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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귀국, 아직 부모님도 못 만났는데...

독일 체류 망명자 조영삼씨, 18년 전 방북 혐의로 귀국길에 긴급체포

등록|2013.01.02 17:07 수정|2013.01.02 18:13

▲ 독일인 동료와 함께한 조영삼씨 ⓒ 조영삼


검찰이 2일, 18년 전 정부의 승인 없이 방북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독일체류 망명자 조영삼(5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지난 1990년대 비전향장기수 고 이인모(1993년 송환, 2007년 사망)씨를 후원하면서 이씨의 송환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는 1992년 5월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있던 신라호텔에 이씨와 함께 들어가 북한대표단을 만나려 한 혐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씨는 그가 수감 중이던 1993년 3월 19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됐다. 조씨는 출감 직후인 1993년 아르헨티나에서 선박사업을 하고 있던 큰 형을 돕기 위해 출국했다. 조씨가 현지에서 한창 일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인 1995년 봄, 평양 소인이 찍힌 한 통의 엽서가 도착했다. 이인모씨가 보낸 초청엽서였다.

이씨는 2년 넘게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대소변을 받으며 정성껏 간병을 해주었던 조씨를 잊지 못했고, 이런 이씨의 간곡한 초청을 조씨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독일을 거쳐 방북한 조씨는 1995년 8월 15일, 이씨와 재회했다.

▲ 1995년 8월 평양의 이인모씨 집을 방문해 이씨의 가족들과 현관에서 찍은 사진.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조영삼씨다. ⓒ 조영삼


하지만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한 조씨는 그 해 독일정부에 망명을 신청했고, 3년간의 심사 끝에 1998년 독일 정부는 그의 망명을 허가했다. 그 후 15년 동안 조씨는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에서 공장 노동자로 살아왔다.

독일 국적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그동안 조씨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나겠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2002년 현지에서 결혼해 아들(10)도 낳았지만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사무쳤다. 조씨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사연을 담은 기사들을 송고해왔다.

2010년 8월 부인과 아들을 먼저 입국시킨 조씨는 현지 공관에 귀국 의사를 타진했고, 지난해 한국 여권을 재발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달 31일, 20년 만에 귀국한 조씨는 인천공항에서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에게 긴급체포됐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중이지만 언제부터 수사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가 진행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아들과의 재회를 기대하던 조씨의 아버지(91)와 어머니(85)는 변호사를 통해 "죽기 전에 형제들끼리 오순도순 사는 것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체포시간 만료일인 2일 오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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