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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로에 아예 차가 없어요"

진주, 10cm 폭설...큰길은 '텅텅' 비었고 걸음은 '엉금엉금'

등록|2012.12.28 13:52 수정|2012.12.28 16:50

▲ 북적거리는 골목길도 사람은 없습니다. 차가 다닌 타이어 자국만 있습니다. ⓒ 김동수


"아빠 눈와요 눈!"
"뭐라고 눈이 온다고?"
"예 엄청나게 왔어요."

방학식을 위해 문을 나선 큰 아이가 외쳤습니다. 어젯밤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올 줄은 몰랐습니다. 경남 진주는 겨우내내 눈 구경 하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얼마 전에도 눈이 내렸지만 좀처럼 눈 구경 하기 힘든 동네인 진주에 또 눈이 왔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눈은 온 것이 아니라 엄청 왔습니다.

창밖을 보니 '흰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함박눈이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막둥이는 지난 24일 방학을 했고, 큰 아이와 둘째는 오늘 방학식을 하는 날입니다. 함박눈을 맞으면 학교에 갔던 큰 아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버스가 안 와요."
"버스가 안 온다고?"
"버스가 안 와요. 어떻게해요."
"아빠도 가지 못하고, 택시는?"
"택시도 안 와요. 아예 차가 없어요."

▲ 도로가 텅텅 비었습니다. ⓒ 김동수


큰 아이 말을 듣고 큰길에 나갔더니 정말 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구경 힘든 동네에 함박눈이 내렸으니 차로 출근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입니다. 다른 날 같으면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분들이 엉금엉금 걸어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자가용으로 출근할 이들이 걸어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 10cm 폭설에 출근 시간인데도 차가 거의 없습니다 ⓒ 김동수


이날 오전 9시 우리집 차 위에 내린 적설량을 재어보니 10cm였습니다. 진주기상청은 오전 9시 적설량은 12.5cm라고 발표했습니다.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10cm 이상 눈이 내린 것은 제 기억으로는 2000년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10cm 폭설에 큰길은 텅텅 비었고, 출근길 사람들 걸음걸이는 엉금엉금입니다.

▲ 10cm폭설에 진주는 엉금엉금입니다. 오전 9시 현재 진주는 10cm가량 눈이 내렸습니다. ⓒ 김동수


그런데 딸 아이가 학교를 갔는데 뒤늦게 문자가 왔습니다. 학교 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려면 빨리 보내지 아이들이 학교 다 가고 나서 오지 말라고 합니다. 왜 이럴까요? 아무튼 아이들 방학하는 날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내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전 4시 현재 양산시, 창원시, 김해시, 밀양시, 의령군, 함안군, 창녕군, 합천군, 진주시,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거창군, 통영시, 사천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등 도내 전역에 대설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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