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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1명 자살, 평균 600명 '베르테르 효과'

한국자살예방협회 분석... "자살 보도 신중해야"

등록|2013.01.08 17:00 수정|2013.01.08 17:00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대중에 퍼지면 평균 약 600명이 그 영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추정이 나왔다.

따라서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모방 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 방법 묘사 등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8일 자살예방협회(회장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가 통계청의 자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5명의 유명 연예인 자살 이후 각 2개월간 우리 사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평균 263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각 사건의 전년과 이듬해 같은 기간(각 두 달) 자살자 수의 평균은 2025명 정도였다.

결국 유명 연예인 자살 후 2개월 동안 사회 전체 자살자 수가 일반적 추세보다 평균 600여 명 정도 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개별 사례별로 자살증가 효과를 살펴보면, ▲ 이은주씨(2005년 2월) 495명 ▲유니씨(2007년 1월) 513명 ▲ 정다빈씨(2007년 2월) 322.5명 ▲ 안재환씨(2008년 9월) 694명 ▲ 최진실씨(2008년 10월) 1008명 등이다.

특히 2008년의 경우 한해 전체로는 약 1만2000명, 월 평균 1200명이 자살했으나 유독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택한 10월에는 1793명으로 급증했고 여파는 다음달인 11월(1288명)까지 미쳤다. 더구나 주목할 대목은 해당 연예인과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사람의 수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늘었다는 점이다.

하규섭 자살예방협회장은 "유명인 자살 후 급증했던 자살자 수가 시간이 지나 반대로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없었다"며 "이는 어차피 자살을 마음 먹은 분들이 유명인 자살에 영향을 받아 시기만 앞당겨 실행한 게 아니라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유명인 모방 자살 현상만 잘 예방해도 현재 10만 명당 33명 이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 수준인 우리나라 자살률을 24명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 회장은 "핀란드의 경우 아무리 유명인이 자살을 해도 아무 설명없이 그냥 '사망했다' 또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라는 식으로 보도한다"며 "국내에서 모 유명 연예인이 치명적 방법으로 목을 매 숨지자 이와 같은 방식의 자살자 수가 급증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자살 보도에 신중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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