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작가는 지렁이다

헤이리에 '전시장(展市場)', 자리 펴다

등록|2012.12.25 09:44 수정|2012.12.25 09:44
햇살시장

지난 23일 일요일, 헤이리의 생태가게 '지렁이다' 2층에서 아주 특별한 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햇살시장. 이 햇살시장은 장터와 전시장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공간에서 열린 좌판과 전시의 중간적인 성격의 내보임 행사입니다. 기존의 엄숙한 전시장(展示場)이 전시장(展市場 | 전시展示+시장市場)으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 헤이리의 지렁이다 2층에서 열린 '햇살시장' ⓒ 이안수


작가들이 일일이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작품입니다. 그러나 감상을 위한 조형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유한 기능을 가진 것들을 여기저기 펼쳐놓았으니 좌판에 가깝습니다.

▲ 전시된 상품들은 모두 손으로 느리게 만든 작품입니다. ⓒ 이안수


이 햇살시장의 오픈에 맞추어 사진가이자 음악가인 박정훈의 특별공연 '오후의 꿈'이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펼쳐졌고 사람들은 진로소주박스 위에 앉아서 그 공연을 즐겼습니다.

광주와 전주 작가들의 파주 나들이

전국의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의 발흥에 밀려 예전의 문전성시는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설이 노후하고 상품이 제한적이며 주차가 불편한 재래시장은 경쟁력을 잃고 점점 더 기력이 쇠잔해졌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것은 장꾼대신 빈 점포였습니다.

광주의 대인시장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 300여 개가 넘는 점포들은 손님이 떠나자 상인이 떠나고 빈 점포가 즐비했습니다.

이 빈 가게에 예술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빈 점포를 갤러리로, 작업실로, 북카페로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이 엄숙함을 버리고 시장에 자리 잡자 예술이 삶이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전성시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힘을 보탰습니다.

▲ 잠시의 짬이라도 바느질에서 손을 놓지 않는 바늘소녀공작소 ⓒ 이안수


작가는 지렁이다

헤이리 '지렁이다' 2층의 햇살시장은 그 광주의 대인시장의 예술가들이 잠시 이곳에 좌판을 편 것입니다.

이참에 광주대인시장의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전주 한옥마을 인근, 남부시장의 청년장사꾼들이 합류했고 2011년에 만들어진 전라북도 대학생 주최의 프리마켓팀인 '보따리단'도 함께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 병뚜껑으로 만든 냉장고 자석 ⓒ 이안수


이들은 버려진 것을 주워 다른 쓰임을 찾아내고, 날고 헤진 것을 고쳐  다른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오염된 흙을 가장 기름진 흙으로 만드는 지렁이와 같은 엄청나게 값진 일을 하는 사람들임을 '햇살시장'의 잠깐 나들이로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버려진 것을 되살리는 것도 작가들의 몫입니다. ⓒ 이안수


햇살시장

전시일정 | 2012. 12. 23. _ 2. 24.
전시장소 | 헤이리예술마을 지렁이다 2층
전시시간 | 오전 10시 반_오후 7시(주말 오전 10시_오후8시, 월요일 휴무)
전시문의 | 031_942_3948

참여작가 | 박문종, 박인선, 범현이, 윤남웅, 이승일, 장윤환, 전현숙, 채지윤, 홍희란, 신양호, 정은혜, 윤혜덕, 조은정, 최미경, 노여운, 정다운, 기동원, 바늘소녀공작소, 보따리단 신동여, 목요일, 최재용, 신익철, 이진경, 머그 베이커리

문전성시프로젝트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고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법으로 2008년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전통시장의 원형을 갖추고 있는 시장을 선정하여 건축가, 문화기획자, 공공디자이너, 스토리털러 등의 전문가가 컨설팅팀을 구성해 재래시장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사업입니다.

2008년에는 전국 1천여 개의 재래시장 중에서 수원의 못골시장과 강릉의 주문진시장이 선정되어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민족문화과에 따르면 2012년 올해까지 25개 시장이 선정되어 96억 정도의 지원 예산이 집행되었습니다.

문화로 전통시장 살리자는 이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이 취약한 노령화된 시장에 청년인력이 유입되어 시장이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상인들의 매출 증대는 물론 전통시장이 공동체 활동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지역활성화의 진원지로 기능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는 시장 내 점포창업희망자를 대상으로 기획안 공모하고 5개월간 점포를 무상 지원하고 장사코칭아카데미 운영, 기존상인과의 멘토 맺기 등을 통해 청년장사꾼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전성시 사업의 성과를 각 지역의 구도심 재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