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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주한미군 철수"... 윤창중 "미국에 이민가라"

'윤창중 막말영상' 본 누리꾼 멘붕... 방송심의위, 윤창중 출연 종편에 '경고'

등록|2012.12.26 20:22 수정|2012.12.26 20:22


앵커 :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철수되어야지요. 우리가 자주국방이 되는 날은... 자주국방을 반대하시는 것은 아니죠?"
윤창중 : "자주국방 한다고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린아이 생각이에요. 정말 젖비린내나는 민족주의인 거예요. 왜 그러십니까? 정말. 하하... 이거 참."

앵커 : "다른 나라 군대가 우리나라를 도와주고 있는 건데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게 역사공부를 할 때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윤창중 : "아니, 앵커. 국가 안보를 자존심 때문에... 그러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서 공산화 시키는 게 자존심 지키는 겁니까?"
앵커 :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철수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내 집을 내가 지켜야지 옆집 아저씨가 지켜주는 건 그렇지 않나요?"
윤창중 : "그러면 미국에 이민을 가세요."

두 사람의 설전이 계속되면서 카메라는 오히려 패널이 아니라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앵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앵커는 끝까지 "언젠가는 우리가 자주국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시종일관 자신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윤 수석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기 사흘 전인 지난 21일 출연한 종편 방송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윤 수석대변인 인선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이날 영상으로 자주국방에 대한 편협한 사고 등 윤 수석대변인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 영상은 26일 현재 유튜브에서 5만2000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며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윤창중, 종편 출연해 막말... "윤봉길 할아버지도 거절했을까"

▲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지난 2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지난 2000년 미디어오늘 기자에 대한 폭언 관련 질문과 해직언론인 처리에 대한 입장 등 민감한 질문이 쏟아지자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대선 직후인 지난 21일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분명히 대한민국 세력 대 대한민국을 전복할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간의 일대일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고,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어릴 적 땅따먹기 할 때 그어놓은 선이라고 했고, 그래서 10·4 공동선언에서 서해협력지대라고 해서 NLL을 완전히 백지화시키려고 했던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종진 앵커는 "그건 대한민국 평화를 위해서 또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 수석대변인은 "여보세요, 그게 어떻게 대한민국 평화냐"라며 "대한민국이 공산화되는 건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가 6·15선언에 따라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통일하겠다고 했다"며 "그 첫 번째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라고 박 앵커를 몰아세웠다.

그러자 박 앵커는 "주한미군이 언젠가는 철수돼야죠. 우리가 자주국방 되는 날은 그렇게 돼야죠"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이 "언젠가로 말하지 말고 몇 년도라고 말하라, 책임질 수 없으면 말하지 말라"고 다그치자, 박 앵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주국방을 반대하는 건 아니죠"라고 되물었다.

박 앵커는 또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을 뒤집으려는 세력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48%가 그 사람들을 찍었는데 이 사람들이 전부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사람이라는 겁니까"라며 윤 수석대변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나 윤 수석대변인은 "내 말을 들어라! 친노 세력은 남한을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어깃장을 놨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인수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박 앵커의 질문을 받고 "여보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영혼에 대한 모독입니다, 윤봉길 의사보고 이제 독립됐으니까 문화관광부 장관 하라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라며 강력히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임명 소식을 접한 뒤인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바꿨다.

"사실 윤봉길 의사가 제 문중의 할아버지다. '윤봉길 의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될 때 대통령의 첫 번째 인선을 과연 거절했을까'라는 것도 제 말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생각해봤다. 윤봉길 의사가 대한민국 정부 첫 인선에 제안을 받았다면 거절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건 역시 애국심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윤 수석대변인의 출연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념이고 뭐고, 기본적으로 토론과 대화가 안 되는 사이코 같음"(iylee****) "종편 진행자인 박종진씨가 오히려 좌파로 비치게 하는 윤창중씨로군요"(Jong***) "문재인을 지지한 48%는 종북세력이냐? 우리나라 국민 절반 가까이가 종북이냐"(94gy***)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수성향 누리집인 '일베(일간베스트)'에서도 윤 수석대변인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그네를위하여'는 "윤창중은 대박이다, 멘붕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근혜 누나, 이건 진짜 아닌 거 같다. 나 진짜 멘붕이다"라고 적었다.

종편 '채널A', 수차례 제재에도 "윤창중은 버릴 수 없는 카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이외에도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채널A'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막말'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윤 대표가 지난 11일 출연한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26일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이 역시 윤 대표의 막말 때문이다.

당시 칼럼세상 대표였던 윤 수석대변인은 방송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대해 "겉으로는 약한 척, 가냘픈 척, 순진한 척 웃으면서 연기하지만 그 눈동자를 보면 정말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며 "박근혜 후보를 향해 던져대는 막말과 악담은 여자 유시민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건 한편의 막장 드라마다, 겉으로 교양 떨면서 시어머니한테 퍼부어대는 며느리 이정희"라고 표현했다. 심의위는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1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채널A'에 대해 지금까지 총 8건의 제재(행정제재 1건·법정제재 7건) 조치를 취했다. 그 가운데 윤 수석대변인이 출연한 편수는 절반인 4건이다. 윤 수석대변인이 출연한 '채널A' 프로그램은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행정제재인 권고 1회를 비롯해 재허가시 감점요인인 법정제재 주의 1회, 경고 2회를 받았다.

그러나 '채널A'는 그동안 윤 수석대변인의 출연을 끝까지 고집해왔다. <미디어스>는 '채널A' 측이 선거방송심위에 출석해 "윤창중씨는 버릴 수 없는 카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도했다. 그의 '막말'이 보수성향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모으면서 시청률 상승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에서는 윤 수석대변인의 출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심의위원들 사이에서는 "술집에서나 할 이야기들"이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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