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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와 자매결연? 학생들에게도 거짓말 가르쳐

[단독]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에 수록... 올해부터 수정하기로

등록|2013.01.08 14:34 수정|2013.01.08 14:34

▲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인 사회과 탐구 '대구의 생활'에 밀라노가 대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나와 있다. ⓒ 조정훈


대구시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지도 않고 맺었다며 거짓 홍보를 한 데 이어 언론과 시청 누리집, 각종 홍보물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거짓말을 가르쳐온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 "밀라노와 자매결연" 대구시 거짓홍보로 망신)

대구시는 지난 2000년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각 지역의 생활을 다룬 '사회과 탐구'라는 사회과 보조 교과서가 신설되자 '대구의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경제부문에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내용을 수록했다. 이 책은 2001년부터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됐으며 현재까지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대구의 생활'에는 제1장 대구의 자연환경과 생활모습, 제2장 주민참여로 발전하는 대구, 제3장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대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3장 안에 있는 '도움을 주고받는 자매결연' 단락에 밀라노가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으로 실려 있다.

책에는 '대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세계 여러 지역의 도시들'에 이탈리아 밀라노시를 소개하고 "세계적인 섬유·패션·디자인 중심도시, 패션·섬유 전시회가 많음"이라고 썼다. 자매결연을 맺는 까닭으로 "섬유와 패션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과 공동 연구, 수출과 수입을 통해 두 지역 경제가 함께 발전됩니다"라고 했다.

이 책에는 다른 자매결연 도시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중국 칭다오, 카자흐스탄 알마티, 미국 애틀란타, 일본 히로시마, 브라질 마나스제라이스 도시 등을 들었다.

이 책은 또 자매결연을 맺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공통점이 있거나 서로 도와줄 일이 많은 지역이나 단체가 교류의 필요성을 알고 자매결연 협약 체결 의사를 알아본 다음 주 지역 대표와 지역 주민이 모여 자매결연 협약식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지역이나 단체가 문화와 경제,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를 한다고 되어 있다.

▲ 대구시가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 책자 ⓒ 조정훈


▲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 교과서 대구의 생활에 '자매결연을 맺는 까닭'이라는 단락에 대구와 밀라노가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 조정훈


이 책을 집필한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교육정보원 남영목 평가부장은 "당시 집필자가 대구시 누리집을 보고 초안을 작성한 뒤 대구시 담당자를 위원으로 위촉하고 자문을 받아 집필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 평가부장은 "올해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진실을 가르치기 위해 교재를 수정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만약 인쇄가 들어갔다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서라도 수정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가자 7일 오후 긴급 해명보도자료를 내고 "대구-밀라노 자매도시 관계를 재정립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해외자매도시들과의 교류형태 재정립 및 교류강화 과정에서 밀라노시가 내부 절차상 우호교류 협정 체결 후 자매도시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대구시는 자매도시로까지 진행되지 않았다고 2011년 12월 전해왔다"고 전했다.

밀라노시 측의 공식 입장을 확인한 결과 1998년 12월 체결한 협정서는 향후 자매결연 체결을 희망하는 의향서였고 밀라노시의 행정절차상 우호교류 협정 체결 후 2~3년에 걸쳐 교류를 통해 양 도시가 긴밀해지면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때문에 자매결연 도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구시는 밀라노시측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조속히 추가 협정을 체결해 양 도시가 명실상부한 자매결연도시로 교류를 해나갈 것을 협의하고 올해 상반기 중 밀라노를 방문해 교류 정상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의 해외 자매우호협력도시와의 교류 관계를 재점검하고 앞으로 국제교류 업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문화·인적교류와 함께 경제·통상교류를 병행해나가는 실질적인 도시간 교류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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