽게 건널수 있는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 대구 중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한 시민들이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시청까지 행진을 하며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했다. ⓒ 조정훈


횡단보도를 건넌 시민들은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시청까지 행진을 하며 시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구시청에 도착해서는 김범일 시장을 향해 "대구시민들에게 보행권을 보장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재경 대구시 교통국장은 "주변 상가와 중구청과의 조율이 늦어져 횡단보도 설치가 지연됐다"며 "현재 설계용역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1월 중에는 설치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대구역사거리는 횡단보도 설치를 끝냈다"며 "한일극장 앞은 에스컬레이터와 지하광장 공사에 들어가는 시점에 설치할 것"이라며 조금만 불편을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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