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철탑농성장 '강제철거' 시도 무위로
법원, 용역 동원 철거 시도에 비정규직노조 저지... 고교졸업반 용역 포함 논란
▲ 8일 오후 1시 40분쯤 법원 집행관과 용역이 철탑 아래 천막을 철거하려 하자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막고 있다 ⓒ 박석철
울산지법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가 84일째 농성중인 8일, 송전철탑 농성장 주변 시설물을 철거하기 위한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노조 측의 저지로 중단했다.
울산지법은 이날 오후 1시 집행관 10여 명과 용역 50여 명을 동원해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철탑 농성장에 도착한 후 철탑 주변에 있는 천막과 현수막 철거를 시도했다. 이에 미리 연락을 받고 달려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과 금속노조 등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아섰다.
비정규직 농성장 철거에 '고교졸업반 학생' 동원
▲ 8일 오후 1시부터 울산지법이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 강제철거를 시도한 가운데 법원에서 동원한 용역 중 일부가 고교졸업반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 박석철
8일 오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법원으로부터 "오후 1시 강제집행을 진행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 조합원과 언론에 이를 알렸다. 이에 낮 12시 30분쯤 농성장 주변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조합원들이 철탑 밑을 지켰고 취재진도 30여 명 가량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1시 5분이 되자 법원 집행관이 용역을 대동해 농성장에 도착했고, 조합원들은 어깨를 걸고 철탑 밑을 에워쌌다. 이어 집행관은 비정규직노조 집행부에 강제집행에 대한 설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있었다.
법원 집행관이 천막 등의 철거를 알리자 비정규직노조 변호인은 집행관에게 "철탑 주변에 있는 천막과 현수막은 비정규직노조 것도 있지만 현대차 정규직노조나 금속노조 등 다른 주체 것도 있다"며 철거를 반대했다.
1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법원 집행관은 철거 강행을 지시했고 집행관과 용역들은 철탑 밑 천막 철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철탑 밑 입구에서 어깨를 걸고 결사저지한 비정규직과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막혀 천막 철거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때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강제집행 반대, 정몽구 구속" 구호를 외쳤다.
비정규직노조 집행부는 집행관을 향해 "법원이 어떻게 하청노동자를 탄압하는 재벌에 동조할 수 있나"고 외쳤고, 용역들을 향해 "이런 일을 따르면 안된다"고 말했다.
철거 과정에서 용역업체 관계자는 "이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싸움만 일어나고 언론에 이슈만 될 뿐이다, 우리가 방패막인가"라고 했으나 법원 집행관은 계속 강제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 1일 오후 2시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지회장이 용역과 집행관이 현수막을 철거하려 하자 막고 있다 ⓒ 박석철
천막 철거에 실패한 용역들은 다시 현수막을 철거하려 했으나 박현제 비정규직노조 지회장과 현대차 정규직노조 활동가 등이 막아서면서 100여 개의 현수막 중 단 몇 개의 현수막만 철거한 후 오후 2시 10분쯤 강제집행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났다.
한편 이날 법원이 대동한 용역 중에는 1994년생 올해 고교 졸업반 학생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앳돼 보이는 용역에게 나이를 확인한 결과 "1994년생 고교졸업반이며 울산 남구지역에 있는 용역회사를 통해 이곳에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장에 있던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데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언론을 통해 이를 알려 불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후 1시가 되자 용역들이 농성장에 집결하고 있다 ⓒ 박석철
▲ 법원에서 동원한 용역이 집결하자 철탑 밑을 둘러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강제철거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석철
▲ 울산지법 집행관이 철탑농성자 주변에 있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 박석철
▲ 집행관과 용역이 철거한 현수막을 현대차 정규직노조 활동가들이 다시 달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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