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철탑농성자에 매일 60만원 지급 판결
법원과 정규직노조 압박 받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정규직노조와도 갈등
▲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28일로 73일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노조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 울산지법이 이들에게 농성을 계속할 경우 매일 각각 30만원씩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18대 대선 선거운동 당시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 심상정, 김소연, 김순자 후보 등 야권 후보들은 하나같이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면서 '철탑 농성'이라는 배수진을 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 줬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절망만이 다가오고 있다.
울산지법은 철탑 농성 72일째인 지난 27일 "농성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두 조합원이 각각 하루에 30만 원씩 한국전력에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현대차노조가 비정규직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회사측의 신규채용안에 잠정합의할 뜻을 밝히면서 연대를 갈망하는 비정규직노조에 절망감을 안겨줬다.
비록 27일 비정규직노조가 부분파업으로 현대차노조와 회사 측의 협상을 원천봉쇄하면서 3500명 신규채용안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두고 정규직노조가 성명을 내고 "용납하지 못할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비정규직노조의 절망감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노조에 돌아온 것은 법원과 정규직노조의 압박
울산지법은 27일 한국전력공사가 현대차 송전 철탑 농성 조합원 2명을 상대로 제기한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농성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위반일수 만큼 각자 하루에 30만 원씩 한국전력에 지급해야 한다"며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 내 송전철탑에 대한 점유를 풀고 이를 한국전력공사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인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지법은 또한 현대자동차가 제기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 "현대차의 동의 없이 (철탑농성장이 있는) 회사 주차장에 집회, 시위 목적으로 출입하거나 허가 없이 출입해 불법집회 또는 시위할 수 없다"며 농성장에 설치된 천막 등을 철거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따라 매일 밤 철탑농성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와 전국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하러 오는 노동자, 시민사회의 출입이 봉쇄될 전망이다. 또한 이 판결대로라면 철탑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두 조합원은 매일 60만 원씩한국전력에 내야 해 철탑농성 자체도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비정규직노조 원천봉쇄 후 특별교섭 불발
이와 함께 27일 오후 3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현대차노조-비정규직노조와 현대차 회사 측 간의 특별교섭이 비정규직노조의 저항으로 열리지 못했다.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4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현대차노조 사무실 앞에 집결해 "비정규직노조와 동의 없는 잠정합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문용문 정규직노조 지부장 등 협상단 일행을 봉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500명 신규채용안은 회사 측이 대법이 판결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잠정합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지만, 문 지부장 등은 약속하지 못했다(관련기사: 현대차노조 지부장이 회사측 신규채용안에 합의?).
대신 현대차노조는 특별교섭이 결렬된 후 긴급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교섭 봉쇄로 교섭이 진행되지 못한 것은 유감을 떠나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최병승 동지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고 100여 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사측 제시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고자 노력 중이었는데,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한 교섭 봉쇄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올해 안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간 연속 2교대의 안정적 정착과 제도완성에 주력코자 했다"며 "그러나 교섭봉쇄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어떠한 정치 논리가 작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문용문 지부장이 잠정합의할 뜻을 전해와 이를 막기 위해 협상장을 막아선 것"이라며 "현대차노조에 수차 잠정합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노조가 신규채용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 당사자이자 교섭결과의 적용 당사자인 비정규직노조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노조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애초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핵심골자로 하는 6대요구안은 현대차노조와 비정규직 3지회가 공동으로 만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대선 전 대통령 후보들의 잇따른 약속으로 희망을 가졌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벼랑 끝에 몰리면서 울산노동계는 최악의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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